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담론]저출산과 제주 미래에 대한 꿈

[목요담론]저출산과 제주 미래에 대한 꿈
  • 입력 : 2016. 08.11(목)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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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연구를 하면 할수록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체감도 높은 연구, 실효성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 삶의 질에 기여하는 실천적 연구에 대한 욕구는 개인적으로 정책연구를 선택한 동기이면서 업무적으로도 주어지는 기본적인 요구이기에 자기성찰의 아킬레스건이 되곤 한다.

그중에서도 저출산은 정말 어려운 주제이다. 체감도 높고 실효성 있는 저출산 대책이란 어떤 것일까? 지난 7월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저출산 정책 수립 연구를 시작하면서 마음이 무겁다. 한국사회 저출산 문제, 제주지역 저출산 대응,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대개 한 나라의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연령대의 한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자녀의 수)이 1.30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0으로 낮아진 이후 지난 15년 동안 줄곧 1.30 미만에 머물고 있다. 제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1.48로 전국 평균보다는 높지만 인구 대체 수준 이하로 낮은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가 저출산 대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05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08이었고, 두 번에 걸친 저출산 5개년 계획 수립 기간이 지난 2015년 1.24로 큰 진전이 없었다. 정부는 제3차 저출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50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초저출산 현상은 한국사회 삶의 질의 현실을 종합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갖고, 그 자녀를 잘 키워내는 것, 이는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거시적 인구 문제 이전에, 개인들의 인생을 거는, 어쩌면 다른 것으로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삶의 강력한 원천이자 존재 이유가 되어 왔다.

그 인생을 거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또는 못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 일을 했던 사람들은 다시 하라고 하면 못 할 것 같다고들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20~49세 기혼여성 중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8.2%로 반수에 미치지 않았다. 결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미혼 여성은 39.7%에 그쳤다.

초저출산 현상은 한국사회의 가족, 문화, 교육, 사회, 경제적 구조들과 작동방식들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나타난 결과이다. 성 불평등한 가족 규범과 문화, 자녀의 실패와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승자독식의 보상 구조, 그로 인해 깊어가는 부모-자녀 및 계층 갈등의 심화, 개인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성장과 일 중심의 조직문화, 부모들 스스로도 지속적인 자기 계발을 요구받으며 노동으로부터의 은퇴가 마무리되지 않는 고단한 고령화 사회, 이 모든 문제들이 결혼, 출산, 자녀 양육의 선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아이를 갖고, 그 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함께 잘 키울 수 있는 사회, 그 사회를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것일까? 대안적 삶을 찾아서 많은 이주민들이 유입되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이 제주를 그런 사회로 바꾸어 나갈 수 있을까? 그 일은 누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연구에 담아야 하는 것은 연구자의 고민이지만, 자신과 자녀세대가 행복한 제주의 미래에 대해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변화들을 실천할지에 대한 고민은 제주를 사랑하는 도민 모두의 몫이 아닐까? <고지영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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