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원더우먼 등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은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저스티스 리그'가 15일 개봉했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어느새 저만치 앞서가는 라이벌 마블스튜디오에 대한 DC의 추격전이 본격 시작됐음을 알리는 영화다.
DC는 지난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이미 올스타팀 창설을 예고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올해 초 할리우드 최악의 영화에 주는 골든 라즈베리상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르며 혹평을 받았다. 국내 관객수 225만명으로 흥행도 저조했다. 이 때문에 '배트맨 대 슈퍼맨'의 단점들을 극복하는 게 DC 히어로들에게 주어진 최우선 과제로 꼽혀왔다.
이야기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 이어진다. 슈퍼맨이 괴수 둠스데이와 맞붙었다가 숨진 이후부터다. 인류의 수호자 슈퍼맨이 사라진 틈을 타 빌런 스테픈울프가 파라데몬 군대를 이끌고 지구에 온다. 시간·공간·에너지·중력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물체 '마더박스'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마더박스가 스테픈울프에게 넘어간다면 인류는 사실상 멸망한다. 배트맨(벤 애플렉)과 원더우먼(갤 가돗)은 슈퍼맨(헨리 카빌)의 희생정신을 받들고 스테픈울프에 맞서기 위해 아쿠아맨(제이슨 모모아)·사이보그(레이 피셔)·플래시(에즈라 밀러)를 차례로 찾아가 팀을 꾸린다.
플래시는 초인적 반사신경에다 물리학 법칙을 거스르는 가장 빠른 인간이다. 바다의 왕위를 계승한 아쿠아맨은 강인한 힘과 수중호흡 능력을 가졌다. 인간 반, 기계 반인 사이보그는 몸 자체가 컴퓨터다. 모든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고 천재적 지능을 자랑한다.
영화는 '배트맨 대 슈퍼맨'에 제기된 비판을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팀이 규합되는 과정을 그리는 데 러닝타임의 절반가량을 할애하지만, 각자의 능력을 설명하는 액션 장면이 초반부터 틈틈이 나온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액션신을 후반부에 집중 배치하는 바람에 지루하다는 평을 받았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정의와 선악의 본질, 정의에 이르는 올바른 방법 등 형이상학에 가까운 질문을 던졌다. 마블이 유치하다는 평까지 들어가며 유머에 공을 들이는 동안 DC는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를 지켜왔다. 이번엔 다르다. 플래시에게 비중이 쏠리긴 하지만,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거들먹거리는 아쿠아맨과 인간적인 배트맨은 유머 이외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서사 자체가 한결 단순해진 데다 러닝타임도 119분으로 전편보다 30분 이상 짧아진 덕분에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된다. 히어로들은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발산한다. 그러나 유기적 조직력은 눈에 띄지 않고, 빌런 캐릭터는 이들 히어로와 맞서기엔 허약하고 평범해 보인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DC는 '아쿠아맨'(2018)과 '원더우먼 2'(2019), '사이보그'(2020) 등 히어로들의 솔로 영화를 줄줄이 내놓을 예정이다. '저스티스 리그'는 올스타팀 창설의 감격을 함께 누리고, 앞으로 나올 솔로 영화 캐릭터들을 미리 맛보고 싶다면 만족할 만한 영화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놀런의 '다크 나이트' 3부작을 슈퍼히어로 영화의 기준점으로 삼는 관객이라면 DC의 달라진 분위기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을 연출한 잭 스나이더가 메가폰을 잡았다가 딸의 자살로 인한 충격으로 하차했고, '어벤져스'의 조스 웨던이 일부 재촬영과 후반 작업을 했다. 두 개의 쿠키 영상이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