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세계유산으로(57)/제6부:일본의 세계자연유산을 가다](3)시레토코의 관광

[제주를 세계유산으로(57)/제6부:일본의 세계자연유산을 가다](3)시레토코의 관광
한해 방문객 2백만명… 관광도 환경보전이 우선
  • 입력 : 2007. 11.02(금)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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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 시레토코의 가을과 고봉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05년 7월 이곳을 생물종 다양성 등의 가치를 인정해 일본에서는 세번째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결정했다. /사진=특별취재팀

원시 자연생태계 간직한 곳 볼거리·체험행사 다양
관광협회, 자연해설원 활용 '에코투어리즘' 활성화
유빙체험… 어부 직송 신선 해산물로 먹거리축제도


일본의 최북단 홋카이도의 선주민족인 옛 아이누 사람들은 그들의 신(神) '카무이'의 존재와 이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이 땅을 '대지가 끝나는 곳'이라 했다. 바로 홋카이도의 동북쪽으로 삐죽이 튀어나온 반도 '시레토코'(知床·Shiretoko)를 일컫는다. 취재팀은 2006년 3월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한창 노력중이던 때 이곳을 처음 찾았다. 당시 시레토코의 취재 경험은 제주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로 기억된다.

취재팀은 1년반만인 올해 10월 다시 이 곳을 찾았다. 홋카이도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매년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곳 시레토코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접근이 어려운 오지로 남아 있다. 홋카이도 치토세국제공항에서 다시 현지항공을 타고 내린 뒤에도 자동차로 2시간 이상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취재팀이 이곳을 재방문한 것은 세계자연유산 보전관리를 위해 시레토코의 모범적 사례에 대한 깊은 인상과 함께 아시아권에서는 가장 최근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세계자연유산 가족이 된 제주로서는 이웃 나라의 세계자연유산에 대한 관심으로도 족할듯 하다.

'일본의 마지막 비경'이라 불리는 시레코토는 유빙(流氷)으로 인한 풍부한 바다 생태계와 대지의 원시 생태계 등 옛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오호츠크해를 마주보고 있는 시레토코는 해안단애가 일품이다. 절벽 곳곳에는 폭포가 이어진다. /사진=특별취재팀

유네스코는 이런 시레토코를 2005년에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시레토코의 쾌거는 일본인들의 자긍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세계자연유산은 '유일성'과 '차별성' 뿐만 아니라 민관협력, 관리계획 등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등재가 가능해 시레토코는 '준비된 유산'임을 입증했다.

이곳 유빙은 멀리 칼바람이 몰아치는 오호츠크해의 북쪽 시베리아 대륙에 있는 아무르강 하구에서 대량의 눈 녹은 물이 흘러와 바다 표층 50m까지 염분 농도가 매우 낮은 층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표층 해수가 어는 것으로, 겨울 시레토코를 대표한다. 유빙은 1월 하순에서 2월 상순에 절정을 이룬다.

겨울의 오호츠크해를 가득 채우는 유빙에는 흰꼬리수리와 바다표범 등 귀중한 해양생물이 공생하고, 유빙이 지나간 봄바다에 발생하는 대량 플랑크톤이 풍요로운 어장을 만들어내는 등 오호츠크해의 다양한 생명을 키우는 귀중한 역할도 하고 있다.

시레토코반도 안에 있는 두개의 행정기구중 한 곳인 샤리초(Shari Town, 斜里町)에서 버스로 한시간 가량 달리면 시레토코의 중심부인'우토로' 마을에 이른다. 샤리초와 우토로에는 눈에 띄는 곳이면 어김없이 이곳이 세계자연유산지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우토로는 우리의 작은 어촌을 연상시킨다. 이곳은 연간 2백만명에 가까운 관광객들이 반드시 거치는 곳이다. 해안절벽을 감상하는 관광 유람선도 이곳에서 운항한다. 시레토코 관광선에 몸을 실으면 2백여m나 솟은 해안 단애와 해식동굴, 오호츠크해로 떨어지는 수많은 폭포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단풍이 절정인 요즘 시레토코는 정상부에는 설경을, 능선과 해안 절벽에는 형형색색 수놓은 가을의 진풍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대만관광객이 주류를 이루는 외국인관광객이 요즘에는 유럽과 미주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샤리초 관광협회 우에노요오지 회장은 "중국과 대만, 한국 관광객을 위한 해외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했다.

시레토코는 다양한 먹거리와 경관 외에도 대자연을 즐길 수 있는 체험관광 등 다양한 이벤트가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연어와 송어들이 산란을 위해 강과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색 풍경을 활용, 매년 9~11월에 '연어·송어 자연산란 관찰회'가 마련된다. 시레토코 반야마쯔리는 어부가 직송하는 신선한 해산물을 숯불로 구워먹는 축제로, 시레토코의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오로라 판타지'는 시레토코의 밤하늘을 레이저 광선으로 오로라 칼라 빛으로 물들이는 환상적인 이벤트로, 매년 2월초부터 한달여간 계속된다. 유빙걷기도 이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묘미다.

시레토코의 관광은 자연환경을 철저히 지켜나가면서 지역의 명물과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시레토코 세계자연유산지구에서 자연해설원으로 활동중인 리에 오카다씨(29·여)는 수도 도쿄 출신으로 대학원에서 곤충을 전공했다고 한다. 자연 해설원을 한지 1년 6개월째라는 오카다씨는 "관광객들에게 자연위주의 해설을 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고 귀띔했다. 그녀와 같은 자연해설원은 시레토코에 70여명쯤 된다고 했다.

시레토코 관광협회 우에노 회장을 비롯한 많은 현지 관계자들은 시레토코반도가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앞으로 지명도가 더 높아질 것이 당연하고 그에 따라 관광객도 늘 것이므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광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한다.

/시레토코=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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