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 (6) 에필로그

[연속기획 / 제주형 대중교통, 최적안인가?] (6) 에필로그
“친환경 교통수단 포함 새 패러다임 찾아가야”
"교통난 해소 기대" vs "혈세 투입 효과 미미"
  • 입력 : 2017. 11.29(수) 2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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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단행한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버스와 택시, 전기차 등은 물론 친환경 신교통수단 도입 방안까지 포함해 교통정책 전반에 걸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사진=특별취재팀

준공영제 시행 후 버스업체 '무임승차' 대두
승용차 억제책·전기차 보급책 등 공존 모순도
버스 편향 교통정책 벗어나 트램 등 모색 필요


제주특별자치도가 전격 단행한 제주형 대중교통 체계 개편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시행을 앞두고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교차했던 대중교통 체계 개편 은 시행 이후에도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교통난과 주차난, 환경오염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게 됐다고 안도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연간 1000억원 안팎의 혈세를 투입하는 것 치곤 얻는 이득이 미미하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버스준공영제 효과=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을 통해 버스준공영제에 따른 내년 운수업계 재정 지원액을 공개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총 654대의 버스에 지원될 금액만 605억1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앙우선차로제 운영 등을 고려하면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 투입될 예산은 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도가 앞으로 제주도 예산의 2%(약 800억원)를 대중교통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처럼 이러한 상황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도의회 등으로부터 해마다 막대한 재정부담을 막기 위한 장치로 표준운송원가 산정의 적정성을 검토하라는 주문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민영제의 단점인 노선 조정권을 확보하고 운수종사자 처우를 개선해 서비스가 향상되면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준공영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불가피하게 재정지원이 늘어나더라도 대중교통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고 교통난과 주차난을 해소함으로써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교통복지정책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서울이나 일본 등 교통선진지의 사례는 제주도의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제주도의 희망과 의도와 달리 대중교통 체계 개편 이후에도 버스 운전원들의 친절도 등 서비스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한라일보 취재팀이 시영버스와 민영버스가 공존하는 일본에서 확인한 것처럼 서비스는 재정 지원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 버스업체 운전원은 "개편 이후 갑자기 버스가 불어나 차고지 확보 문제가 불거졌을 때, 회사 대표는 '우리가 계속해서 (제주도에)차고지 문제를 제기하면 공항 근처 공유지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고도 했다. 준공영제가 유지되는 한 그 혜택을 누리는 버스업체들의 '무임승차' 문제도 이렇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오사카 지역 버스업체들의 고민 끝에 탄생한 기획승차권이 관광객들의 대중교통 이용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결과적으로 대중교통 흑자를 일궈낸 것처럼 제주 버스업체들의 자구노력과 행정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수반돼야 한다.



▶준비 부족·정책 엇박자=대중교통 체계 개편의 핵심은 제주도민들의 교통수단을 승용차에서 대중교통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 1개월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완벽하게 기반시설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시행해 불편을 겪게 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시행 초기 불편과 혼란이 따르더라도 제주를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도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시행 초기 불편으로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불편과 문제점들이 노출돼왔다. 제주공항 인근 가로변차로는 시범 시행 첫날 오류가 드러나 하루 만에 해제됐으며, 우선차로 3개 구간 중 1개 구간은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시행이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노선과 시간, 환승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가 지난 3개월 동안 도민 의견을 수렴해 버스 시간과 노선을 변경하거나 개선했다고 발표한 것만 해도 6회에 이른다.

대중교통을 도민 모두의 이동수단으로 만들겠다면서 정작 전기차 보급 정책을 이어가는 것도 문제다. 전기차 선진지인 제주도는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약 8000대의 전기차를 보급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확대할 방침이다. 공영주차장 전면 유료화와 이면도로 주차 강력 단속, 렌터카 등 차량총량관리와 같은 승용차 억제책과 전기차 보급 정책이 공존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대중교통 체계 개편 정책의 명분과 설득력 모두 잃을 수 있다.



▶버스 아니면 택시=제주특별자치도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 시행 100일을 앞두고 12월 1~2일 한라체육관에서 '주민참여형 신교통수단 품평회'를 진행한다.

트램과 경전철, 모노레일, 자기부상열차, 산악열차 등과 같은 미래 대중교통 수단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도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행사라고 한다. 매년 1000억원 안팎의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을 이미 시행해놓고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을 위한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체계 개편과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 정책을 함께 추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국내외 대중교통 선진지 사례를 보면 어느곳이나 특정 교통 수단에만 집중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서울은 지하철과 버스, 마을버스가 조화를 이뤄 이용객이 분산되고 교통흐름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중앙버스전용차로 도입 이후에는 서울 도심 차량 통행 속도가 시간당 6.2㎞ 빨라졌다는 보고도 있었다. 일본의 오사카는 지하철과 버스뿐만 아니라 트램까지 운영돼 인구 270만명 중 230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대중교통 수송분담률 10%로 전국 최저이고, 승용차 수송분담률 46%로 전국 최고인 제주도 입장에선 꿈만 같은 일이다.

개편된 대중교통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트램(노면전차)의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우근민 도정 당시 진행한 용역을 통해 제주시내에 트램을 도입하면 초기에 1685억원 외에 매년 46억원 정도의 운영비만 투입하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 정도의 금액이면 버스 준공영제보다 효율적이고 제주의 자연환경에도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버스와 택시 말곤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제주도로서는 트램을 포함한 '친환경 신교통수단' 도입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특별취재팀=표성준·이상민·송은범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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