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시대](2)제주 용천수

[물의 시대](2)제주 용천수
주목받고 있는 제주용천수 체계적 활용·보존 방안 절실
  • 입력 : 2010. 01.14(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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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도두동 포구에서 물을 맞는 모습. 여름철 밭일을 끝내고 용천수에서 물을 맞고 목욕을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사진=제주100년사 발췌

물 귀했던 시절 제주인의 생명수 역할 '톡톡'
최근 수출사업·관광자원화 등 가치 재발견

제주지역에는 용천(涌泉:물이 솟아나는 샘)이 많아 예로부터 이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발달해 왔다.

용천수란 지층 속을 흐르던 지하수가 지표와 연결된 지층이나 암석의 틈을 통해 용출되는 물을 말한다.

용천수의 이용역사는 곧 제주도의 물 이용역사라 할 수 있다.

예전 제주도는 물이 아주 귀한 섬으로 인식돼 왔다. 지형적 특성으로 하천이나 강의 발달이 매우 빈약한 제주도의 물 이용은 주로 용천수나 봉천수에 의존하는 원시적인 형태에 머물렀다.

용천수는 상수도가 보급되기 이전까지 식수원으로서 뿐 아니라 생활용수, 축산용수, 농업용수 등 제주인의 생명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용천수는 동네 아낙네들의 대화의 장이 되는가 하면, 어린이들에게는 놀이공간을 제공해 주었던 곳이다. 부녀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물허벅으로 물을 길어오는 추가적인 노동을 해야 했고, 이런 과정에서 물문화의 하나인 '물허벅 '물구덕' '물팡'이라는 독특한 물 이용문화가 싹트는 계기도 됐다.

▲물허벅을 지고 물을 길어오는 소녀의 모습. /사진=제주100년사 발췌

▶용천수의 재발견=이러한 제주의 용천수가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사업으로 제주의 용천수를 중동으로 수출하려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이 구상은 유조선에 이른바 선박의 중심을 잡는 '선박 평형수'로 바닷물 대신 제주의 용천수를 적재하고, 이를 물부족 지역인 중동에 먹는 물로 수출하는 방안이다. 최근 카타르 정부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선박으로 물을 수출해줄 것을 제안해와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지식경제부에선 용천수 수출 프로젝트를 위해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제주의 물 1조원 시대를 견인할 주이공으로 제주용천수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의 용천수를 이용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용천수는 대부분 해안가에 분포하고 있다. 마을마다 해안도로가 개통되면서 용천수가 새로운 생태체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담수욕장, 물맞이 장소, 휴식공간, 생태체험학습장 등이 그 예다. 특히 최근에는 제주시내권에 분포한 용천수와 그 주변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을 결합한 '산물여행' 코스도 개발중이다. 올레와 비슷한 형태의 걷기 코스로, 현재 원당봉~별도봉, 사라봉~도두, 도두~외도까지 3개의 코스에 대한 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도내 용천수 실태=하지만 이런 제주의 생명수인 용천수에 대한 보존과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용천수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998년 2월부터 1999년 12월까지 도서지역을 제외한 도내 전지역에 분포하는 용천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현황조사 결과 도내에는 무려 911개소의 용천수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사대상 911개소의 용천수 중 637개소는 보존상태가 양호한 반면 274개소는 수량이 부족하거나 수량고갈·위치멸실 등 보존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수량이 고갈되거나 매립된 용천수는 182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수도가 보급되면서 용천수에 대한 관심도는 낮아지고 있다. 각종 개발사업에 의해 매립되거나 훼손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용천수를 고작 물웅덩이로 여기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제주 용천수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체계적 보존·관리 대책이 시급한 이유다.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 용천수란 이름의 의미 ]

도내에 분포하는 용천수 중 하나의 이름이 지역을 달리해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곳이 250여개소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천수 이름은 어떤 뜻을 갖고 있을까.

통물은 물이 바위틈에서 새어나오거나 땅속에서 솟아 흘러 '물통'이 형성되거나 인위적으로 물통을 만든 경우에 이같이 부르고 있다.

엉물은 해안이나 하천가의 큰 바위(엉덕) 밑에서 솟아나는 용천수로 '엉덕물'과 유사한 뜻을 지니고 있다. 큰물은 용출량이 많거나 수면적이 넓은 물 또는 마을에서 규모가 가장 큰 물을 의미하며, 생이물은 용출량이 매우 적어 새(생이)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졸졸 흐르는 물을 의미한다.

구명물은 장마철 등 비가 많이 올 때에만 솟아나는 물을 의미하며, 할망물은 집에서 토신제를 지내거나 굿 등 정성을 드릴 때, 또는 산모가 젖이 잘 안나올 때 이용하는 물로 제주의 토속신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절물이란 절간이나 절간 주변에 위치해 있어 주로 절간에서 이용하는 용천수를 의미하며, 고망물은 암석의 틈이나 땅이 움푹 패인 지점의 구멍에서 물이 솟아나는 경우에 사용한다.

/최태경 기자 tkchoi@hallailbo.co.kr

[ 전문가 기고 / 박원배 제주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주인 삶의 원천 용천수"

만약 삼다수 같은 물이 제주 도처에 분포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고 말을 할 것이다. 젊은 층은 더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연세가 지극한 어르신들은 어릴 적 "용천수"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고 그때 물맛과 몇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물을 져 날랐던 추억들을 기억하면서 사라져 가는 용천수의 아쉬움을 토해 낼 것이다.

이제 제주의 물이용 문화가 상수도로 바뀌고, 각종 개발 사업과 도로확장 등으로 용천수는 매립되거나 훼손되고, 수량의 감소와 수질악화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역사와 문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용천수는 그 이용가치와 보전에 대한 논의마저 소수에 의하여 주장될 뿐 공론화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더 늦기 전에 제주의 자원으로 용천수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보전과 활용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용천수는 제주의 물 문화로 매우 독특함과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용천수를 운반하기 위한 작은 항아리인 물허벅, 강풍이 부는 날이 많고 자갈길·비탈길 등 원거리 운반을 하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인 물구덕, 물을 저장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받아 저장하는 항아리인 물항, 물구덕을 등에 지고 내릴 때 쉽게 하기 위한 물팡 등 물을 옮기고 저장하기 위해 제주인의 지혜가 고스란히 베어나는 문화를 만날 수 있다.

또 용천수의 구조를 통해 사회문화로서 물을 어떻게 이용하였는가 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용천수의 흐름에 따라 4~5개로 영역을 구분하여 가장 상류쪽은 마실 수 있는 물통으로 그 다음은 야채 등 씻는 물통, 마지막 칸은 빨래하거나 멱을 감는 물통 등으로 구분하여 용천수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최근 제주의 용천수는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였다. 각종 정비사업을 통해 과거 용천수의 원풍경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정비되거나, 소중하게 사용하기 위해 물의 이용용도를 구분했던 형태를 고려하지 않고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구조를 갖는 용천수로 탈바꿈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문화의 시대다. 용천수는 제주에서 살아간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묻어있는 소중한 문화로 더 늦기 전에 물이용과 관련된 생활사, 축조과정, 기록 등을 찾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길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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