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제주농업생태원

[길 路 떠나다]제주농업생태원
감귤 숲길·자생식물 터널·작은 동물원… 아이들의 체험교육장
  • 입력 : 2014. 04.25(금)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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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
가족과 '나만의 정원' 거니는 느낌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갖가지 감귤나무

"다양한 품종의 감귤을 만날 수 있다" "감귤따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작은 동물원과 잔디광장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도 있다"

이 모든 경험을 한 곳에서 가능하다면? 바로 서귀포시 하례리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 있는 제주농업생태원에선 가능하다.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농업생태원 입구에 다다르니 기술센터 관계자들 외에는 방문객을 찾아볼 수 없다. 아직까지는 생태원을 찾는 관광객과 도민은 많지 않다. 잘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석'처럼 말이다.

입구에서 바라보면 바로 눈에 띄는 것이 농특산물홍보관이다. 외형이 감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감귤과 연관된 곳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입구를 지나면 금물과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제주하면 감귤. 이 곳 농업생태원 일대에는 이조 중종 21년인 1526년에 '금물과원(禁物果園)'이라는 국가과원이 먼저 설치돼 가장 오랜기간인 400여년간 존속됐다고 한다. 과원에는 당유자, 유자, 진귤, 금감, 청귤, 석금귤, 동정귤, 감자, 당금자, 탱자 등 감귤뿐 아니라 뽕나무, 동백, 매화, 모과 등을 재배했으며 방풍수로 대나무를 심어 바람을 막았다. 현재의 과원에는 당시 재배했던 재래귤과 약용과수, 1913년 일본인 미네씨가 도입한 온주감귤을 식재해 다양한 품종을 보존하기 위해 복원했다.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과원 뒤편으로 감귤품종 전시홍보관이 있다. 대형 비닐하우스 안에 극조생온주와 조생·보통온주, 만감류, 재래귤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야외에는 돌 전시장과 텃밭이 잘 가꿔져 있다.

감귤 숲길도 있다. 숲이라기엔 2% 부족한 느낌이지만, 주변의 감귤나무가 에워싼 길을 걷는 기분은 여느 숲길과 같다.

숲길을 지나고 천연염색 야외체험장에 다다르면 원예치료실과 허브동산을 만난다.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다는 느낌을 받는다. 키위터널을 지나 내려가면 농업생태원의 메인 이벤트가 우리를 맞는다. 한눈에 펼쳐진 녹차밭의 구불구불 녹차길 곁에는 제주초가에 다원이 있다. 바로 옆에는 작지만 아담한 미로공원이 탐방객을 유혹한다. 미로공원 중앙의 2층 탑에 올라가 녹차원과 주변 지역을 모두 조망할 수도 있다. 구불구불 미로는 탑에 올라 가는 길을 기억하면 어렵지 않게 빠져나갈 수 있다.

미로를 빠져나와 잔디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면 자생식물 터널을 지나 감귤따기 체험장과 소동물원에 다다른다. 닭과 오리, 토끼 등 동물의 종류가 그렇게 다양하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함께라면 좋은 체험교육장이 될 수 있다. 주변 잔디광장에서 생태원을 조망하며 잠쉬 쉬었다가면 좋다.

잔디광장을 빠져나와 녹차원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소박하게 마련된 생태늪에서 색다른 정취를 맞보다 보면 생태원을 다 봤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길을 돌아 나가는 길로 빠져나오면 처음에 들어왔던 돌 전시장으로 나올 수 있다.

돌 전시장으로 들어서기 전 만감류하우스와 인접한 삼거리에는 '금물과원 지킴이 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서있다. 조선 19대 임금인 숙종(1674~1720년) 시절에 이 곳에서 동쪽에 자리한 금물과원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에 소나무를 심었는데, 곧게 자란 소나무는 도벌꾼들에 의해 없어지고 현재까지 겨우 두 그루만 남아 있어 마을사람들이 보호해오던 나무다. 수령은 현재 350여년이 됐다.

생태원은 아직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그렇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더 좋다. 가족들끼리만 함께 생태원을 거닐고 다양한 볼거리, 체험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 방문객이 많지 않아 나만의 정원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이다. 감귤수확철이 되면 더 많은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되겠지만 지금 이 곳을 찾는다 해도 결코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중간중간 간단한 숨고르기만 하고 생태원을 돌아본다면 30분에서 1시간이면 편하게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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