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모여 우리가 되는 것처럼 결국엔 도내 복지 자원과 공동체를 연결하며 1인가구 지원 체계를 단단히 갖춰 나가야 한다.
[한라일보] 제주는 두 집 건너 한 집이 혼자 사는 '1인가구'다. 도내 1인가구 비율은 2022년 이미 33.4%를 찍었다. 혼자 생계를 꾸리는 1인가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같은 해 발표한 '2020~2050년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도내 1인가구는 2050년 39.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2000년 3.18명에 달했던 도내 가구원 수도 2020년 2.42명에서 2050년 1.98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여 년 전만 해도 한 집 당 3명 이상 사는 게 평균이었지만, 앞으로 또 20여년 뒤에는 1명 또는 2명이 사는 게 '보통'이 될 거라는 얘기다. 이는 가족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제주는 이런 변화에 맞춰 제대로 준비하고 있을까.
한라일보의 올해 창간 기획 '제주 1인가구 리포트'의 시작점도 거기에 있다. 분명 '다수'이지만 그동안 가족 기준 밖에 놓였던 1인가구의 삶을 살피고 지원 체계를 고민하기 위해서다. 초점은 노인 세대보다 복지망에서 소외될 수 있는 중장년, 청년층에 뒀다. 혼자 살기에 취약할 수 있는 주거, 식생활, 은둔·고립, 고독사 등의 문제를 이번 에필로그까지 모두 8회에 걸쳐 다뤘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야 더 나은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반영했다.
|갈길 먼 1인가구 복지망
결론부터 말하면 제주의 1인가구 안전망은 아직 헐겁다. 제주자치도는 '제주도 1인가구 지원에 관한 조례'(2021년 8월), '제주도 1인가구 고독사 예방 및 지원 조례'(2020년 4월)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1인가구 증가세에 발맞춘 차별화된 전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제주도의 '건강가정시행계획'에 한해 보면 더 그렇다.
한라일보가 여성가족부의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에 의해 수립된 2023년도, 2024년도 '지방자치단체시행계획'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의 1인가구 지원책은 사실상 65세 이상 '노인'에 집중됐다. 이 시행계획은 지자체가 1인가구 등을 포함해 다양한 가족 형태와 가족생애주기 변화를 반영해 수립하는 1년 단위계획으로 제주도의 '1인가구 지원계획'을 담고 있다.
올해까지 2년 치의 시행계획에는 각각 14개의 1인가구를 위한 일상돌봄 지원 사업이 담겼는데, 이 중에 절반가량인 6개 서비스 대상이 '노인'으로 한정됐다. 대표적으로 '홀로 사는 노인지원센터 설립·운영', '독거노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저소득 독거노인 주거비 지원' 등이다.
중장년 1인가구 특화 사업으로 좁히면 2023년도 시행계획에 포함된 '건강음료 전문 판매원 활용 안전 확인 서비스'(만 60세 이상 만 64세 이하 안부 확인이 필요한 가구)가 유일했다. 청년 1인가구 대상 사업은 올해까지 2년간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등 모두 '주거' 지원에 그쳤다.
이외에 성별·연령에 구분을 두지 않은 '빅데이터 활용 1인가구 안부 살핌 서비스', '제주 1인가구 실태조사 및 지원계획 수립' 등이 두 해에 모두 포함됐지만, 세대별로 다른 사회보장욕구를 반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제적 곤란, 사회관계 단절 등의 복합적인 위기를 경험하는 중장년 1인가구와 주거 문제에 더해 식생활, 은둔·고립 등에 놓이기도 하는 청년 1인가구를 지원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중장년 1인가구에 대한 지원은 복지 현장에서도 큰 고민거리다. 위기 가구를 발굴해 자립을 지원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사실상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호소도 나온다. 도내 종합사회복지관 등 인프라를 활용한 제주도 차원의 1인가구 지원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2곳에 있는 '가족센터' 역할 강화도 중요하다. 현재는 서귀포시가족센터에서만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위한 지원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여성가족부로부터 사업비를 지원 받으면서다. 이에 반해 제주시가족센터에는 아직 해당 예산이 내려오지 않았다.
서귀포시가족센터 관계자는 "가족센터 사업의 경우 연령이나 소득 기준 없이 서귀포에 거주하는 1인가구, 또는 예비 1인가구라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면서 "지난 9월 기준 1178명이 교육, 문화, 자조, 특별 활동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족센터는 도내 1인가구를 폭넓게 껴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거점으로 1인가구 지원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
|서울시 1인가구 포털 '주목'
1인가구 지원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전달 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지금처럼 제주도와 행정시, 읍면동이 시행하는 1인가구 서비스가 뿔뿔이 흩어져 있는 구조에선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특별시가 운영하는 1인가구 포털 '씽글벙글 서울'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는 물론 25개 자치구, 청년센터, 50플러스재단, 복지관 등이 진행하는 1인가구 지원 프로그램 정보를 한 데 모은 플랫폼이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도 가능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9월부터 운영된 이 플랫폼에는 하루 평균 1300명이 방문하고 있다.
서울시 1인가구지원과 관계자는 "플랫폼 안에 '1인가구 소식 받기'라는 기능을 두고 한 달에 두 번, 참여 프로그램이나 지원 제도 등에 대해 새롭게 업데이트된 정보를 이메일로도 발송하고 있다"면서 "많은 1인가구가 본인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정보가 플랫폼에 올라올 수 있게끔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1인가구를 발굴·지원하려면 지역사회와의 연계도 중요한 과제다. 행정의 한정된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서귀포시가 운영 중인 '서귀포 희망 소도리 발굴단'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카카오톡 채널 '서귀포 희망 소도리'에선 시민 누구나 위기가구를 발굴해 제보할 수 있다. 이를 서귀포시 담당자가 접수하고 읍면동을 통한 방문 상담을 진행한다. 현재 이 채널을 매개로 복지 자원을 공유하고 알리기 위해 58개 기관·민간 단체 등이 협약을 맺고 힘을 모으고 있다.
아직 채널 활성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분명 눈여겨볼 만하다. 하나가 모여 둘이 되고, 둘이 우리가 되는 것처럼 제주 공동체를 연결하며 1인가구 지원 체계를 단단히 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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