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온배수 흡수 하우스 난방 활용
화순에 '아열대테마파크' 조성 꿈꿔
기름 값이 오르면서 도내 하우스 농가는 예년에 30일 동안 난방을 하던 비용으로 지난 겨울에는 20일밖에 난방을 하지 못했다. 난방비가 워낙 많이 드는 바람에 하우스 내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동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만 기름을 때는 형편이다. 결국 품질이나 수확량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계속 기름 값이 오를 것이어서 시설원예농가의 시름은 깊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1000평 비닐하우스에서 한라봉을 재배하는 농가가 얻는 수입은 연간 1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난방연료비 6000만원, 인건비·자재비·농약·비료값 등 2000만원을 빼고 나면 순수익은 2000만원 정도다. 문제는 난방비다.
이런 걱정없이 "눈치보지 않고 원 없이 난방을 땐다"는 농가들이 있다.
안덕면 화순리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의 5개 농가는 화순화력발전소에서 버려지는 폐열을 이용해 경유값의 4분의 1도 안되는 비용으로 망고와 감귤 농사를 짓고 있다. 에너지원은 발전소에서 바다에 버려지는 온배수다. 이 열을 히트펌프로 흡수해 50도까지 높인 뒤 축열탱크에 저장했다가 난방에 쓰는 것이다.
▲발전소 폐열을 이용한 난방시스템으로 재배한 망고.
히트펌프를 이용한 난방법을 발견한 이는 중문관광단지 내 한 호텔에 근무하는 강태욱씨. 이 호텔에서는 4년 전 정화조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한 히트펌프형 난방시스템을 갖추어 겨울철에도 옥외풀장의 수온을 30도로 덥힐 수 있었다. 강씨는 화순의 발전소 온배수를 이용하면 하우스 난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 호텔 동료인 난방기술자 김재휘씨의 자문을 받아 구체적인 설계를 했다. 마을 주민들을 모아놓고 마을사업으로 대규모 시설원예단지를 만들 것을 제안하는 설명회를 가졌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하우스를 지어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었다.
지난 2010년 농식품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발전소 근처에 하우스 1500평을 짓고 히트펌프를 설치했다. 작물은 난방비가 감귤보다 훨씬 더 많이 들어가는 망고를 택했다. 강씨의 비결이 알려지면서 마을 주민들이 합류했고, 충남 당진군, 태안군 군수를 비롯해 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농업기술원 실무자 등 전국에서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발전소 주변의 하우스 4500평이 히트펌프 난방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지만 강씨는 화순화력발전소에 버려지는 온배수로 30만평의 하우스 난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강씨는 고향마을의 바다를 오염시키는 '쓰레기' 온배수를 더 거창하게 재활용하는 꿈을 꾸고 있다. 화순에 대규모 '아열대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다. 화순리 일대의 풍부한 용천수와 곶자왈, 해수욕장 등 마을의 자원과 연계해 사계절 풀장에다 아열대 동식물을 관람하고 체험까지 할 수 있는 테마파크.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그의 꿈이 망고와 함께 영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