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1500만 명을 넘어섰다. 1980년대 초반, 관광객 100만 명을 돌파한 지 약 35년 만이다. 그동안 감귤 등 1차 산업을 중심으로 하던 제주도의 경제는 점차 관광산업으로 치우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도내 관광 부가가치 추계 및 관광객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제주도 관광산업은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하였고, 고용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과실이 관광산업 노동자의 급여로 분배되기보다는 관광사업체의 영업잉여로 더 많이 쌓였다고 한다. 또한 오히려 관광객 수의 급증으로 인해 교통체증과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며,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금 누리고 있는 관광산업의 호황은 아름답고 청정한 자연환경을 무료 또는 아주 저렴하게 활용함과 동시에, 제주도민들의 구조적 저임금과 삶의 질 악화를 토대로 이뤄진다고 주장할 수 있다. 정치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자연을 수탈하고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관광산업은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방식의 성장은 오래갈 수 있을까? 관광산업을 위해 개발을 많이 하면 자연이 훼손되어 관광객으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고, 저임금의 고착화는 노동력의 재생산을 어렵게 하여 양질의 노동력 공급은 갈수록 힘들게 된다. 궁극적으로 관광산업은 그 기반부터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고용과 성장 등 지역경제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의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면서 제주도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환경보전기여금'의 실현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연의 가치를 실제 현금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러한 재원으로 자연환경 보전뿐 아니라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제주도와 도의회,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킹그룹에서 지난주 최종적으로 "제주도 전 지역에 대한 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제도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하여, 행정에서 적극 추진할 것"을 권고하였다.
물론 법적 근거확보가 가장 큰 난제이지만, 다양한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입법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제주도의 환경 질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방문객에 대해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거나, 세계적 수준의 자연환경을 즐기는 방문객에게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할 수도 있다. 또한 제주도 자연환경의 질과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을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적정한 수용력 이내로 방문객을 제한하기 위한 예약제 또는 입장료의 징수 등 '환경보전기여금'을 도입하기 위한 논리는 충분하다. 이를 토대로 자연공원법을 개정하여 제주도 전체가 지정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대한 입장료를 징수할 수도 있다.
언젠가 이러한 제도가 실현되면 수입의 절반은 사유지의 매입과 해설사의 의무동행 등 자연환경의 보전에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도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러한 생태적 시민배당은 관광산업에 따른 구조적 저임금의 해소에는 미미할 수 있겠지만, 자연이 나눠주는 세뱃돈이라 생각하면 도민들의 자연보전의식과 행동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될 것이다.
<김동주 제주대 강사·환경사회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