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제주에 여행 온 20대 여성이 실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행히 이 여성은 사라진 지 나흘만인 13일 무사히 발견됐다. 며칠째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놔두고 관광에 나선 게 큰일을 당한 것 아니냐는 걱정을 산 것이다. 실종 사고인 줄만 알았던 이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그저 헛웃음 짓고 넘어갈 수만은 없다.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될 당시의 반응 때문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주요 뉴스로 다뤄지자 누리꾼은 이런 댓글을 쏟아냈다. '무사히 돌아오라'는 바람이 주됐지만 '제주도는 이제 안전 지역이 아니다' '넘쳐나는 중국인 관광객 때문에 무섭다'는 식의 내용이 상당했다.
어쩌면 제주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던 건 현재 도민들의 인식도 다르지 않은 듯해서다. 이런 우려는 제주관광이 마주한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올 한 해 제주는 사상 처음으로 관광객 1500만명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달갑지만은 않다. 매년 신기록을 갈아 세울 때마다 제기됐던 문제가 여전히 반복되는 탓이다. 대기업과 중국자본, 특정업계에 쏠리는 관광 수입,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 등은 해결될 기미가 없고 난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 교통난, 쓰레기 처리 등에 대한 고민도 크다.
안전에 대한 걱정도 만만치 않다. 지난 9월 제주시내 한 성당에서 중국인에 의한 피살 사건이 발생하자 무사증(무비자) 입국 제도를 폐지하라는 요구가 들끓기도 했다. 관광객이 늘면서 덩달아 증가하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우려 섞인 불만이 터진 거나 다름 없다.
국민안전처가 지난 8일 발표한 지역안전지수는 제주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제주도는 자연재해와 함께 범죄, 안전사고 지수에서 최하 위인 5등급을 받았다. 도민의 삶과는 무관하게 쓰여지는 '제주관광 1500만 시대'라는 기록이 왠지 더 공허해진다. <김지은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