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숲길따라 무더위는 저만치사람들의 간절한 소원 담긴 '선돌'애기버어먼초·노린재동충하초 등곳곳서 마주해 또다른 매력 뿜어내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폭염 속에서 진행된 산행은 삶의 무게도 잠시 잊을만큼 힘겨웠지만 그 끝에는 개운함을 안겨줬다.
여섯번째 2018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진행된 지난달 28일 폭염특보가 내려져 무더운 날씨였지만 한 명의 참가자도 빠짐없이 만남의 장소로 모여들었다.
이번 에코투어는 5·16도로 효명사 입구에서 출발해 선돌계곡~선돌 정상~숲길~한라산둘레길(수악길)~영천~임도~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다. 길잡이로 나선 이권성 제주트레킹연구소장은 "입석동의 입석, 바로 선돌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이후 숲길을 따라 한라산둘레길로 빠져나가 임도를 따라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으로 빠져나가는 코스"라고 설명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5·16도로변에 효명사 안내판이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5·16도로가 속세라면 효명사 초입의 흰 건물의 산신각을 지나자 순간이동을 한 듯 전혀 다른 자연이 펼쳐졌다.
산책길 표지판을 따라 마른 효돈천을 끼고 만만해보이는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걸은 지 얼마 안됐을 때 숲속 낙엽 사이에서 꽃을 피운 매우 작은 애기버어먼초를 발견했다. 우리가 아는 식물들은 엽록소를 통해 광합성을 하고 영양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애기버어먼초는 스스로 양분을 만들지 못해 부엽토에서 양분을 얻는 부생식물이다.
노린재동충하초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얼마 못 가 "찾았다" 소리와 함께 발견된 것은 '동충하초'. 이권성 소장은 "코스 중에 자세히 살펴보면 노린재에 기생해 자란 노린재동충하초가 많이 발견될 것"이고 덧붙였다. 동충하초의 신기함도 잠시, 오르막은 계속됐다. 오르막이 언제끝날까 지칠때쯤 잠시 쉬고 다시 오르막을 올랐다.
어느 만큼 들어갔을까. 잘 정비된 잔디밭과 아담한 암자 하나가 보였다. '수행 정진을 위한 기도 도량으로 출입을 삼가고, 흡연 및 음주소란 행위를 삼가 달라'는 푯말 있는 선돌선원이다. 수많은 소원을 들으며 깊게 패인 미간 주름처럼 세월의 흔적이 더해진 수직으로 곧게 선 바위가 자리하고 있었다. 선돌이다. 선돌 아래에는 기도자리가 있다. 소원을 빌기 위해 한라산 깊은 선돌까지 찾은 이들의 소원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애기버어먼초
잠깐 숨을 돌리고 이날 최대 난코스인 선돌 정상으로 향했다. 이미 더위와 계속된 오르막에 가쁜 숨이 목을 턱턱 막았다. 때마침 붙잡고 올라가라는 듯 밧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쫓기다 만난 동아줄처럼 반가웠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올라가고자 하나 뿐인 줄을 부여잡고 끙끙대며 올라갔다.
선돌 정상에 올라서니 속세의 번뇌를 모두 바람에 맡긴듯한 노송 하나가 절벽 밑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지친 탐방객들은 선돌 정상에서 15분 이상 쉬고 나서야 기운을 차렸다.
숲길을 한참동안 오르고 나서야 '수악길'이라고 쓰인 표지가 보였다.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 소장은 "자 이제부턴 한라산둘레길이니 잠시 도시락을 먹고 쉬었다 다시 출발하겠습니다"라며 그 어느때보다 반가운 점심식사시간을 알렸다. 둘레길을 살짝 벗어난 곳에서 잠시 뜸을 들이던 이 소장은 "이곳은 표고밭 관리인이 살았던 곳으로 보이는데 이들은 집 주변에서 곰취를 키워 먹었다"고 말했다. 설명을 듣고 보니 한라산 소주의 옛 이름인 '한일소주'병이 크기별로 뒹굴고 있었다.
투어를 따라다니며 이권성 소장이 설명했던 야생화를 찍던 한 사진가는 "에코투어를 따라 제주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도 "탐방객들의 발걸음이 너무 빨라 사진에 집중하다 앞사람을 놓칠 뻔 해 장비를 조금 더 챙겨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한편 오는 11일 진행되는 7차 2018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이승이오름 주차장~임도~이승이오름~한라산둘레길~숲길~사려니 남서쪽 오름~한라산둘레길~표고밭길~해그므니소~숲길~한라산둘레길~신례하천길~서성로 코스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