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 후보들이 압승을 거두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전국적으로 일어난 민주당 돌풍이 제주지역에도 몰아쳤다. 특히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현역, 정치 신예 가릴 것 없이 대거 낙선하면서 그동안 거대 두 정당끼리 엎치락뒤치락 유지하던 양강구도가 이번 선거를 통해 완전히 붕괴됐다.
14일 새벽 3시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 의원으로 배정된 31석에서 25석을 차지했다. 이어 무소속이 4석,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1석씩 나눠가졌다,
이 시각 현재 정당 득표에 대한 개표율이 50% 수준에 불과해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 수를 정확하게 가늠하기 힘들지만, 이 추이가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더불어민주당은 3~4명, 자유한국당은 1~2명의 비례대표를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최대 확보할 수 있는 의석 수가 3석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원내 1정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줬던 자유한국당은 이번에 교섭단체 지위(의원 4명 이상)까지 잃으며 군소 정당으로 추락했다.
양강 구도도 붕괴됐다. 최근 3차례 이어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당명을 바꿔가며 원내 1~2정당 자리를 번갈아 나눠가졌다.
4회 선거 때는 자유한국당(한나라당)이 19석으로 7석의 더불어민주당(열린우리당)을 다소 큰 차이로 이겼고, 5회 선거 때는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16석, 자유한국당(한나라당)이 9석으로 승패가 뒤집혔다. 6회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과 자유한국당(새누리당)이 사이 좋게 13석씩 차지했었다.
각 선거구 별 잠정 개표 결과를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의 강세, 자유한국당의 몰락이 더욱 두드러진다. 정치 신예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현역을 누르거나, 반대로 현역 프리미엄에도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정치 신예에게 패배한 사례가 여럿 되기 때문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간판을 단 현역 의원이 패배한 사례는 없었다. ▷제주시 일도2동을 선거구 김희현 후보 ▷제주시 아라동 선거구 고태순 후보 ▷제주시 한림읍 선거구 박원철 후보 ▷제주시 구좌읍·우도면 선거구 김경학 후보 ▷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 선거구 김용범 후보 ▷서귀포시 동홍동 선거구 윤춘광 후보 ▷서귀포시 성산읍 선거구 고용호 후보 등 현역 7명이 경쟁자를 물리치고 모두 재입성에 성공했으며, 제주시 노형동 갑과 을 선거구의 김태석, 이상봉 후보와 제주시 한경·추자면의 좌남수 후보는 무투표로 무혈입성했다.
다만 제주시 용담1·2동에서 현역인 자유한국당 김황국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심 후보를 누르고 당선하며 유일한 지역구 생존자로 남았다.
압승 요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부성진 대변인은 "공정한 공천과 경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배출된 것이 가장 큰 승리요인"이라며 "촛불 민심이 이어지며 자유한국당에 대한 심판론이 부각된 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다수당 자리를 차지하면서 무소속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에 대한 견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