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덕의 건강&생활] 행복한 근시

[김연덕의 건강&생활] 행복한 근시
  • 입력 : 2022. 03.16(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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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다. ‘고도근시(도수가 -6.0D(디옵터) 이상인 근시)’에 난시까지 심해, 안경을 벗으면 1m 앞에 있는 사물도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서른에 ‘라섹’ 수술을 받았다. “이 밝은 세상을 나만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그런데 마흔 넘어 사십 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근시가 재발했다. 먼 데 있는 것들이 조금씩 흐려지고, 운전을 할 때는 다시 안경을 써야 했다. 수술 효과를 15년 정도 누린 셈이다. 필자는 다시 근시가 찾아온 이 상황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안과적 지식이 있는 주위 동료들 역시 ‘운이 좋다’며 부러워한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의학적으로는 ‘황금 근시(Golden Myopia)’ 또는 ‘행복한 근시(Happy Myopia)’라고 부르는 구간으로 근시가 재발했기 때문이다.

근시가 생기면 카메라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 앞쪽, 즉 안구 내부에 상이 맺힌다. 원거리 사물은 흐리거나 겹쳐 보이는 대신 근거리 사물은 잘 볼 수 있다. 중년을 넘긴 나이에 돋보기 없이 신문이나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근시나 근시와 유사한 근시성 난시가 있는 분들일 것이다. 이런 분들은 노안이 와도 안경만 벗으면 근거리 작업에 불편함이 없어, 평생 돋보기 없이 생활할 수 있다. 근시가 노안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1.0D 정도의 근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원거리 나안 시력이 약 0.5 정도 나온다. 일상생활에는 조금 불편하지만 항상 안경이 필요하지는 않다. 대신 -1.0에서 -1.5D 사이라면, 노안이 오더라도 컴퓨터는 무난하게 볼 수 있다. -2.0D의 근시는 0.2 전후의 원거리 나안시력이 나오고, 안경이 없으면 꽤 불편하다. 하지만 가까운 거리라면 조절해가며 모니터와 책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한편 근시가 -2.5D에서 -3.0D 사이라면, 컴퓨터 작업은 조금 불편해도 책을 읽을 때는 안경이 없어도 괜찮다.

맨눈으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구간과 근거리 작업 구간이 마침 일치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장시간 근거리 작업을 하더라도 모양체근을 사용하는 조절작용을 덜 하게 돼, 눈의 피로감도 줄어든다. 바로 이 구간, -3D 이내의 '경도 근시'를 행복한 근시라고 부른다.

라식, 라섹, 노안수술 등 안경을 쓰기 싫은 분들을 위한 안과 수술이 여럿 있다. 국소 마취로 짧은 시간에 시행할 수 있고, 일상으로 회복하는데 길지 않은 편이라 많은 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갖고 태어난 눈만큼 광학적 퀄리티를 보장하는 수술은 없다. 또한 일단 각막을 깎아내고 렌즈를 교체하는 등의 수술을 하고 나면 영구적으로 복원되지 않는다.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수술이어도 심사숙고하고, 전문의와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 특히 노안을 받아들일 나이가 머지않았다면, 황금 근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수술을 결정하기 전에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연덕 제주성모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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