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열린 아키타시 복합복지시설 웨르뷰이즈미의 경로의 날 행사에서 직원들이 공연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희만기자
고령자·장애인·어린이를 한 건물에서 함께 케어생활지원사업 수행… 자립 가능한 노인 거주 지원
일본에서는 매년 9월 셋째주 월요일이 경로의 날이다. 일본 경로의 날은 '오랜 세월에 걸쳐 사회에 힘쓴 노인을 경애하고, 장수를 기원한다'는 취지로 제정됐으며 공휴일로 대부분의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일을 하지 않는다.
올해 경로의 날인 지난 9월 17일에는 일본 아키타시의 복지복합시설 웨르뷰이즈미에서 직원들이 어르신들을 위해 준비한 연극을 진행했다. 연극에 앞서 어르신들에게 선물과 감사장을 전달했다. 이날 공연한 촌극은 '우라시마타로'라는 평범한 일본 전래동화였지만 자주보던 직원들이 우스꽝스럽게 분장해 평소 웃을 일이 없던 어르신들이 박장대소 했다. 웨르뷰이즈미의 노인복지 담당자는 "1년 동안 잘 지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으니 잘 부탁합니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직원들 공연을 보고 웃고 있는 어르신의 모습.
▶아동·고령자·장애인 복합시설=웨르뷰이즈미는 사회복지법인 이즈미 아래에 있는 기관으로 고령자시설, 아동시설, 장애인시설이 한 건물에 있다. 1층에는 어린이집, 2층에는 노인데이서비스센터와 장애인 복지서비스센터, 3층에는 노인 생활지원하우스가 위치해 있다. 웨르뷰이즈미의 사무장 오야마씨는 "일본에는 어린이집과 노인복지시설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장애인들이 함께 있는 시설은 많지 않아 컴플레인이 들어올까 걱정했지만 그런 문제는 전혀 없다"며 "어린이집이 있어 평일에도 활기차며 어린이들에게도 일상적으로 고령자나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웨르뷰이즈미의 데이서비서비스센터는 개호보험(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지정한 실내 사업소로 이용자 평균연령은 81.8세이며 모두 30명이다. 운영방식은 오전에 웨르뷰이즈미로 와서 식사, 레크리에이션, 목욕서비스를 받고 오후에는 집으로 돌아간다. 오야마씨는 "아키타시의 노인데이서비스센터의 개수는 5년 전과 비교해 32%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웨르뷰이즈미의 사무장 오야마씨가 시설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홀로 살아도 안전한 생활지원 하우스=웨르뷰이즈미 생활지원하우스에는 60세 이상 혼자서 생활이 가능하지만 개인생활, 금전관리가 가능한 홀로 사는 노인이 입주해 있다. 생활지원하우스는 아키타시의 위탁사업으로 입주하려면 아키타시 장수복지과에 신청을 해야하며 현재 생활지원하우스의 대기인원은 240명 정도다. 주거비는 소득에 따라 달라지며 현재 거주자 중 80%정도가 7000엔 정도를 아키타시에 내며 나머지 거주자는 무료로 생활하고 있다. 생활 도우미가 생활상담·건강상담을 하지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방 넓이는 약 11.2㎡이며 방마다 조리실이 있고 욕실과 코인세탁기는 공동으로 사용한다. 매주 금요일에는 생활협동조합 버스가 웨르뷰 이즈미로 오기 때문에 이때 생필품을 구매한다.
웨르뷰이즈미의 직원들이 우스꽝스런 복장으로 분장한 채로 '우라시마타로'라는 일본 전래동화를 공연하고 있다.
▶지역주민 함께하는 교류플라자=웨르뷰이즈미는 반상회, 동아리 활동 등 지역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층 어린이집 옆에 위치한 교류플라자는 평소에는 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찻집이지만 지역 주민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운영한다.
오야마씨는 "마을 반상회, 투표소로 장소를 제공하고 아키타 전통축제에도 지역 주민들을 모아 참가하기도 한다"며 "65세 이상 퇴직 후 집에만 있는 사람들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도예교실을 열어 만든 작품으로 전시회도 열고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노인들이 전통 문화 계승 행사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복지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적기 때문에 매년 7월쯤 사회복지협의회 주최로 고등학생 대상 진로설명회를 하고 있다"며 "일단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없어도 일하면서 자격증을 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야마씨는 "웨르뷰이즈미는 장애인, 노인 등 사회복지대상자를 격리하려는 사고방식을 고치고 이들과 함께 보통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멀라이제이션 사회 실현'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일본 아키타시=홍희선기자
이서연 제주고령사회연구센터 연구원 "고령친화도시의 출발선에 선 제주"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4월을 기점으로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 대열에 들어섰다. 노인문제는 이제 특정한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이슈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가 WHO(세계보건기구) 고령친화도시 국제 네트워크에 가입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필자는 최근,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일본의 아키타시를 견학했다. 이들 세 지역은 제주보다 먼저 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트워크에 가입했으며, 행정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견학을 통해 얻게 된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노인복지 및 고령친화도시 전담부서의 설치를 통해 정책 추진의 동력을 강화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어르신복지과와 인생이모작지원과 두 개의 부서가 각자 노년층과 중장년층의 복지욕구에 맞는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아키타시에는 장수복지과 내에 고령친화도시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다.
둘째, 모니터링단 운영 확대를 제안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들로부터의 의견 수렴은 WHO에서 강조하는 바이며, 필자가 만났던 관계자들 역시 이 점을 각별히 강조하고 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제주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어르신 모니터링단"의 규모와 활동 지역을 좀 더 확대하고, 각 지역과 계층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하겠다.
제주만의 강점도 있다.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고령친화도시 정책 실무 협의회, 고령친화도시 추진협의회 등 거버넌스 체계 구축에 힘써왔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제주지역의 고령친화도시 조성과 유지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고령친화도시 조성은 이제 출발선에 서있다. 가야할 길이 멀기도 하지만, 그만큼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노인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제주", 더 나아가 아동, 여성, 장애인 등 모든 연령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100세 시대"가 구현되기를 바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