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실버세대] (2)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 원장

[꿈꾸는 실버세대] (2)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 원장
"착실한 준비 덕에 퇴직 두렵지 않았어요"
  • 입력 : 2019. 04.02(화)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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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중독 예방교육을 하고 있는 고광언 원장.

20년 간 제2의 인생준비 매진
퇴근 후 책 손에서 놓지 않아
국가·민간 자격증 15개 취득

"정년 퇴직했다고 아무 일도 안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더구나 60세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잖아요. 퇴직 후에도 뭔가를 해야하는 데, 그 뭔가를 하기 위해선 충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준비가 안 돼있다보니 막상 사회에 나갔을 때 혼란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고광언(65) 사단법인 제주중독예방교육원 원장은 가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하루라도 빨리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를 하라고 조언한다.

고 원장은 1979년 경찰에 입문한 뒤 제주서부경찰서 형사과장, 제주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장, 국제범죄수사대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15년 6월 정년 퇴직했다.

36년간의 경찰 생활 중에서 28년을 형사·수사 부서에서 보내 '형사·수사통'으로 불리던 그는 퇴직한 지 4개월이 채 안된 2015년 10월 그동안 꿈꿔왔던 제주중독예방교육원을 제주시 중앙로에 차렸다. 그는 현재 제주교도소, 제주소년원, 제주보호관찰소 등을 돌아다니며 마약류 및 술, 담배 등 약물 남용과 중독예방을 위한 홍보, 계몽, 교육 등의 활동을 하며 제2의 인생의 일구고 있다.

고 원장은 "경찰로 재직할 당시 마약 수사를 해온 경험과 지식을 잘 활용해서 퇴직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늘 고민해왔다"면서 "그러다 마약 범죄나 약물 오남용 문제는 단속과 적발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그 생각을 퇴직 후에 꼭 실천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당초 마약퇴치운동본부 측을 설득해 이 운동본부의 제주지부를 설립하는 것으로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고 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제주에는 지부를 만들기 어렵다는 본부 측의 답변을 듣고 자비를 들여 지금의 제주중독예방교육원을 차렸다.

고 원장은 "전국 각 지역에 들어선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제주에만 없다니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더구나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이지 않느냐. 마약에 관해서는 청정 지역이어야 국제사회에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어 손수 민간단체를 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를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20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와 언제든지 사회에 나갈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가 20년 간 준비해 온 일이란 다름아닌 공부였다.

고 원장은 지난 2003년 한성대 국제대학원 국제마약학과에서 입학해 석사 논문인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마약류 정책 연구'를 취득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제2의 인생을 열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약물 예방의 첫 시작은 중독자와의 적절한 상담에서부터 시작하는 데, 경찰 생활을 하며 마약 범죄 피의자를 추궁하는 데는 자신 있었지만 이들을 설득하는 등의 상담 기법에 대해서는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면서 "석사 논문을 딴 뒤부터 상담 기법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딴 국가·민간 자격증은 준상담사, 원예심리상담사, 자살예방지도사, 금연예방교육강사 등 15개에 달한다. 이중 하나는 퇴직 후 딴 것이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퇴근 후에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쉬는 날에는 도서관에 박혀 집에 돌아갈 줄 몰랐다. 그러다보니 가족을 돌볼 시간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고 원장은 "그동안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지금도 가족에겐 많이 미안하다"면서 "하지만 내가 퇴직 후의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가족들도 알아주기 시작했고 지금의 일도 가족들의 이해로 할 수 있었다"고 웃어보였다.

고 원장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몇개의 자격증을 더 따고 싶고, 동네 일도 열심히 챙기고 싶다. 고 원장은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하며 인터뷰를 끝맺었다. "정든 직장을 떠났다고 해서 자신이 외롭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무일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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