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주 愛 빠지다](4) 아그네 일러스트레이터

[2017 제주 愛 빠지다](4) 아그네 일러스트레이터
"물고기에서 하늘 나는 고래 꿈꿔요"
  • 입력 : 2017. 06.15(목)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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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생활 담은 개인전 열어
제주신화 소재 작품 구상도


"좋은 사람들이 연결해주는 일로 늘 행복감"

제주대학원 졸업후 예술협동조합 만들 생각도



"제주이주 3년차,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사람'입니다. 좋은 제주사람을 알게 되면 '꼬리에 꼬리를 물듯'일이 생기는 신기한 곳입니다."

 '핫플레이스'가 된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인근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이곳에서는 '푸른 눈에 담긴 제주풍경과 사람들'개인전이 30일까지 열리고 있다. 개인전 주인공은 리투아니아 출신 일러스트레이터·방송인 등으로 활동하는 아그네 라티니테(31·Agne Latinyte).

 "이번 전시회는 3년동안 제주에서 살면서 그려왔던 그림을 소개하면서 정리하는 자리라서 지금껏 했던 전시회중에 가장 의미있는 전시회에요"그래선지 작품 모두 '제주이야기'를 품고 있다. 작품 속에는 한 소녀가 들어있는 작품이 많은데 그 소녀는 그 자신이기도 하다.

 "처음 제주에 왔을때는 내 자신이 물고기 처럼 느껴졌어요. 말도 못하고 제주문화도 이해 못했죠. 그리고 더 큰 상처는 '제주에서는 이러면 안돼'라고 가르치는 이들의 지적이었어요. 세계 여러곳을 돌아다녔는데 그 모든 경험을 부정하는 듯한 말 때문에 바보가 된 것 같았고 많이 아프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는 이젠 그 말을 '필터링'하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해냈다.



 그가 자신을 '물고기'로 비유하고, 작품에 많은 생물들이 들어있는 것은 스쿠버다이빙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경험해 꿈처럼 남아있는 경험은 그의 작품속 소재가 된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한글로 '아그네'라는 도장이 명확히 찍혀있다. 아주 가끔 대화중 '제주어'를 툭 던지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은 시·공간을 뛰어넘는 여행처럼 꽂힌다. 그는 빌뉴스미술대학교 시각·응용예술학과에서 삽화 및 혼합 미디어 예술을 전공했다. 아시아 시각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아그네는 2012년 경희대학교 교환학생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맺고 이후 성균관대학교에서 비디오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지금은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내년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는 졸업후 제주에서 예술가들이 협동작업을 할 수 있도록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그가 제주에서 아티스트 마켓과 예술 축제에 참가하면서 내놓은 '동물 엽서 시리즈'는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은 '십이지간지 동물'로 발전했다. 제주의 '조수웅덩이'에 대한 해양생태를 소재로 한 그림책 '바당바당'에도 그의 일러스트가 담겨 있다. 그가 만난 해녀들을 동물로 표현한 작품들도 인상깊다. 그를 제주에서 널리 알린 것은 '제주국제관악제'였다. 아그네는 "그 일도 '사람과의 인연'으로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이호해변 한 카페에서 벽화를 그리게 되었는데 관악제 관계자가 그곳을 오셨어요. 그림이 마음에 드셨나봐요. 그것이 '연결고리'가 되었죠." 그는 제주 거리 곳곳에 걸린 포스터를 봤던 기억을 잊지 못했다. "그 포스터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면서 '점프업'된 것 같아요. '돈'보다는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는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여행'을 즐겼다. 그것은 물리학자였던 모친의 영향이 컸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인 '친화력'은 어릴때부터 만들어졌던 셈이다.

 그는 제주신화에 관심이 많다. 느리더라도 제주신화에 대한 작품은 꾸준히 할 생각이다. 교환학생 시절인 지난 2013년 1월 제주시 탑동에서 전시회를 열고, 제주를 오가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됐다. 그때문에 제주의 모든 것이 그에게 새롭고 신기하지만 '1만 8천 제주의 신(神)'은 그에게 특별한 느낌을 줬고 제주의 신화에 대한 지향을 늘 갖고 있다. 그가 인터뷰도중 하나의 작품앞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작품의 제목은 '그 나무-여기 신들이 살고 있다'. "제주의 신화를 만나러 다니면서 봤던 나무에요. 서귀포시 강정에 있었던 나무였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시집온 여자를 위한 신당'이라고 들었어요. 시집온 것은 아니지만 마음아픈 여성을 위해 기도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 졌어요. 신화를 매개로 많은 제주사람들과 함께 했고, 제주를 더 깊게 이해하게 됐죠"

 "작은 물고기였지만 지금은 '하늘을 나는 고래'가 되고 싶은 꿈을 꾸려고 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흘리듯 그가 속삭였지만 그의 꿈이 이뤄지는 상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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