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행복한데 나만 불행한 거 같았다. 장애아를 둔 대가족의 한 부모 가장으로서의 삶의 무게. 무조건 벗어나고 싶었다. 그리하여 행복을 되찾으리라. 그렇게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팔도 사방을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제주에서 행복과 만났다.
제주에 정착한 여성학자 오한숙희씨가 제주에 정착하기까지 방랑했던 기록을 적은 '사는 게 참 좋다'를 펴냈다. 이 책은 방랑의 길에서 만나 자신을 회복시켜 준 사람들의 신의 한수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에 다 실을 수는 없었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다 내 인생의 멘토였고 힐러였다"며 "그들에게 '지금, 행복하다'는 말로 감사를 전한다"고 적었다.
그녀는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행복은 달달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배신을 쑥으로, 가난을 마늘로, 외로움을 동굴삼아 '행복'을 재탄생시킨 것이었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며 찾아낸 삶의 지혜, 그건 그들의 신의 한 수 였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저자가 갖고 있는 신의 한 수도 발견했다. 그건은 '말'이었다.
'돌아보면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은 '말무당'이었고, 여성학과 여성운동은 '현대판 굿'이었다.…나의 말은 사람들을 태우고 달리는 것이었다. 그들을 태우고 바람같이 달려 속 시원한 세상에 데려다주는 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그 타고난 본분을 다하는 동안에만 나는 신명나게 살 수 있었다. 사람에게는 딱 그것을 해야만 행복하도록 타고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이 신의 한 수이다. 자기가 타고난 것, 그 한 수로 자아를 실현하고 보람을 느끼며 사는 것이 행복한 인생의 비밀임을 나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나는 말무당이다' 중에서)
연로한 어머니, 딸의 장애, 생계를 책임진 가장. 지금 저자의 삶의 조건은 예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제주에서 다시 행복해졌다. 방랑기를 거치는 동안 자신이 누구인지,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고 나니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조건들을 다시 감당할 용기가 생겨났다고 했다. 그래서 1년짜리 연셋집에 살아도 그녀는 아무 걱정이 없다. 나무를 심는 사람들.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