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원도심을 관통하는 산지천이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을 계기로 새로운 얼굴로 탈바꿈했다. 광장과 공원, 주차장, 보행로 등이 들어서고 하천복원도 이뤄졌다. 인프라를 갖췄지만 어떻게, 어떤 내용을 산지천과 광장에 담아 활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강희만기자
지하 주차장 개방·관리 이관·인력 확충 등 협의
인프라 그쳐선 한계… 모두가 즐겨찾는 명소로
제주의 대표적 친수공간인 산지천이 새로운 얼굴로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산지천 복원과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이 기반시설 완료에 이어 지하주차장 개방과 시설물 관리 이관, 상시 관리 인력 확충 등을 협의중이다. 시민들은 가족과 연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원도심 산지천을 기대한다. 시민이 외면하는 원도심 활성화는 사상 누각이나 다름 없다. 본보는 원도심 산지천 일대의 자연, 역사문화, 입지적 특성과 잠재력을 주목하면서, '탐라문화광장'으로 상징되는 이 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진단한다.
▶산지천 어떤 곳인가=산지천은 제주역사문화의 곳간이자 제주문명과 교류 발상지로 평가받는 공간이다. 산지포구, 동문시장, 오현단을 거슬러 삼성혈이 산지천을 끼고 있다. 산지천은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는 유입로였다. 산지천 동쪽 금산 기슭에는 의녀 김만덕의 주막이 있었는데, 산지천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건천이 대부분인 제주에서 산지천 하류는 과거 주민들이 충분히 마시고 쓸만한 수량이 풍부한 하천이었다. '물의 도시'로서 제주시는 원도심을 관통하며 용천수가 흘러드는 산지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제주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는 산지천 하류는 1960년대 후반 도시화의 물결을 타고 일부 구간이 복개되고 상가 건물이 들어서면서 옛 모습을 잃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 복개구조물이 철거되고 하천 복원공사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한번 망가진 하천의 원형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하천에 은어와 숭어가 돌아오고 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온게 위안이 됐다.
▶탐라문화광장 사업은=제주문명의 발상지인 산지천을 걸으며 제주 역사와 문화, 생태를 생각하고 원도심 경제와 상권에는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은 이런 고민을 안고 시작됐다. 2011년 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을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올해 3월 광장과 공원이 준공되는 등 기반시설이 마무리됐다. 국비 83억원, 기금 156억원, 지방비 326억원 등 모두 565억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다. 공적자금 외에 당초 계획했던 민간투자 부문 352억원은 아직 성과가 없는 상태다.
탐라문화광장 사업은 일도1동과 건입동 산지천 하류를 중심(4만9000㎡)으로 추진됐다. 광장 3곳(탐라, 북수구, 산포), 산짓물공원, 총 122대 규모 지하주차장 2곳, 수경분수 사업 등에 419억원, 판석포장 등 산지로 보행환경 개선에 50억원, 습지·수변공원 등 하천 복원에 96억원이 들어갔다. 이런 기반시설은 지난 3월 대부분 완료됐다.
제주도는 이 사업의 공공투자로 생산·부가가치·수입효과 등 모두 2291억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8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추정한 적이 있다. 유동인구 증가와 상권·창업 활성화, 골목상권 경쟁력 등 원도심 경제 활력과 도심속 쉼터 제공, 그리고 산지천과 광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원도심 상권 부활과 광장, 산지천 친수공간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축제가 열리는 마중물인 셈이다.
▶갈길 먼 원도심 활성화=산지천 복원과 광장·공원 조성은 이런 기대와 더불어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인프라를 갖췄지만 어떻게, 어떤 내용을 산지천과 광장에 담아 활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인프라와 콘텐츠 활용이 따로따로 가고 있는 것이다.
김만덕 기념관·객주터 등 다양한 문화역사자원을 연계한 활성화 전략과 야간관광 등 관광콘텐츠 발굴, 해설사 배치, 주민 참여, 주·정차 관리 및 보행권 확보, 하천 오염원의 진단과 처방, 성매매 호객행위 근절, 치안대책, 위험시설로 장기간 출입통제되고 있는 교량 2곳의 정상화, 노숙자 대책, 상시 관리 인력 배치, 동문시장과 지하상가, 칠성통을 연계하는 전략이 우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소프트웨어 전략 없이 인프라에만 치중할 경우 원도심과 상권 활성화 기대는 장밋빛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삶의 터전인 원도심 주민들이 배제될 경우 '둥지내몰림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오현단, 삼성혈, 신산공원, 문예회관까지 보행로와 산책로를 연결하는 역사문화관광벨트 방안도 적극 검토할 때라고 지적한다. 이 사업을 주관한 제주도와 운영관리를 맡을 제주시, 그리고 문화예술계, 시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 공통분모를 찾는게 숙제다. 강시영 선임기자·김지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