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 길을 찾다]<br>(5)비엔나·크렘스

[살아 숨쉬는 도시, 역사·문화유산으로 길을 찾다]<br>(5)비엔나·크렘스
19세기 황실 마굿간 세계최대 문화복합체로
  • 입력 : 2015. 09.09(수)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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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의 랜드마크 슈테판 성당. 사진=이현숙 기자

인구 3만명 안 되는 역사도시, 유네스코 상 받기도
옛 담배공장·수도원 건물 활용해 박물관거리 조성

'도나우 강'이 흐르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시에 있는 (MQ -Museums Quartier)는 세계 최대 문화복합체다. 300년도 더 된 건물이다. 18세기 1700년대 바로크시대 건물로 18세기에 입구 문, 건물 등의 중앙 돌출부를 만들었고, 다른 부분은 19세기에 만들었다. 원래 황실의 마굿간이었는데 개조·확장해 문화복합공간으로 구축했다.

현재 마굿간 건물 양쪽으로는 뮤지엄이 두 개가 건립됐다. 엠큐의 광장에는 파란 조형물이 눈에 띄는 데 의자 겸 테이블 등으로 쓰이고 있다. 24시간 개방해 지역의 청소년이나 젊은이들도 자주 찾아 즐긴다.

황실마굿간이 세계최대문화복합체로 변모한 MQ의 전경.

어떻게 황실마굿간이 세계최대문화복합체가 됐을까. 1918년 1차 대전 끝나고 황정이 물러가면서 황실시대가 끝나면서 소용없어진 마굿간은 한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1920년에는 비엔나 박람회 같은 것을 열기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후 문화공간으로 사용하다가 1985년 또다시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를 통해 1990년 문화복합공간 '엠큐'를 만들자는 의견이 도출됐다. 하지만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건축 공모, 감정·심사위원회 등의 동의 등을 거쳤지만 구시가지와 구분할 수 있는 구역 타워 건설 등의 계획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상당기간 사업 추진이 지체되기도 하고, 사업 규모도 축소됐다. 그때문에 마굿간 양쪽의 뮤지엄의 높이도 낮아졌다. 그래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클림트와 에곤 쉴레 등 비엔나가 낳은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클림프 그림을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 미술관이다.

사진 왼쪽부터 스트리치크 씨, 스메타나 씨.

비엔나 시 문화국 공무원 수잔네 하이더 씨는 "자신의 집을 수리할 때도 그냥 나 하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네 전체의 아름다움과 환경을 고려해 이웃과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그 밑바탕은 '자긍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취재팀이 찾은 또다른 현장은 '슈피텔베르크 구역'. 이곳은 집창촌으로 빈민가이자 범죄소굴이었던 곳이다. 방치된 이곳에 대해 일부에서는 몽땅 밀어버리고 새로 짓자고 건의했지만 주민들은 '재생'을 선택했다. 그래서 비엔나 시가 일부 건물들을 하나하나 구매해서 개량했다.

스메타나씨는 1970년대 당시 슈피텔베르크 구역을 밀어버리자는 의견에 반대운동을 벌였던 역사적인 인물이다. 20대 청년이었던 그는 동료들인 대학생들과 데모를 하며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지켰다며 예전 신문에 게재됐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공학석사이자 건축가인 그는 비엔나 시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비엔나 23구 중 이주민들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16구의 '구역 케어'담당자이다. 1970년대 비엔나 최초로 '구역케어'라는 프로그램이 생겼는데 이는 구역을 유지·관리·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비엔나의 슈테판 성당은 도시의 랜드마크다. 이 건물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없게 했다. 이는 모두 비엔나 시의 프로그램과 국가의 구시가지보존법을 통해 관할됐고, 지원됐다. 이후 이곳은 역사적 건물들을 보존하는 전제 하에서 쇼핑센터, 문화시설, 주거공간들을 만들어내 살기 좋은 곳, 찾아오고 싶은 곳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밤 시간 활성화를 통해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공간을 구축하자는 일념 하에 다양한 연극공연, 시장 등이 열렸다.

담배공장을 개조한 카페의 내부.

이어 찾은 곳은 중세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크렘스안데어도나우(Krems an der Donau)'는 도나우 강과 접하고 있는 항구도시다. 크렘스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성벽으로 둘러싸인 구시가지는 엄격한 법에 의해 관리된다. 10~12세기 중세시대 건물들이 남아있는 구시가지에는 1250년대 도미니카 수도원, 고딕식 성당과 바로크 성당, 1300년대 작은 기도소도 있다. 구시가지 안뜰 예전 우체국으로 사용되었던 500년 된 집은 레스토랑과 호텔로 활용되는 등 최대한 보존하면서 활용하고 있다. 구시가지 내에는 상점가와 쇼핑센터도 조성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찾아든다. 인구가 2만 5000명밖에 안되지만 대학교까지 있다. 오스트리아 제일의 백포도주 집산지다.

스트리치크 크렘스 시 관계자는 "오래된 건물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물관이 있는 거리는 '쿤스테 마일레'. 그 길에 1850년대 담배공장이 있었고, 1970년에 폐쇄됐다. 1995년에 닫혀있는 공장을 뮤지엄으로 조성했다. 인근 양탄자 공장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400년 된 '운트'라는 수도원은 과거에 유명한 와이너리였다. 옛 것과 새 것의 조화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예전에 있었던 담을 일부러 페인트 칠하지 않고 그대로 노출해 보여주고 있다. '공존'의 미학이 깊게 다가온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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