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10년 세계의 보물섬으로/제2부 세계자연유산](2)부끄러운 연구체계

[트리플크라운10년 세계의 보물섬으로/제2부 세계자연유산](2)부끄러운 연구체계
생물권·세계유산·지질공원 총괄 관리단에 전문가는 단 1명
  • 입력 : 2012. 08.08(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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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관리 이래서야…

세계유산 관리 이래서야…

▲세계자연유산을 포함해 제주 트리플크라운의 현안 중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모니터링과 체계적인 연구체계가 턱 없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자연유산관리단에는 지질분야 전문가 1명만이 배치, 조사연구분야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세계자연유산지구인 성산일출봉. /사진=강경민기자

전문가 확충 권고 외면 타이틀 획득에만 혈안
모니터링·학술조사·가치발굴·교육사업 한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 유산지구에 대한 모니터링과 학술조사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바로 이것이 세계유산지구의 지속가능한 이용과 보전을 위한 대명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달 '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첫 정기보고서가 유네스코 정기총회에서 채택된 것을 두고 현수막까지 내걸어 세계유산 타이틀을 수성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연구체계를 들여다보면 매우 한심한 수준이다.

물론 이번 정기보고서 채택은 세계자연유산지구의 유지와 제주 유네스코 트리플크라운의 첫 시험대를 통과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보고서 채택이 제주 세계자연유산지구의 여러가지 이행사항을 충족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여전히 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정기보고의 목적은 유산지역의 자체점검을 통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가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정기보고는 평가를 위한 목적은 아니며 현지 실사도 수반되지 않은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을 포함해 제주 트리플크라운의 가장 현안 중 하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통한 모니터링과 체계적인 연구체계가 턱 없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자연유산관리단에는 지질분야 전문가 1명만이 배치돼 이중삼중의 역할을 하고 있어 가장 중요한 조사연구분야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연구체계 현주소=세계자연유산관리단에 전문가의 충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새삼 새로울 것도 없다.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과정에서부터 유산의 체계적 보전 관리를 위해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과정에서도 전문가 충원은 당면 과제였다. 세계자연유산 실사에 이어 2011년 5월 제주에서 열린 지질공원 워크숍에 참석한 이브라함 꼬무 아태지역 의장과 세계지질공원 위원인 마티니 박사도 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전문가 충원을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 세계자연유산관리단에 근무 중인 전문직원은 한 명에 불과하며, 그것도 계약직의 형태다.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 생물권을 통합 관리하는 독특한 업무의 특성상 전문가의 필요성은 여느 부서와 달리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세계자연유산과 지질공원, 생물권은 매달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하며, 지속적인 학술조사를 통한 자연자원의 가치발굴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자연유산 해설사의 신규·심화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비롯해 지역주민과 학생들, 교사들을 대상으로 꾸준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같은 전문적인 분야의 업무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기존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가 출범할 당시 지질전문가 한 명이 고용돼 유산지역 전반에 걸친 모니터링과 정기보고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가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되고 2011년 조직관리체계가 바뀌면서 지질공원 관리업무가 세계자연유산 관리단에 흡수됐다. 그러나 행정 조직만 추가되었을 뿐 전문가의 충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자연유산담당 전문가 1명이 지질공원 모니터링과 학술조사 정기보고의 업무까지 담당하게 되는 일이 빚어졌다. 세계유산지역과 지질공원 대표명소를 방문·조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고, 해설사와 주민교육 조차 버거워졌다. 2년 단위의 최장 5년까지의 계약 형태로 근무하는 부분도 개선되어야 할 대목이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용천동굴. /사진=한라일보 DB

▶세계유산센터도 어정쩡=개관을 앞두고 있는 세계자연유산센터도 어정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센터는 제주 세계자연유산의 상징성을 갖는 시설이다. 하지만 센터가 세계자연유산관리단 직영체제로 확정된 이후 전문가 인력은 여전히 제자리 상태다. 적어도 관리단 내에 연구팀을 신설해 세계유산, 지질공원, 생물권을 공통으로 연결하는 교집합의 형태로 연구, 교육, 홍보를 총괄해야 함에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관리팀 조차 두지 않아 현재 관리단 직원이 청소와 매표까지 모두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는 관리단의 존재 목적이 오히려 센터를 위해 존재하는 형태로 바뀌게 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없다는 데 있다.

전문가의 충원이 절실한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관리의 일관성과 연관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관리단의 행정직은 1~3년 근무 후 다른 부서로 옮겨갈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연속성이 없다면 장기적 관점에서 유네스코 유산을 관리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또한 정기보고서나 정기 실사에 대해 매번 새롭게 시작하는 어려움이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전문가가 아닌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라산연구소는 어떤가]

유네스코 국제보호지역 연구조직 신설 절실
현재 연구인력 제한적… 통합연구기능 한계

현재 제주도에서 연구의 중심은 제주도청 산하에 있는 한라산연구소다.

그러나 한라산연구소 연구원은 동·식물, 토양 분야로 국한돼 있다. 이 역시 매우 열악한 데다 지질분야 전문가는 아예 없다. 이런 현실은 세계자연유산의 등재 기준과도 어불성설이다.

세계자연유산의 등재기준이 경관과 지질학적 가치에 있다면, 그에 적합한 전문 연구자들이 배치돼야 하지만 한라산연구소는 조직자체가 현재 절름발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라산연구소에 생물권보전지역과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람사르습지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국제보호지역연구조직의 신설이 시급하다고 주문한다. 이 조직을 통해 유네스코의 권고사항 이행과 조사연구, 모니터링, 보전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직을 구축할 경우 연구의 기능을 한라산연구소에 집중하고, 행정관리를 현재 자연유산관리단에서 담당하는 것도 또다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은 설득력을 얻는다. 예를들어 정기 모니터링과 보고서 작성은 연구소에서 하고, 일반 행정관리는 현재 관리단에서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가치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때 조직이 와해됐던 한라산연구소를 복원시킨 우근민 도정은 이 연구소를 국제보호지역에 걸맞는 국제적인 연구조직으로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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