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 의사 인력 확충 방안을 두고 의료계 내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23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대해 각각 '반대'와 '환영'이라는 정반대의 반응을 내놨다.
이날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학부생을 총 4천명 더 뽑고, 이 중 3천명은 지방의 중증 필수 의료 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하는 의사로 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낙후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사 인력 증원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집단 휴진 등 총파업도불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병협은 "의료현장의 고충을 헤아려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발표해 다행"이라는 정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국내 의사 수에 대해서도 두 단체의 해석이 엇갈린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 수는 한의사를 합쳐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미치지 못한다.
이를 두고 의협은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지만,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보다 낮다"며 "2038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필수 의료 분야나 지역의 의료 인력이 부족한 것은 의사 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억누르고 쥐어짜기에만 급급한 보건의료 정책 때문"이라며 "무분별한의사 인력 증원은 의료비의 폭증, 의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병협은 이번 정부 정책이 의사 인력 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의료현장이 개선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봤다.
특히 병협은 OECD 통계가 제시하는 국내 의사 수 부족에 공감하고 있다.
병협은 자체 연구에서 "당장 내년부터 1천500명의 의대 입학정원을 증원해도 의사 인력 수급 부족이 발생한다"며 "의대 정원을 500명 증원하면 2065년, 1천500명을증원하면 2050년에야 비로소 의사 수급이 적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협과 병협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두고 대립각을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비대면 진료 도입을 검토하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해서 병협은 찬성했지만, 의협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의협은 병협이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찬성한다고 발표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번번이 두 단체가 엇갈리는 데 대해 대변하는 회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의협은 동네 의원 등 개원의가 중심이 된 의사 단체이고, 병협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