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는 '원룸'에만?… 주거 선택권 먼 얘기 [기획]

1인가구는 '원룸'에만?… 주거 선택권 먼 얘기 [기획]
[제주 1인가구 리포트] (2)청년 1인가구의 삶- ②주거
도내 청년 1인가구 '월세' 비중 높아
임대료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수요↑
한정된 공급에 경쟁 불가피·면적 제한
공급 확대만 집중? “주거 의미 제고”
  • 입력 : 2024. 08.05(월) 04:00  수정 : 2024. 08. 05(월) 21:54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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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갓 진입해 주거 자금이 충분치 않은 청년 1인가구에겐 주거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다. 경제적인 한계가 주거 형태, 면적 등을 좌우하다 보니주거 선택지를 넓힐 공공임대주택 보급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라일보] "회사와 집이 멀다는 게 독립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였어요. 자유롭게 혼자 살아보고 싶기도 했고요."

지난해 11월 '나만의 집'을 구해 1인가구가 된 김서연(가명·28, 제주시 삼도동) 씨가 말했다. 독립 초반에는 "모든 걸 혼자 해야 한다는 게 버겁게 느껴졌다"는 서연 씨이지만 지금은 혼자 사는 삶에 만족하고 있다. "온전히 내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출발도 비교적 순탄했다. 가장 걱정이던 집값 부담을 덜게 되면서다. 한 달 벌이가 190만원이라는 서연 씨는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 입주자로 선정되며 살 곳을 얻게 됐다. 달마다 집세로 내는 금액은 12만원. 같은 지역 원룸의 월세가 최소 30~4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달 30만원가량을 아끼고 있다.

서연 씨는 "전기세나 가스비, 관리비는 별도로 지출해야 하지만 월세까지 포함해도 월급의 10% 정도"라며 "대체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했다.

ㅣ공공임대주택 수요 높지만…

서연 씨처럼 도내 청년 1인가구의 상당수가 매달 고정적인 비용을 집세로 지출하고 있다. 자기 집이나 전세보다 '월세' 거주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가 2022년 '제주도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2019년)를 분석해 담은 '1인가구 사회보장욕구유형 및 특성' 보고서를 보면 1인가구라고 응답한 청년의 절반 이상인 58.7%가 월세로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집세를 덜 수 있는 '행복주택', '청년 매입임대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의 수요가 높다.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임대료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맡고 있는 제주도개발공사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개발공사가 도내 청년 가구에 보급한 행복주택은 전체 물량(294호)의 38.4%인 113호인데, 이곳에 입주한 청년이 매달 내는 임대료가 14만9000원을 넘지 않는다. 소득이 적을수록 임대료 부담도 낮아지다 보니 최저 임대료는 한 달 기준 7만1770원이다. 제주개발공사가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무주택 미혼 청년에 임대해 주는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월 임대료도 7만5790원~26만5410원으로 시세보다 40~50% 저렴하다.

서진영 씨가 지난해 결혼 전까지 살았던 서귀포시 내 행복주택의 내부. 5평 정도로 공간이 좁다 보니 출입구에 맞닿아 주방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공급 물량이 한정돼 있어 원한다고 모두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높은 경쟁률도 넘어야 한다. 제주개발공사가 보급한 행복주택의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 기준 22.9대 1을 기록했다.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또 다른 공공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청년에 공급한 도내 행복주택 7개 단지의 대기자 수는 평균 33명(6월 기준)을 넘었다. 이 중에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행복주택 대기자는 91명에 달했으며, 서귀포혁신도시 LH3단지 70명, 서귀포중앙(16㎡) 30명 등 순으로 대기 인원이 많았다.

이 같은 대기 행렬에는 비용적인 만족에 더해 일정 기간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복주택, 청년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2년 단위 재계약을 통해 6년 또는 10년까지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막 진입해 주거 자금이 충분치 않은 청년 세대의 주거권을 보장해 주는 대표 정책인 만큼 공급 물량을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제주도 청년사회경제실태조사에서 청년에게 필요한 주거 정책을 물었더니 청년 1인가구의 49.1%가 1순위로 '공공주택 공급 확대'를 꼽았다. 바로 후순위인 '청년을 위한 보증금 및 전세금 대출 지원'(25.0%)보다 두 배가량 높은 응답률이었다.

사진은 김서연 씨가 현재 살고 있는 제주시 삼도동에 있는 행복주택 내 주민센터. 대략 20평이 넘는 공간이지만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ㅣ'1인가구=원룸'… 선택지 없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공급 확대가 답이 될 순 없다. '1인가구=원룸'이라는 등식을 깨는 공공주택 공급 정책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1인가구가 점점 늘고 있는 데다 주거 형태가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선택의 폭'을 넓혀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제주개발공사가 도내 청년에 공급한 행복주택, 청년매입임대주택의 평균 전용면적은 각각 21.15㎡, 27.45㎡로 6~8평에 그쳤다. LH가 대학생·청년에 공급한 행복주택 전체 380호 중에 74%(282호) 이상이 16㎡로, 5평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거 공간이 주는 의미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따른다. 집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서 1인가구 주거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제주도 차원에서 유도주거기준을 마련하는 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1인가구 사회보장욕구유형 및 특성'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2015년 주거기본법 제정 당시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위한 유도주거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현재까지 공고되지 않았다"며 "제주도 최초로 유도주거기준을 마련해 1인가구의 주거수준 향상과 주택의 품질 개선을 시도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청년임대주택의 좁은 면적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건물 내 입주민 공동 시설을 활용해 실생활 반경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결혼 전까지 행복주택에 살았다는 서진영(36·가명, 서귀포시 법환동) 씨는 "전용면적이 16㎡였는데 침대 하나를 들여놓으니 거실 겸 침실의 남는 공간이 통로 역할을 하는 정도였다"며 "주방도 복도 형식으로 돼 있어 딱 간단한 요리만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건물 내에 도서관으로 조성 예정이라는 공간이 입주 2년 동안 텅 비어 있었다"며 "이런 공간을 공용 세탁실, 공유 부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연 씨도 "행복주택 건물 내에 주민센터, 커뮤니티실 등 꽤 넓은 면적의 공동 공간이 있지만 실제 활용은 되지 않고 있다"며 공간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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