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또 달리는 강동원…도심 추격전 그린 영화 '골든슬럼버'

달리고 또 달리는 강동원…도심 추격전 그린 영화 '골든슬럼버'
  • 입력 : 2018. 02.08(목) 09:50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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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슬럼버'. CJ E&M 제공

김건우(강동원)는 평범한 택배 기사다.

배달일을 하다가 우연히 인기 아이돌 멤버를 강도로부터 구해줘 전 국민이 아는 '모범시민'이 됐다. 아이들의 사인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한결같이 상냥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착한 심성의 소유자다.

그에게 대학 시절 밴드를 함께 했던 친구 신무열(윤계상)이 오랜만에 찾아온다. 무열은 건우가 유력 대선 후보의 암살범으로 지목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곧이어 건우의 눈앞에서 유력 대선 후보가 탄 차량이 폭발하고, 건우는 갑자기 쫓기는 신세가 된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골든슬럼버'는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추고 출발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동명의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인 데다, 범죄 스릴러 장르라는 점, 흥행보증 수표로 통하는 강동원이 원톱이라는 점 등은 관객의 구미를 충분히 당길 만하다. 영화는 원작을 한국적 정서에 맞게 옮기되, 일부 설정과 결말 부분에 변화를 줬다.

'골든슬럼버'. CJ E&M 제공

영화는 초반부터 음모의 배후에 권력 실세와 정보기관이 있음을 밝히고 시작한다. 배후를 추리하는 재미를 주기보다 평범한 시민 건우가 정보요원들의 추격을 피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덫에 걸린 건우가 빠져나갈 구멍은 많지 않다. 도처에 깔린 CCTV에 그의 행적이 잡히고, 휴대전화와 신용카드 기록, 지인과의 접촉도 시시각각 보고된다.

영화는 각종 정보와 매스컴을 통해 한 인간의 이미지가 어떻게 조작되는지, 사건의 본질이 어떻게 흐려지는지 그리고 거대한 감시사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등을 짚는다. 누구나 음모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골든슬럼버'. CJ E&M 제공

영화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라는 기본 뼈대 위에 친구들의 우정과 믿음이라는 주제를 얹는다.

건우의 도피를 돕는 주축은 옛 국정원 요원 민씨(김의성)지만, 대학 졸업 이후 각자 사느라 소원해진 친구 금철(김성균)·동규(김대명)·선영(한효주)도 뒤늦게 나선다. 옛 친구의 결백을 믿는 이들은 건우를 도우려 위험을 무릅쓴다.

친구들이 의기투합하는 사연은 단조로운 서사를 풍성하게 만든다. 영화는 건우의 회상을 통해 친구들과 순수했던 옛 시절로 자주 돌아간다. 다만, 그 때문에 추격전이 뚝뚝 끊기고, 긴박감과 쾌감은 반감되는 편이다.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도, 비무장한 개인을 잡기 위해 너무나 많은 희생자를 내는 정보기관의 아마추어 같은 행태도 극의 긴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골든슬럼버'. CJ E&M 제공

강동원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러닝타임 108분 중 상당 부분 등장해 끊임없이 달린다. 도심 한복판을, 주택가 골목길을, 악취가 풍기는 맨홀을 뛰고 또 뛴다. 수려한 외모는 여전하지만, 기존의 도회적인 이미지는 아니다. 어리숙하고 착한 청년 그 자체다. 강동원 팬이라면 반가울 법하지만, 순박함을 넘는 답답함도 감내해야 할 듯하다.

한국영화 최초로 광화문 세종로에서 촬영한 차량 폭발신을 비롯해 서울의 도심과 뒷골목에서 펼치는 추격전 등 눈길을 끄는 장면이 꽤 있다.

고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으로 사용하는 등 관객과 공감을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영화의 타이틀인 '골든슬럼버'는 비틀스의 노래로, 건우가 옛 대학 시절을 회상할 때 배경음악으로 등장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등을 연출한 노동석 감독이 각본,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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