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과 오름으로 이어지는 코스
정상 오르면 드넓게 펼쳐진 광경
산딸나무 열매·꽃 등 즐거움 더해

지난 추석에는 주말도 껴 있는 '황금 연휴'라 많은 이들이 어디로 놀러갈 지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청정 자연인 제주로 몰렸다. 지난 연휴에 30만명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제주 자연의 숲내음을 맡으며 지금까지 누적됐던 피로를 싹 씻어보는건 어떨까.

이달 3일 진행된 올해 10번째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시작해 궷물오름~큰노꼬메오름~어음천~족은바리메오름~숲길~어음천을 거쳐 큰노꼬메오름 주차장에서 끝나는 코스로 진행됐다.

첫 번째 코스인 궷물오름으로 향했다. 궷물이란 이름은 제주방언인 궤(땅속으로 패인 바위굴)에서 샘물이 솟아난다고 해 붙여졌다. 궷물오름을 올라가다보니 중간지점에 테우리 막사가 있었다. 테우리 막사는 목동들이 거처하던 장소며 우막집이라고도 불린다. 테우리는 주로 말과 소를 들에 풀어놓아 먹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또는 목동을 일컫는 제주말이다.

궷물오름을 돌아서 궷물로 내려오니 백중제를 지내는 장소가 나왔다. 큰 돌판 위에 돌담이 있어 딱 봐도 제를 올리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이 곳에서는 음력 7월 보름 말과 소의 번성과 무사방목을 기원하는 백중고사를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궷물오름에 오르니 큰노꼬메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이 펼쳐졌다. 두 오름이 늠름하게 서 있는 게 마치 두 장군이 제주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정상에서 휴식을 가진 후 큰노꼬메오름으로 향했다.

큰노꼬메오름을 등산할 때는 매우 힘들었다. 궷물오름은 큰노꼬메오름에 비하면 매우 쉬운 편이었다. 경사가 급하고 오르막이 끝없이 펼쳐졌다. 특히 이곳을 올라갈 때 계단 발 딛는 곳이 짧아 엄청 긴장됐다. 다리가 풀리거나 미끄러지지 않게 절로 몸에 힘이 들어갔다.

한참을 묵묵히 걸어 오름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보는 광경은 탄식이 나올 정도로 장관이었다. 다래오름부터 바리메오름, 괴오름, 북도라진오름 등 많은 오름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름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것을 보니 마치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았다.

정상에서 휴식 후 내려갔다. 두릅나무들을 구경하며 내려오니 어음천에 도달했다. 어음천은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에서 시작해 금성리 금성천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어음천 중간에서 점심을 먹은 뒤 족은바리메오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족은바리메오름은 말굽 형태의 분화구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르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매우 힘들었지만 잠깐 쉴때 떨어져 있는 다래를 맛본 것이 굉장한 힘이 됐다. 다래 맛은 키위 맛과 비슷했는데, 새콤달콤 꿀맛이었다.

오름 정상에는 한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김밥을 먹고 있었다. 아마 이들은 추석 연휴 오름을 찾아 특별한 휴식을 보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족은바리메오름에서 내려와 큰 바리메오름 주차장에 도착했다.

큰바리메오름을 뒤로 하고 다시 숲길로 들어섰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많이 다녔던 길로 보였다. 그 흔적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새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산딸나무들을 보면서 숲길을 한참 누빈 후 어음천을 가로질러 큰노꼬메오름 주차장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