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이미지의 연기파 배우 한석규와 이 시대 패션 아이콘이자 카리스마 넘치는 여배우 김혜수가 영화 '이층의 악당'에서 만났다. 정체불명의 세입자 '창인'과 신경쇠약 직전의 집주인 '연주'로 돌아온 이들은 '이층의 악당'에서 호흡을 자랑하며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닥터 봉' 이후 15년 만에 다시 만난 한석규와 김혜수의 호흡이 기대된다. 입만 열면 독설을 내뿜는 초절정 히스테릭녀로 변신한 김혜수와 진지한 이미지를 벗고 능청남의 진수를 보여준 한석규는 오랜만에 모든 연기 열정을 쏟아부으며 관객과의 유쾌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더 콘서트'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35번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루마니아 출신의 감독 라두 미하일레아누가 연출한 프랑스 영화 '더 콘서트'는 올해 제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돼 호평을 받은 감동 드라마다. 숙청된 마에스트로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그를 둘러싼 휴머니즘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영화다. '더 콘서트'는 오합지졸 오케스트라의 재기와 유명 바이올린 솔리스트의 숨겨진 과거라는 두 개의 이야기를 축으로 한다. 가짜 여권으로 파리의 대극장에 간 가짜 오케스트라가 성공적인 공연을 치른다는 설정이다. 30년 전 흩어진 단원들은 이미 생활고를 위해 악기를 팔아버리거나 앰뷸런스, 택시 운전기사에 야채상 등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을 모아 최상의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 영화의 스토리다. 영화 마지막 15분을 장식하는 콘서트 장면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이층의 악당 - 한석규·김혜수 찰떡 호흡 연기 열정
▶이층의 악당=툭하면 눈물, 입만 열면 독설을 내뿜는 연주(김혜수)와 외모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사춘기 딸 성아. 이 히스테릭한 모녀가 살고 있는 집에 작가라고 자신을 밝힌 창인(한석규)이 세 들어온다. 틈만 나면 물건을 찾으러 1층을 기웃거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보는 그는 도무지 작가 같지 않다. 수상한 그의 행동은 오지랖 백단의 옆집 아줌마와 연주를 짝사랑하는 어리버리 연하남 오순경에게까지 의심 받기에 이른다.
창인의 속셈도 이 집의 비밀도 알리 없는 연주. 딸 성아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창인에게 2층 방을 내어준다. 자신의 소설 여주인공을 닮았다며 은근슬쩍 접근해오는 창인이 사짜 같기도 하지만, 지독하게 우울한 일상을 견딜 수 없었던 연주가 창인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15분.
더 콘서트 - 볼쇼이 역대 최강 오합지졸 감동콘서트
▶더 콘서트=옛 소련 볼쇼이 오케스트라에 천재 지휘자가 있었다. 30년 전, 유대인을 숨겨줬단 이유로 공연 도중 볼쇼이 교향악단에서 지휘자 자리를 박탈당한 안드레이 필리포프(알렉세이 구스코프). 그는 복귀의 그날 만을 꿈꾸며 볼쇼이 극장에서 말단 청소부로 버티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볼쇼이에 파리의 극장에서 초청공문이 날라오고 공문을 몰래 가로챈 안드레이는 절친한 친구 샤샤와 함께 야인생활을 하는 동료들을 규합해 30년 전 못다한 공연의 설욕무대를 몰래 준비하려 한다. 무대는 파리 대공연장. 과연 이들은 파리 공연의 꿈을 멋지게 이룰 수 있을까.
가짜 여권으로 힘겹게 파리에 도착한 안드레이 동료들의 주정에 보따리 장사를 하는 장면 등이 신선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음악을 향한 사람들의 어찌할 수 없는 절박한 심정을 담은 점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파리 무대에 오른 가짜 볼쇼이교향악단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를 연주하는 장면이다. 15분 가량 흐르는 음악 사이로 협주자로 나선 안네(멜라니 로랑)와 안드레이의 애틋한 사연이 클로즈업 된다.
영화는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옛 명예를 되찾고 싶다는 안드레이의 자존심과 열정을 진지하게 그려내고 있다. 통제가 되지 않던 말썽 단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제 실력을 되찾고 화음을 이뤄간다. 당대 최고의 바이올린 솔리스트이자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는 안느 마리 자케(멜라니 로랑)와의 협연은 감동적이다. 이 연주를 통해 안느 마리 자케는 30년 전 그 사건에서 희생된 부모를 알게 된다. 전체 관람가. 시간 1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