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10년/제1부 생물권보전지역]<br>(3)제주 전역 확대를 위한 제언

[트리플크라운10년/제1부 생물권보전지역]<br>(3)제주 전역 확대를 위한 제언
보전.이용 활성화... 생물권지역 제주전역 확대 논의할 때
  • 입력 : 2012. 07.11(수) 00:00
  • 강시영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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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이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대상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육상, 연안, 해양 생태계를 말한다. 제주가 생물권보전지역 탈퇴 권고 등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생물권지역을 제주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벌여야 할때이다. /사진=강경민기자

설악산은 1982년 우리나라 최초로 생물권보전지역(Biosphere Reserves:BR)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올해가 30주년 되는 해이다. 설악산생물권보전지역은 현재 기로에 서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에서 탈퇴 권고를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은 대부분 핵심지역으로 구성돼 있어 보전과 연구 기능만 가지고 있어 주민참여에 위한 지속가능발전 프로그램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MAB한국위원회 조도순 부위원장(생물권보전지역 국제자문위원회 위원·가톨릭대 교수)은 최근 속초에서 열린 생물권보전지역 심포지엄에서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은 2013년까지 전이지역의 대규모 확대 등 구획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생물권보전지역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심포지엄의 화두도 생물권보전지역의 3가지 용도구획인 핵심·완충·전이지역 가운데 주민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고 촉진되는 전이지역 확장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확대 논의 흐지부지=생물권보전지역 확대에 대한 논의는 제주 역시 예외가 있다.

제주가 설악산에 이어 지난 2002년 12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당시 좌절된 뻔한 이유 중 하나는 지정 범위에 관한 것이었다. 두차례 보완자료를 제출하면서 우여곡절끝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유네스코로부터 범위 확대에 대한 권고를 받았다. 그 이후에도 여전히 생물권보전지역의 취지와 목표에 더 잘 부합될 수 있는 범위와 구획은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이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생태계를 대상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육상, 연안, 해양 생태계를 말한다. 모든 생물권보전지역은 보전, 개발, 지원의 세가지 기능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핵심지역을 제외한 완충·전이지역에서는 주민을 위한 이용과 개발이 폭넓게 허용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2010년 도내 전역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확대 지정하는 계획을 마련해 도의회 업무보고자료에 까지 넣었었다. 연계선상에서 제주 생물권보전지역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위해 이듬해 제주도 전역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확대 지정하기 위한 타당성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대한 논의는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제주 생물권지역의 한계=제주의 생물권보전지역은 한라산국립공원을 중심으로 해발 200m이상 중산간지역과 섶섬·범섬·문섬 등 서귀포 해양공원, 효돈천변을 포함한다. 면적은 830㎢(8만3094ha)로 도내 전체 면적의 44%를 차지한다.

제주자치도가 생물권보전지역을 도전역으로 확대하려 했던 것은 제주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보전하고 생물권보전지역의 브랜드를 친환경농산물 인증사업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려는 취지다. 보전만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이용·활용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것이다.

생물권보전지역에서는 다른 자연보호 구역과 달리 순수한 보전만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이용과 개발이 함께 진행된다. 물론 환경파괴는 최소화한다. 생물권보전지역에서 이뤄지는 이용·개발 수단 중 핵심이 바로 그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 생활용품, 관광상품 등에 인증마크(로고)를 활용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이미 이 사업을 제주 농축수산 특산물 브랜드로 육성하려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생물권보전지역이 한라산국립공원과 해발 200m 이상 중산간, 하천, 해양공원 등으로 제한되면서 특산품의 생산지와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인증마크를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없었다.

▶도전역 확대를 위한 과제=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거나 확대돼도 국내법에 의해 보호·보존되고 있는 공간을 제외한 타지역은 법적 측면에서 소유권이나 개발, 토지활용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받거나 행위제한에 전혀 강제력을 받지 않는다. 소유권은 지정 이전과 마찬가지로 그대로 유지되며 문화재보호법 등 국내법이 계속 적용된다. 오히려 생물권보전지역을 잘 활용하면 여러가지 직·간접 혜택을 누리게 된다.

생물권보전지역을 도 전역으로 확대하는데는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민 공감대를 얻는 일이다. 많은 도민들은 여전히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높지 않다. 그 원인을 행정당국이 자초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국제적 화두인 생물종다양성을 위한 제주자치도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 그리고 도민들에게 생물권 보전지역 프로그램의 취지를 올바로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조도순 교수는 "핵심지역 보전과 아울러 주민의 경제활동과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전이지역 활동이 매우 중요하며 전이지역에서는 규제가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의 경우도 교육과 전이지역 확장을 진지하게 논의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재경 자연환경신탁 대표이사도 "생물권보전지역은 규제가 아니라 관리되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며 난개발을 방지하고 주민 참여 하에 생물권보전지역을 활용해 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생물권보전지역을 지역의 대표적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는 전남 신안은 지금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생물권보전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용역을 시행중이다. 2009년 지정당시만 해도 주민들의 반대가 격렬했던 상황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제주자치도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10년을 맞아 유네스코 정기보고서(초안)을 통해 "향후 10년은 지역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이지역 확대에 관한 타당성을 심도있게 검토해 그 결과에 따라 확대 지정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사회에 이에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별취재팀=강시영.고대로.강경민.이효형기자



생물권보전지역 프로그램 이점 극대화

이미 선진 생물권보전지역들은 이 프로그램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극대화시키고 있어 우리와 대조를 이룬다. 독일의 '뢴', 스페인의 '라 팔마', '엘 이에로', 프랑스-독일의 접경생물권, 오스트리아의 '그로세스 발저탈' 등은 지역의 우수한 생태자원을 보전하고 이용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3일 제주웰컴센터에서는 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 이후 제주생태관광을 전망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도 생물권보전지역의 활용이 관심사로 논의됐다. 도시와 자연연구소 제종길 박사는 독일의 '뢴' 생물권보전지역을 모범사례로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뢴' 생물권보전지역은 독일 중심부의 중산간에 주민 16만여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제주생물권의 2배가 넘는 18만4900여ha가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 곳은 한 때 지역경제 기반이 약화되고 젊은이들의 대도시 이동 등으로 침체일로를 겪었다. 그러다가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이후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지역특산물 상표 개발과 상품화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토종 사과와 양을 특산품으로 개발하고, 관광지로 육성해 지역소득과 초원 생태계 보전을 동시에 이뤘다. 생물권보전지역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도 돋보이는 사례다.

유네스코 MAB한국위원회의 박지부씨는 오스트리아의 '그로세스 발저탈'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지역은 2000년에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로고제작과 주민을 위한 지역신문을 창간했다. 치즈와 목재 등 지역 특산품에 생물권 상표를 활용하고 있다. 오염을 줄이는 조방농업을 실천중이다. 음식점, 숙박시설 등에 생물권보전지역 로고를 부착하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인증을 실시하는 등 파트너십이 돋보인다. 펠트 슬리퍼, 도자기, 밀랍초 등 지역 작가들의 공예품에도 생물권 브랜드를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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