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세계복합유산에 도전

[신년특집]세계복합유산에 도전
생태·자연유산 넘어 세계인의 보물섬으로 거듭난다
  • 입력 : 2013. 01.01(화)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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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바람과 여자, 삼다(三多)의 섬 제주. 그만큼 돌은 제주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해 있다. 빼어난 자연경관과 어울려 자리잡은 제주의 돌담은 인문학적·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주목받으면서 활용 가치가 크다. 사진=한라일보 DB

생물권·자연유산·지질공원 이어 세계복합유산 도전
돌담·화석산지·태평양전쟁유적 등 문화자원 재평가
기준·유형 문화유산 가치 발굴·대상지 선정 등 착수
전세계 복합유산은 불과 29점… 등재 가장 까다로워

2013년 새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에 본격 도전한다. 가장 까다롭기로 알려진 세계복합유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따른다. 올해가 그 원년인 셈이다.

제주는 이미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에 이어 세계자연유산(2007), 세계지질공원(2010) 등 3대 타이틀을 획득했다. 국내 유일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드물 정도로 세계인의 보물섬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들 3개 타이틀은 모두 자연분야여서 전통문화와 역사자원이 풍부한 제주로서는 생태·자연유산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과제가 남겨졌다. 이런 갈증을 해소할 브랜드가 바로 세계복합유산이다.

▶복합유산 실태=유네스코가 운영중인 유산 관련 프로그램은 세계유산, 인류무형유산, 기록유산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세계유산은 다시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으로 분류된다. 인류무형유산은 기술, 예술, 음악 등 급속히 사라지는 무형유산을 일컫는다. 제주에 칠머리당 영등굿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록유산은 보편적 가치가 있는 기록을 담는 정보 또는 매개물을 등재기준으로 한다.

세계유산은 뚜렷한 형태를 갖고 있는 유형의 유산을 일컫는다. 유네스코가 관리하는 세계유산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962점에 이른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이 745점, 자연유산 188점인데 비해 복합유산은 29점밖에 안된다. 특히 한·중·일 3국중에서는 중국만이 유일하게 4점이 등재돼 있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등재기준이 까다롭고 희소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9점과 자연유산(제주) 1점 등 총 10점이 등재돼 있다.

▶복합유산이란=제주자치도가 올해부터 본격 추진할 세계복합유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탁월한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는 유산이다. 제주가 세계복합유산에 등재될 경우 기존 자연유산과 더불어 제주의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전 인류적인 관점에서 대대로 물려줘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인규 문화재청 중앙문화재위원장은 제주를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에 등재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위원장은 "제주 세계자연유산이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었음을 다시 한번 음미해 봐야 한다. 그것은 제주도 화산섬 전체가 세계자연유산임을 공언하는 말이고 그 속의 다양한 문화유산까지 포괄한다면 제주도는 자연과 문화유산이 결합된 '세계복합유산'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제주가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등재절차와 기준 검토는 물론 대상지 발굴, 학술조사 등 철저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복합유산 등재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유형의 문화유산 요소를 찾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문화재청과 유네스코 관계자들의 자문결과 세계자연유산지구인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만장굴 지정구역내에서 세계에 내놓을만한 유형문화 유산을 발굴하거나 또는 기존의 세계자연유산지구를 유형문화자원이 있는 타지역까지 확장시켜 복합유산의 등재요건을 갖춰 나가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자연유산과 결합시킬 수 있는 유형의 문화유산자원으로 제주 전역에 산재한 밭담 등 돌문화를 비롯해 제주사람발자국화석산지, 태평양전쟁유적 등을 우선 검토 대상으로 지목한다.

제주자치도는 세계복합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해 등재 절차, 기준, 대상지 발굴, 학술조사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다. 세계자연유산 등재지역과의 연관성, 유형의 문화유산적 가치 및 대상지 발굴이 가장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등재 추진팀과 추진위원회 구성, 학술조사, 문화유적지 정비, 잠정목록 등재, 신청서 제출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희소 가치가 높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소재 사람발자국화석산지(사진 위)와 역사적 아픔을 간직한 일제강점기 파놓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서우봉 소재 진지동굴(사진 아래). 사진=한라일보 DB

▶유네스코 잠정목=세계유산 잠정목록은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한 필수절차다. 세계유산협약에 가입한 회원국들이 자국의 영토상에 위치한 유산 중에서 앞으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될 만하다고 판단한 유산을 선정하고 이를 세계유산위원회에 송부해 반영시킨 목록이다.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정식 제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1년 전에 해당 유산이 잠정목록에 반영돼 있어야 한다.

2011년 기준으로 잠정목록에는 모두 1522점이 올라 있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이 993점(65%)으로 여전히 많지만 자연유산 332점(22%), 복합유산 197점(13%)으로 문화·자연유산 못지 않게 복합유산의 신청이 많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국별 복합유산 잠정목록을 보면 중국과 프랑스가 각각 9점으로 가장 많고 멕시코 7점, 스페인 4점, 케냐·우즈베키스탄·이탈리아 각 3점, 이집트·이란·터키 각 2점씩이다. 우리나라에는 복합유산이 한 점도 없으며 잠정목록에도 올라 있지 않다.

도의회, 복합유산 등재 힘 실었다
공론화 주도… 관련 예산도 대폭 증액


세계복합유산 등재에는 제주도의회가 매우 적극적이다. 의회가 직접 나서 공론화를 주도하고 관련예산 증액에도 더욱 열정적이다.

제주도의회는 지난해 9월 문화관광위원회(위원장 안동우) 주최로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공론화를 주도했다. 제주를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린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토론회를 주도한 강창수 의원은 "제주다움을 담보하는 제주만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자연유산을 넘어 문화적 가치를 포함시킨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해야 한다"며 "유네스코에서 요구하는 등재기준과 절차, 내용 등을 파악하고 이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제주도가 앞장서서 도민과 함께 한마음 한 뜻으로 복합유산 등재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의회는 세계복합유산 등재 추진에 전폭적인 힘을 실었다. 도의회는 세계복합유산 추진 관련 예산을 당초 제주도가 편성한 1000만원보다 1억1000만원 늘린 1억2000만원으로 증액 조정했다.

제주자치도는 올해부터 자원조사 등 연구지원과 학술대회, 세미나 등 복합유산 추진사업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새해 세계자연유산의 지역적 범위와 결합시켜 복합유산의 등재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연구사업을 도의회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착실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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