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49)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 '극한직업'은 지난 9일 기준 누적 관객 1천200만명을 넘어섰다.
류승룡은 해체위기의 마약반 반장이자, 통닭집 사장의 애환을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표현해 '극한직업' 흥행을 이끌었다.
그가 극 중 읊조리듯 내뱉는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라는 대사는 SNS와 광고에서 각종 패러디를 낳으며 유행어가 됐다. 영화 개봉 전 만난 류승룡은 "대본 연습을 할 때부터 저절로 그처럼 읽혔다"고 말했다. '극한직업'은 그가 출연한 역대 코미디 영화 흥행 1위작 '7번방의 선물'(1천281만명) 기록을 곧 깬다.
류승룡은 코미디 영화 2편을 포함해 '명량'(1천761만명), '광해, 왕이 된 남자'(1천232만명)까지 총 4편의 1천만 영화를 배출했다.
그의 활약은 스크린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류승룡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좀비사극 '킹덤'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왕세자 이창과 대립하는 조학주 역을 맡았다. 악역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이달 초에는 EBS 다큐멘터리 '류승룡의 백두대간 문화유산 답사기'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류승룡은 사실 영화계에서 늦게 만개한 배우다.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은 그는 한국형 뮤지컬 퍼포먼스의 대명사가 된 '난타'에 초기부터 참여해 5년간 함께했다.
공연과 연극 무대를 누비다 영화로 옮긴 뒤에는 주로 조연을 맡다가 40대에 접어들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최종병기 활'(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 등을 잇따라 흥행시키며 충무로 캐스팅 1순위 배우로 떠올랐다.
차진 말맛 개그부터 슬랩스틱 코미디까지 코믹 연기는 물론 진중한 사극과 정통드라마 연기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인생에는 늘 부침이 있는 법. 뒤늦게 정점에 오른 만큼 뒷말도 뒤따랐다. 2014년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예전 공연무대를 함께한 동료의 발언 이후 류승룡은 세간의 '오해'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공교롭게 그때 이후 연타석 흥행 행진도 멈췄다. 영화 '손님'(2015)과 '도리화가'(2015), '염력'(2018), '7년의 밤'(2018) 등 근작에선 흥행 쓴맛을 봤다.
그런 시간을 겪은 덕분일까. 수년 전 술과 담배를 끊고 다도를 하며 마음의 평정을 찾은 류승룡은 예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모습이었다.
그는 "인생은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도 중요한 것 같다"며 "때로는 되돌아보고 쉼표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잘 쉬어야 양질의 일을 할 수 있고, 내가 편해야 보는 사람도 편합니다. 웬만하면 다툼을 만들지 말고, 잘못하면 사과를 하고, 더불어 평안하게 사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그가 여러 부침을 겪은 끝에 얻은 교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