▲한림공원을 견학한 어린이들이 안내직원으로부터 나무들과 식물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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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망 낚시·황토염색·고레골기 체험이색 추억 한보따리 안고 다음 기약
한라일보사 등 도내 4개 기관이 마련한 '몽생이의 눈높이 여름 경제캠프'에 참가한 60명의 어린이들은 지난 7일 오후 두 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대정읍 좌기동 자연생태문화체험장으로 향했다. 오전 한국은행제주본부와 농협제주지역본부를 방문해 금융기관의 역할 등을 소개받은 어린이들의 얼굴엔 어떤 야외체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하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어린이 경제캠프는 제주대학교 서비스경영인력양성사업단, 한국은행제주본부, 농협제주지역본부, 한라일보사가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다.
# 낚시는 즐거워!
어린이들을 가장 먼저 기다린 체험프로그램은 신도2리 바닷가에서의 고망낚시 체험('고망'은 '구멍'의 제주사투리). 자연생태문화체험장 강영식 원장이 미리 나와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고망낚시는 2m 길이의 대나무 낚싯대에 바늘을 매달고 미끼로 새우를 끼우면 모든 준비는 끝이다. 바닷물 사이로 군데군데 드러낸 바위를 발판삼아 바위틈 사이로 낚싯대를 드리우자 얕은 물속에서 작은 물고기들이 몰려다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물고기를 낚은 어린이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와! 내가 물고기를 잡았어요. 정말 신기해요." 명지(제주동교 5)는 처음 해본 낚시에서 그물베도라치(제주방언으로 '보들락')를 잡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휘철이(도남교 6)의 낚싯대에는 작은 복어가 올라왔다.
물고기의 입질이 느껴지는 순간 잽싸게 낚싯대를 들어올렸으나 미끼만 낚아채곤 달아나버리자 진우(신광교 6)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우럭 잡았다"며 소리치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한 편에서 들려왔다.
대부분 처음 낚시를 해보는 어린이들을 위해 낚은 물고기와 해산물에 대한 강 원장의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졌다. "이 고둥은 껍데기 표면에 두드러기가 난 것처럼 돌기가 많이 붙어있지? 그래서 '두드럭 고둥'이야. 장어처럼 길고 점액질로 미끌거리는 이 물고기는 '그물베도라치'인데 제주에서는 '보들락'이라고 부른단다." 쏙쏙 귀에 들어오게 알려주는 강 원장의 설명에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2시간여의 낚시를 마친후 아이들은 몸에 독을 가지고 있는 복어와 작은 물고기는 "어서 쑥쑥 자라라"며 다시 바다로 돌려보냈다.
좌기동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장은 1995년 폐교된 무릉동초등학교를 활용해 지난해 문을 연 체험장이다.
숙소를 배정받고 짐을 푼 어린이들은 4개조로 나눠 황토염색에 들어갔다. 커다란 대야에 물을 채우고 황톳가루를 녹였다. 그리고 염색이 잘 들게 소금과 식초를 섞고 준비해간 하얀 옷을 담가 한참을 조물거리자 어느새 옷은 황톳빛으로 변신했다. 옷의 일부를 고무줄로 묶거나 꼬아서 염색한 옷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개성있는 옷으로 탄생하기도 했다.
▲자연생태문화체험장에서 이연화 할머니의 설명을 들은 후 어린이들이 손수 고레를 갈아보고 있다.
# 우리 선조들의 생활 체험하기
염색을 마치자 '고레골기(맷돌갈기)' 체험이 이어졌다. 겉보리를 고레에 갈기 위해 둘이 한 조를 이뤄 고레 손잡이를 잡고 힘겹게 돌리자 신기하게도 겉보리는 하얀 가루가 돼 떨어져 나왔다. 마을에 사는 이연화 할머니(65)의 "예전에는 이렇게 곡식을 갈아서 먹었다"는 설명에 재원이(대정교 5)는 "우리 할머니도 이렇게 사시느라 힘들었겠다"며 직접 고레를 갈아보며 선조들의 지혜와 고단했던 삶을 이해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녁에는 제주세무서 직원이 나와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자세히 알려주는 영상물을 10분간 상영했다. 치약에서부터 칫솔, 과자, 학용품, 음료수, 신발 등 우리가 자주 구입하는 가공품에는 예외없이 10%의 부가가치세가 붙는데, 하룻동안 생활하면서 내는 부가세가 약 1천6백70원에 이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낸 세금은 공원, 박물관 등 공공시설 건립 등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우리나라 5천원권 지폐에 담긴 인물은 이황 선생이 맞을까요, 틀릴까요?"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3분의 1로 나머지 3분의 2는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게 맞나요?" OX방식으로 진행된 경제퀴즈는 금융기관을 방문했을 때 안내받은 내용 위주로 출제돼 어린이들은 술술 풀어냈다. 대회 마지막까지 남은 어린이들한테는 사진첩과 학용품 등 푸짐한 선물도 안겨줬다.
별이 총총한 여름 밤하늘 아래서는 캠프파이어가 진행돼 저마다의 소원을 빌고 캠프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 우정을 돈독하게 다지는 시간도 마련됐다.
경제캠프 이틀째인 8일엔 산업체 견학으로 한림공원을 찾았다. 공원 직원의 안내로 파파야, 망고, 바나나 나무가 가득한 아열대식물원에서부터 가족 3대가 모여살던 세 채의 초가를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한 민속마을과 새가 있는 정원도 둘러봤다. 공원에서 최고 인기를 끈 곳은 협재굴과 쌍용굴. 30도가 넘는 바깥날씨와는 달리 추운 느낌까지 전해지는 동굴속은 잠시나마 더위를 식혀주는 훌륭한 피서장으로 제격이었다.
# 경제퀴즈대회와 산업체 견학
마지막 코스로 들른 곳은 한림읍에 있는 한라우유. 아이들은 우유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매일 아침 우유가 신선하게 집으로 배달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고, 회사측이 나눠준 달콤한 요구르트도 맛봤다.
이틀동안의 몽생이 여름 경제캠프를 통해 이색 추억을 한 보따리씩 안은 친구들은 다음번 캠프를 기약하며 정들었던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나눴다. 허윤성 어린이(제주중앙교 5)는 "용돈을 아껴쓰는 방법을 좀 배워오라며 엄마가 떠밀어서 캠프에 참가했는데,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주최측 관계자들은 "초등 경제교육은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경제는 지루하고 어렵다는 생각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번 캠프가 경제가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깨닫는 작은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대용기자 dyko@hall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