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 읽는 제주예술사](8) 다방 유랑 끝내고 전시장 시대로

[공간으로 읽는 제주예술사](8) 다방 유랑 끝내고 전시장 시대로
젊은 작가 배출·동인 활성화… 전문 전시장 낳다
  • 입력 : 2017. 08.01(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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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미술교육과 설치·동인 활동 다양화 등 기반 확대
제주 첫 미술공모전 제주도미술대전 시행도 창작에 활력
80년대초 제주전시공간·남양미술관·동인미술관 등 조성


제주지역 다방 전시 이력은 1980년대 말까지 나타난다. 전시 시설의 부재가 그만큼 오래도록 이어졌음을 말해준다.

수십년 동안 다방을 유랑하는 그림전 등이 계속된 셈이지만 이 시기에 전시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오랜 기간 버티지 못했을 뿐이다. 제주시 중앙로와 칠성로 일대에 생겨났다 사라진 전시 공간들이 있다.

▶서귀포시 도심에는 '전시공간 상미' 개관=1980년 4월 '제주전시공간'으로 이름붙인 전시장이 들어선다. 해당 건물 소유주였던 이영수씨가 대표를 맡았다. 제주전시공간은 제주도내 전문 전시장 시대의 출발점에 놓인다. 같은 해 9월에는 제주MBC의 전신인 중앙성당 인근 남양방송 사옥 자리에 남양미술회관이 문을 연다.

1986년 12월 동인미술관에서 열린 제주예총 주최 문예진흥기금 모금 미술전. '제주문화예술백서'(1988)에 수록된 사진이다.

제주전시공간은 제주미술협회 회원전, 박조유 목공예전, 제주작가전, 변시지 초대전, 현대회화 15인 초대전, 현대조각 15인 초대전, 정광모 조각 초대전, 관점 동인전, 제미동문전, 김택화 개인전, 고영석 개인전, 에뜨왈전 등을 이어간다. 남양미술회관에선 제주도작가 초대전을 시작으로 제주대 졸업전, 현중화 서예전, 양인옥 서양화 초대전, 강영호 개인전, 강광 서양화 개인전, 한명섭 서양화전, 허명순 작품전, 시상청년작가회전, 양창보 한국화전 등을 치렀다.

이들 공간은 운영난 등으로 얼마 못가 문을 닫았다. 또다시 다방 전시를 전전하는 중에 새로운 공간이 얼굴을 내민다. 1983년 한국투자신탁 전시실이 조성되고 동인미술관이 개관한다. 1984년엔 가톨릭회관 전시실이 만들어졌다. 한국투자신탁 전시실은 5년을 채우지 못했지만 제주전시공간과 남양미술회관의 빈 자리를 잠시나마 메웠다. 한명섭 작가가 대표로 있던 동인미술관은 강태석 유작전 등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며 제주미술의 성장을 이끌었다.

1980년 제주전시공간에서 진행된 제주미술협회전. '제주미협 40년사'(1999)에 실린 사진이다.

서귀포 도심에도 전시장이 생긴다. 홍명표 한국관광협회중앙회 상임고문이 운영했던 '전시공간 상미'로 1982년 개관했다. 현중화 선생이 쓴 현판을 내건 상미에선 향토작가 10인전, 서귀포소묵회전, 변시지 초대전, 서귀포미술전, 정방사우회전 등 90년대 초반까지 전시를 펼쳤다. 예술가에서 동호인까지 산남의 빛깔을 품은 전시장으로 '문화도시 서귀포'의 싹을 틔웠다.

▶미술 다양성 확대되며 전시장 갈증 커져=1980년대 초반 전시장의 잇따른 등장은 1970년대부터 무르익은 제주미술의 다양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제주대 미술교육과 개설 등으로 전문가 집단이 늘면서 전시장에 대한 갈증도 컸다.

'제주미협 40년사'에 담긴 사진으로 1983년 1월 한국투자신탁전시실 개관 기념 초대전에서 내빈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제주대에 미술교육과가 설치된 해는 1972년이다. 미술교육과는 이듬해부터 제대미전을 통해 지역사회에 젊고 신선한 작품을 선보였고 문기선 양창보 강광 김택화 변시지 등이 강의를 맡으며 제주 미술계의 토양을 탄탄하게 다져간다.

1970년대 후반부터는 동인과 그룹 창립이 활발해졌다. 1977년 창립된 관점동인도 그중 하나다. 관점동인은 구상 계열 작품에 익숙했던 제주 화단에 비구상 등 실험적 작품을 내보이며 주목을 끌었다. 강광 강요배 오석훈 고영석 백광익 김용환 정광섭 등 7명이 창립멤버였다. 관점동인은 1997년 35회 정기전을 끝으로 20년의 활동을 접는다.

소암 선생이 쓴 '전시공간 상미' 현판 글씨. 사진=홍명표 상임고문 제공

1978년에는 '돌맹이회'동인이 꾸려진다. 2001년 시상작가회로 개칭한 이 단체는 1978년 8월 돌맹이회동인미전 창립전을 가진 이래 시상청년작가회전, 시상작가회전 등 최근까지 40회에 걸쳐 정기전과 교류전 등을 열어왔다. 시상작가회는 제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미술단체다.

1975년 첫발을 뗀 제주도미술대전도 제주미술의 발전을 이끌었다. 지금은 그 위상이 약화되었지만 제주도미술대전은 제주 미술계의 유일한 신인 등용문으로 창작에 활력을 더하는 역할을 했다.



40여년 제주도미술대전 어디로

제주도전서 출발… 올해 43회

운영 주체·시상제도 등 변화 위상 하락 속 혁신안 통할까


제1회 제주도전(제주도미술대전)에서 최고상을 받은 김연실의 '시장 골목'. 사진=제주예총 제공

창작 활성화를 이끌어온 공이 있는 제주도미술대전은 1975년 제주신문사 창간 30주년 기념 사업으로 시작됐다. 당시 '제주도전'이란 이름을 붙였고 9회(1983년)부터 제주도미술대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초반에 도미술대전은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눠 열렸다. 일반부는 동양화, 서양화, 서예 부문을 공모했다. 학생부는 회화와 서예 작품을 냈다. 첫 해 일반부 입상작은 84점에 이른다. 김연실(1회) 김병화(2회) 고영석(3회) 정광섭(4회) 양석희(5회) 등이 공모전 초기 최고상 수상자들이다.

1978년엔 제주시 화북 출신으로 서예가이자 사진가, 화가였던 김광추(1905~1983)선생의 호를 딴 청탄상을 만들어 동양화 부문 수상자에게 시상했다. 청탄상은 도미술대전 신설에 중심 역할을 한 김광추 선생이 제주도문화상 상금을 기탁하면서 제정됐다. 도미술대전 입상작 전시는 문예회관 등장 이전까지 제주도학생회관에서 치러졌다.

도미술대전은 1989년부터 운영 주체가 예총제주도지회(제주예총)로 바뀐다. 이 때 공모 분야가 종전보다 크게 늘어난다.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판화, 디자인, 건축, 사진, 서예 등 9개 부문에 걸쳐 공모가 이루어졌고 부문별 대상제가 도입됐다. 지난해부터는 제주미술협회가 도미술대전을 이끌고 있다.

올해로 43회째인 도미술대전은 제주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공모전이다. 하지만 그동안 심사의 공정성, 입상작 과다 배출, 주관 단체 이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제주미협은 최근 도미술대전 위상 제고를 위한 혁신안을 마련했다. 공모 부문을 미술(평면·입체), 서예(한글·한문·문인화) 2개로 나누고 각각 대상을 낸다. 미술 부문은 상금을 올리고 다음해 개인전을 열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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