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40)흔한 담쟁이덩굴 다시보기

[문명옥의 식물이야기](40)흔한 담쟁이덩굴 다시보기
  • 입력 : 2011. 11.12(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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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Parthenocissus tricuspidata (Siebold & Zucc.) Planch.)의 모습. 학명의 트리쿠스피다타(tricuspidata)는 잎에 세 갈래의 능선이 있음을 뜻한다.

최근 과학적 연구결과 잇달아 알려져
의료용 접착제, 자외선 차단제 등 개발

몇 해 전 러시아에서의 일이다.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의 바닷가로 식물채집을 갔다. 그런데 동행하신 러시아 학자분이 이곳에 러시아 적색식물목록에 수록된 멸종위기식물이 자라고 있다며 그곳으로 안내하셨다. '담쟁이덩굴'이었다.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의외의 식물이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하기야 이곳에서는 시로미, 암매를 바닷가 오름에서도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으니까.

담쟁이덩굴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담벼락에, 바위에, 나무에…. 사실 거의 인식을 못할 정도로 매우 흔하게 자라는 식물이다. 그러다 이맘때쯤 빨간 단풍을 보여주어 한해가 다 지났음을 느끼게 하는 계절식물이다. 그런데 최근 이 담쟁이덩굴에 대해 놀라운 과학적 연구결과들이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실생활에 응용되고 있기까지 하다.

담쟁이덩굴은 포도과의 식물이다. 포도과의 식물답게 덩굴로서, 담벼락이나 나무 등을 타고 오른다. 담쟁이덩굴을 자세히 보면, 잎과 마주보는 곳에서는 부착하는 줄기가 난다. 이 줄기 끝에는 동그란 원반모양의 부착반이 다수 달려있어 식물체를 고착시킨다. 이 부착반이 담쟁이덩굴이 다른 덩굴식물과 달리 감거나, 감기는 덩굴손에 의지하지 않고 수직벽면에 착생하여 자랄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부착반의 아래쪽에서 털 모양의 구조가 나와 벽면의 미세한 홈에 고정시키고, 그 후 접착물질이 분비돼 홈을 완전히 메우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털 모양의 구조물은 마치 콘크리트의 철근과 같은 역할을 하여 엄청난 접착력을 갖게 한다. 이를 응용해 첨단 군사용 기술, 의료용 접착제와 약물 전달체 등으로 쓰이는 선구적인 연구 결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이 물질이 자외선 차단제에 필수적인 빛을 충분히 빨아들여 분산시키는 성질을 이용해 자외선 차단제로의 개발까지 앞두고 있다. 이 제품의 장점은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고 쉽게 생분해되며, 자외선 차단효과가 기존의 4배 이상에 달하고, 피부에 발랐을 때 사실상 투명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어느 단편소설에서는 떨어지지 않는 '특별한' 마지막 담쟁이덩굴 잎사귀가 죽어가는 주인공에게 '삶의 희망'이 되어 삶의 의지를 갖게 한다. 이젠 현실에서 '흔한' 담쟁이덩굴이 인간을 살리고 삶을 풍요롭게 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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