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품 트레킹 제주섬의 길을 묻다(3)]제1부 명품 트레킹을 찾아서-(1)안나푸르나 히말라야(하)

[세계의 명품 트레킹 제주섬의 길을 묻다(3)]제1부 명품 트레킹을 찾아서-(1)안나푸르나 히말라야(하)
인간의 발길 허락치 않는 '세계 3대 미봉' 마차푸차레
  • 입력 : 2017. 02.01(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세계 3대 미봉중 하나로 꼽히는 마차푸차레(6993m)가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있다. 세계 3대 미봉은 에베레스트 지역에 있는 아마다블람(6856m)과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그리고 유럽 알프스에 자리한 마테호른(4478m)을 일컫는다. 마차푸차레는 두개로 갈라져 있는 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물고기의 꼬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 '피쉬 테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네팔인들이 매우 신성시하는 산으로 등반이 금지돼 있다. 사진=강시영 선임기자

만년설 고산준봉들 파노라마
히말라야 숨결 온몸으로 체험
베이스캠프 오르막 고산증세

고대하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 트레킹 코스의 대미를 장식하는 날이다. 롯지인 데우랄리(3200m)를 출발해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3700m), 최종 목적지 ABC(4130m), 다시 MBC로 복귀하는 여정이다. 트레킹에 나선지 어느새 나흘째다. 새벽부터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데우랄리에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헤드랜턴을 두른채 5시부터 길을 재촉했다. 고산병 예방을 위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걷는 슬로우 트레킹이 본격화된다. 히말라야 고산 트레킹을 하는 많은 여행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고산증에 따른 고통이다.

고산병은 사실은 병이 아니다. 우리 몸이 높은 고도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고도계 바늘이 보통 3000m를 넘으면서부터 희박한 산소 때문에 슬슬 머리가 아파오며 고산증세를 느낀다. 평소보다 숨이 가빠진다. 조금 빨리 걷거나 오르막을 오를 때 평소보다 더 쉽게 숨이 찬다. 구토, 어지러움, 손발 저림, 무기력증, 답답함, 빠른 심장 박동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불편하면 상비약을 먹는다. 우리 일행에도 고산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천히 걷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게 좋다. 그러나 고산증에는 고도를 내리는 것 외에 어떤 특효약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4130m).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고 그늘진 협곡에도 햇살이 비추기 시작한다. 협곡은 울창한 원시림 대신에 키작은 나무로 바뀐다. 수목한계선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협곡의 깎아지른 절벽이 압도하고 고산 준봉들의 자태가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숨이 가빠지고 트레커들의 발걸음은 더디다. 데우랄리에서 2시간 남짓 지났을까.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3700m)다. 세계 3대 미봉중 하나로 꼽히는 마차푸차레(6993m)가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있다. 세계 3대 미봉은 에베레스트 지역에 있는 아마다블람(6856m)과 안나푸르나 마차푸차레, 그리고 유럽 알프스에 자리한 마테호른(4478m)을 일컫는다. 마차푸차레는 두개로 갈라져 있는 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물고기의 꼬리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 '피쉬 테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네팔인들이 매우 신성시하는 산으로 등반이 금지돼 있다.

히말라야의 웅장한 숨결을 느끼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다시 떠난다. 날씨도 화창해 거대한 안나푸르나 산군(山群)을 만나는데도 거칠게 없다. 완만한 오르막으로 목적지 ABC까지는 2시간 거리. 몸은 지치고 숨은 가쁘지만 안나푸르나 산군은 황홀경 그 자체로, 트레커들에게 잊을 수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히운출리(6441m), 안나푸르나 남봉(7219m), 안나푸르나 1봉(8091m), 타르푸 출리(5663m), 강가푸르나(7455m), 마차푸차레(6997m) 등 만년설산의 파노라마가 360도로 거침없이 펼쳐진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와 트레커는 온전히 하나가 된다.

히말라야 품에 산사나이들 묻히다
박영석·제주출신 오희준 등
목숨 건 신루트 개척중 비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가슴 저미게 하는 낯익은 사진속 얼굴과 추모탑이 시선을 끈다. 바로 제주가 낳은 산악인 오희준과 신동민이다. 서귀포 토평 출신의 오희준은 1999년 초오유를 시작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0개봉을 단 한 번의 실패없이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안나푸르나 1봉(8091m)을 등정하던 때가 2002년 5월 4일이다. 이 뿐이 아니다. 44일간 무보급 최단기간 남극점 도보탐험과 북극점 도달, 베링해협 횡단 등 지구의 오지를 누비며 제주인의 기개를 떨치며 산악그랜드슬램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는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윗줄 가운데가 제주출신 오희준.

그는 2007년 5월 16일 에베레스트 남서벽에서 코리안루트를 개척하던 중이었다.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 7900m의 벼랑끝 제비집과도 같은 텐트 속에서 결전의 날을 앞둔 새벽, 불의의 눈사태로 그의 끊임없는 도전은 창창한 37세를 일기로 멈춰야 했다. 현재 그의 추모공원이 그의 고향인 토평동에 자리잡고 있다.

오희준과 이현조를 잃은 박영석 대장과 동료들은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9년 남서벽을 오르고야 말았다. 산사나이들의 우정을 보여준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도전이자 쾌거였다. 그러나 감격도 잠시,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에서 오희준과 이현조가 먼저 간 그 길을 따라 히말라야의 별이 되었다. 2011년 10월의 비보다.

이 곳에서 유명을 달리한 제주 출신 신동민은 당시 37세였다. 그는 2008년 오희준의 목숨을 앗아간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도전, 코리안 신루트를 개척하는데 기여를 했던 '괴력의 사나이'였다. 안나푸르나와 마주하고 있는 베이스캠프 한 켠에는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을 기리는 추모탑이 세워져 있다. 베이스캠프 기슭에는 산에서 잠든 수많은 영혼들을 위한 차디찬 돌탑과 더불어 깃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 이 곳 사람들은 깃발이 펄럭일 때 영혼이 바람을 따라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는다고 한다.

이제 돌아갈 일만 남았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의 진한 여운을 뒤로한 채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3700m)에서 여독을 푼다. 안나푸르나의 품 속에서 잠드는 밤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안나푸르나의 일출이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안나푸르나 산군이 햇살을 받아 하얀 자태를 드러낸다. 트레커들은 믿기 어려운 황홀한 광경에 너나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자신의 소원을 빈다.

촘롱에서 다시 하루를 머물고 지누단다(1780m)를 거치면 하산 길은 경로를 바꾼다. 시와이(1380m), 나야풀(1070m), 포카라로 이어지는 코스다. 촘롱에서 시와이까지는 안나푸르나 산골 마을의 풍광을 보면서 내리막과 평지를 걷는다. 시와이는 트레킹의 종착지다. 이곳에서는 지프를 이용한다.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는 여전히 지진의 상처를 안고 산다. 2015년 4월 규모 7.8 지진으로 8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엄습했다. 숱한 세계유산들도 속절없이 지진에 무너져 내려 네팔인들의 가슴에 생채기를 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에서 구호의 손길이 이어지고 복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강시영 선임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74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