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하지 않는 자의 슬픔○… 탐닉은 모든 위기의 근원○…"싼 것만 찾는 소비는 곤란"
최근 도민사회의 화두는 고물가일 것이다. 전국 최고수준의 휘발유 가격이나 돼지고기 삽겹살값 등은 월급쟁이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경제위기 때마다 따라오는 실업의 위기는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품질좋은 상품을 구입하는 합리적 소비생활이 과연 직장인, 서민, 소비자들을 위한 바람직한 소비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기자는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 착한 소비, 공정한 소비로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바람직한 소비에 대한 물음을 해결하기 위해 제주자치도의회 김태석 환경도시위원장을 찾았다. 도의회에 들어오기전 대형마트 진출을 막기 위해 재래시장 상권을 살리기 위해 몸을 던졌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기자의 물음에 비비안느 포레스테의 '경제적 공포'와 고든 레어드의 '가격파괴의 저주'라는 책을 추천했다.
우선 '경제적 공포'는 '인간=소모품'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며 착취당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일할 수 없는 인간'의 비극이 담아있는 책이다. 아르티르 랭보의 시편 '일뤼미나시옹'에서 제목을 따온 '경제적 공포'는 실직 그 자체가 주는 두려움이며, 노동하지 않는 자의 슬픔이며, 나를 제발 좀 부려먹어 달라며 직장을 애걸해도 사실 일자리를 다시는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의 집합이다. 한마디로 인간으로서의 의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이다.
'가격파괴의 저주'에서 저자는 "싸게 살수록 좋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값 싼 물건에 대한 소비자의 탐닉은 21세기에 발생하는 모든 위기의 근원"이라며 소비자들에게 경고한다. 즉 할인 혹은 가격파괴라는 달콤한 단어가 쉬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현재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본질을 자극하는 저주의 주문일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프레스터는 '경제적 공포'에서 '살아갈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살아남을 수 있는 자격이 필요한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는 현재 제주인에게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자격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면서 "하지만 새로운 매커니즘에서도 필자는 오히려 남을 배려하는 마음, 남에 대한 예의가 인간을 필요없는 쓰레기로 전락시키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석 위원장
그는 이어 "세계화·개방화의 물결 속에서 지구촌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게 FTA와 같은 무역체제이다. 대형 마트의 공세 속에 과연 자영업자가 얼마나 살아 남을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면서 "싼 것만 찾는 소비생활을 하다보면 정체불명의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게 되거나 혹은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제3국의 노동자가 만든 옷을 입고 사랑하는 자녀에게 짝퉁 장난감을 선물하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과연 내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살 것인지 말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 그게 바로 합리적 소비가 아니라 착한 소비, 공정한 소비, 가치지향적 소비이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