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전기차 전용 주차공간으로 리모델링이 한창인 아케르스후스 요새 내 지하 방공호. 맨 오른쪽에 충전시설이 보인다. 노르웨이 오슬로=최태경·강경태기자
세금 감면으로 차량 가격 낮추고 파격 인센티브내연기관차서 전기차로 자연스레 수요 이전 효과보급 대수 10만대 육박… 충전인프라 확대 최선
지난 1일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중앙역과 왕궁을 연결하는 칼 요한슨 거리(Karl Johans Gate)를 중심으로 오슬로시청과 국립극장, 오페라하우스 등 유명 관광지가 즐비하다.
북유럽의 본격 관광시즌을 맞아 국내·외 관광객들이 붐비는 이 곳에서는 트램과 버스, 지하철을 비롯해 시에서 무료로 대여해주는 자전거 등 대중교통 시스템이 편리해 일반 차량 운행이 다른 도시처럼 많게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오슬로 시내 골목골목, 주요 기관과 아파트 주변 주차장은 물론이고 대중교통과 함께 내달리는 차량들이 있었다. 차량 번호판이 'EL'로 시작되는 바로 전기자동차였다.
지난해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모델 S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팔린 나라, 폭스바겐 골프 전기차와 닛산 리프, BMW i3, 한국 기아자동차의 소울 등 세계 전기차 시장의 각축장이 된 전기차의 천국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를 찾았다.
아케르스후스 요새 내 방공호 입구
▶각종 지원정책 주효= 노르웨이에서는 지난 1990년대부터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기차 도입 정책을 본격화한다.
최근 미세먼지 문제로 경유값 인상을 공론화했다 무산되더니 수 년전의 대기환경 개선 대책을 재탕하며 들고 나온 우리나라의 근시안적인 대책과 비교된다.
노르웨이가 '전기차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국민이 전기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 때문이다.
복지 강국인 노르웨이는 그만큼 많은 세금을 걷는다. 물가가 소위 '깡패' 수준인 이유다. 자동차의 경우도 다른 나라와 달리 각종 세금이 붙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올라간다.
하지만 노르웨이에서는 1990년부터 전기차에 대해 소비세를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다. 1996년부터는 주행세도 인하하는가 하면 2000년부터는 영업용 차로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자동차세를 50% 낮춰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01년부터는 25%에 달하는 부가가치세까지 면제해주면서 일반 차량과 비슷한, 아니 더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차량 가격의 일정 부분을 보조하면서 해당 보조금이 제조업체로 지원되는 직접적인 지원제도라면, 노르웨이의 경우는 국가가 거둬야 할 세금을 감면해 지원하는 간접적인 지원제도로 볼 수 있다.
이같은 보조금 지원정책 외에도 노르웨이에서는 무료 충전과 공공주차장 이용요금도 받지 않는다. 특히 전기차는 버스나 택시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노르웨이의 주요 교통수단 중의 하나인 페리선 이용료도 무료고 유료도로 통행료까지 면제받는다.
이같은 효과로 인해 지난해 노르웨이에서는 미국의 테슬라 전기차 모델 S가 4039대, 폭스바겐 골프 전기차 8943대, 닛산 리프 3189대, BMW i3 2368대 등 총 2만5779대의 전기차가 판매됐다.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은 17.1%로 전 세계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은 물론 전기차 시장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방공호에 마련도니 전기차 충전시설
▶충전 인프라 확대 최우선= 애초 우리나라와 달리 노르웨이에서 전기차 충전소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다.
노르웨이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반 충전소 6203개와 232개의 급속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오슬로시에만 일반 도로에 950개의 충전소가 설치돼 있기도 하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완속충전기다. 전기차 이용자들의 공용충전소에 대한 사용 요구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 문제가 부각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올해 6월 현재 노르웨이에 전기차 보급대수는 9만대를 훌쩍 넘긴 상태다.
차량 번호판도 'EL'로 시작되는 번호가 9만9999번까지만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조만간 다른 이니셜로 시작되는 번호판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전기차가 늘면서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현재 수력으로 모든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것은 노르웨이의 행운이다. 이같은 전력공급방법이 전기차 확산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제주도가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겠다는 부분과 접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
최근 노르웨이에서는 주차장마다 모든 충전기를 설치해 전기차와 내연기관 구분없이 이용이 가능한 장소를 늘려가는 중이다. 충전기를 갖춘 주차장을 두고 일반 내연기관차 소유자들과의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오슬로를 비롯해 노르웨이 많은 지역에 주차장도 갖추지 못한 아주 오래된 아파트가 많다. 이런 곳의 경우는 주변 길가 주차장에 충전소를 계속해서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2017년까지 주요 간선도로의 50km 구간마다 충전을 할 수 있는 멀티스테이션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내권 운행에만 국한된 '세컨드 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복안이기도 하다.
오슬로 시청사 앞 거리주차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기차.
▶세계 최초의 지하 전기차 전용 주차장= 오슬로 시에서는 충전소 설치를 위한 특단의 대안을 마련해 현실화시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세계 최초 지하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다.
오슬로 시는 1299년 호콘 5세에 의해 왕궁으로 세워졌다가 지금은 영빈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아케르스후스(Akershus) 요새와 성'의 지하 방공호를 리모델링해 전기차 100대를 주차하고 동시에 충전이 가능하도록 전문주차장을 건설중으로, 오는 7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스투레 포트빅(Sture Portvik) 오슬로시 전기차 총괄 팀장은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기 때문에 충전 인프라 확대에 대한 필요성도 당연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며 "2008년에는 전기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이 극히 드물었다. 그런데도 당시 오슬로시에서 200개의 충전소 자리를 확보했었는데, 2012년 이후부터 충전소 부족에 대한 문제점이 나오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요에 맞춰 충전기 공급도 당연히 늘려야 한다. 하지만 주차공간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지하로 내려가거나 지상으로 올라가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아파트 위 주차시설이나 지하의 방공호 같은 장소를 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곳은 1년전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여유공간에 대한 확인은 물론 내부 전기차 충전상황이나 주차 상황 등은 전산망을 통해 컨트롤타워에서 조작과 확인까지 가능한 시스템"이라면서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모든 주차공간에 센서가 설치돼 있고 화재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터널 속의 CCTV와 센서가 오슬로시 교통국과 소방서에 바로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100개의 충전기와 관련해 "수요에 따라 급속으로 할 것인지, 완속으로 할 것인지 어느 한 주차공간으로 충전능력을 집중할 것인지 등등 조절이 가능하다"면서 "지금 오슬로에 이런 대형 전기차 전용 주차장이 두 곳이 더 시설 중이며, 앞으로도 이런 공간을 더 많이 찾아내 충전인프라 확대를 꾸준히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최태경·강경태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