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보다 두 배쯤 큰 곤충을 길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고급 사료와 질 좋은 퇴비를 생산하는 마을기업. 성산읍 신천리 강성만 이장은 가난한 마을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 설립을 꿈꾸고 있다. 이 곤충은 파리목에 속한 '동에등애'다.
3년 전 '그린마을'로 지정된 신천리의 이창복 전 이장은 마을 주변에 심을 꽃씨를 구하기 위해 제주시 동부농업기술센터를 방문했다가 희한한 곤충을 발견했다. 농업기술원에서 양식해 보급에 나선 동에등애였다.
이들 두 사람은 애벌레 분양을 신청했다. '그린마을' 사업 지원금으로 대형 음식물 쓰레기통 10개를 마을 곳곳에 배치했다. 주민들에게 음식물은 탈수한 뒤 쓰레기통에 넣되 비닐이나 옥수수 껍질, 수박 껍질 같은 것은 함께 버리지 말도록 설명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받은 애벌레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더니 신기하게도 음식물 쓰레기를 깨끗이 먹어치웠다. 애벌레가 성충이 된 뒤에도 다른 피해를 주지 않았다.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자 농업기술원의 지원으로 아예 동에등애 양식장을 지었다. 실내온도를 25도로 유지해주면 동에등애는 물만 먹고도 잘 산다. 1000일 동안 살면서 낳은 1천여개의 알은 부화율이 90%에 이른다. 5일 뒤 부화해 애벌레 상태로 15일 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 뒤 번데기가 됐다가 15일 뒤 성충으로 자란다. 애벌레는 조단백 성분이 43%나 돼 고급사료로 활용할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둔 톱밥은 애벌레들의 분비물과 섞이면서 질 좋은 퇴비가 되는 것이다.
동에등애를 원래 기대대로 활용하려면 음식물 쓰레기에서 물기를 빼내는 탈수기, 사료로 쓸 애벌레를 건조시킬 수 있는 건조기, 건조한 애벌레와 번데기를 가루로 만드는 분쇄기 등이 필요하다. 애벌레의 지방분을 빼내는 기술도 배워야 한다. 성산읍사무소로, 서귀포시청으로, 제주도로 돌아다니며 지원을 호소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강 이장은 지난 1월 이장이 된 뒤 동에등애 양식만이라도 계속하면서 착실하게 준비를 해 내년에는 정부의 지원을 신청할 예정이다. 강 이장은 동에등애 사육법과 활용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오는 23일 전남대에서 열리는 곤충학회에 참석할 생각이다.
환경공해를 줄이면서 친환경의 고급 비료와 사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이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최근에는 부산에서 사료 첨가물을 생산하는 회사 대표가 신천리를 방문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강 이장은 오늘도 출근길에 마을 운동장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사육장으로 향한다. 10평 크기의 사육장을 채우고 있는 성충과 애벌레들을 보살피는 강 이장의 정성스런 손길이 제주도와 중앙정부의 적절한 지원으로 상당한 결실이 있기를 기대한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