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숨골의 비밀] (1)프롤로그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숨골의 비밀] (1)프롤로그
청정 지하수 함양 통로이면서 오염 지표수 유입 창구
  • 입력 : 2022. 04.22(금)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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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숨골 300여곳 추정… 신뢰도 담보는 안돼
유입 지표수 오염 조사·지질학적 가치도 조명

본보, 올해 특별취재팀 구성 집중 탐사보도 예정


제주특별자치도는 비교적 현생에 가까운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현무암질 내지 조면암질 용암류와 화산쇄설물로 구성된 '화산도'로 투수성이 좋아 전체 강수량의 약 40%이상을 함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의 연평균 강우량은 1872㎜로 내륙지방 1274㎜보다 598㎜가 더 많다. 1년동안 제주에 내리는 강수량은 약 33억 9000만t이다.

이처럼 많은 비가 내리고 있음에도 제주에는 연중 물이 흐르는 하천이 없다. 제주의 토양과 암석이 물을 잘 통과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빗물 등 지표수가 지하수맥(서부지역 약 100~150m)으로 침투하는 시간은 평균 16년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지표수가 지하수맥으로 내려갈때 화산활동으로 이뤄진 지질층이 천연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 중산간지역에 위치한 곶자왈에는 적지 않은 수의 숨골이 분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라일보 DB

제주의 토양은 대부분 화산이 폭발할때 섞여 나온 화산재와 모래, 자갈로 이뤄져 있다. 토양층은 두께가 얇아 빗물이 잘 스며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제주의 넓은 지역을 덮고 있는 현무암에는 대부분 용암이 굳을때 생겨난 수평·수직으로 깨진 틈들이 많아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든다.

제주전역에 분포하는 '숨골'도 지하수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숨골은 아무리 많은 양의 물이 들어가도 흘러 넘치지 않고 마치 밑빠진 독처럼 물이 한없이 들어가는 곳이다.

지질학자들은 숨골이 동굴 또는 동굴이 붕괴된 곳(동굴 함몰지) ▷흘러나온 시기가 다른 용암이 서로 접하거나 만나는 경계부문 ▷뜨거운 용암이 흘렀던 길(용암유로) ▷수직·수평으로 깨진 암석 틈(수직 판상절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숨골은 빗물 등의 지표수를 빠른 속도로 지하로 이동시키는 공간이 되고 있다.

이처럼 숨골은 제주의 지하수를 함양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하지만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매우 취약한 공간이기도 하다.

도내 농경지에 살포되고 있는 비료 성분이 장마철 집중호우시 인근 숨골 등을 통해 지하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제주도의 단위면적당 화학비료 사용량은 전국 대비 200% 수준으로 매우 높다. 질산성 질소의 주 오염원인 비료 사용량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질소질 비료 사용량은 지난 2013년 18만7044t에서 2019년 24만1806t으로 6년 동안 29%나 증가했다.

농경지에 뿌려진 비료 성분은 빗물에 녹아 토양으로 스며들지만 토양에 잔존하고 있던 일부는 집중호우시 인근 숨골 등을 통해 지하로 흘러 들어간다. 또 일부는 하천을 통해 바다로 유입돼 제주바다 조간대의 부영양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지와 임야, 곶자왈 등 다양한 곳에 위치하며 지하수 함양 등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숨골. 한라일보 DB

비료 성분을 포함한 빗물이 지하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정화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을 하고 있지만 장기간에 거쳐 다량의 비료 성분이 숨골을 통해 지속 유입될 경우 지하수 오염이 불가피하다. 서귀포시 대정읍 등 농경지가 많은 지역의 지하수 관정에서 질산성 질소 등 지하수 오염 성분이 높게 검출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축산·양돈장 폐수도 숨골 등을 통해 지하로 유입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질산성 질소 수치가 높게 검출된 서귀포시 대정읍 서림 수원지는 2012년 폐쇄됐다. 이후 서림 수원지의 수질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주도내 양돈장 밀집지역인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아래쪽에 위치한 옹포 수원지도 질산성 질소로 오염돼 지난 2019년 폐쇄 조치했다.

이처럼 숨골은 지하수를 함양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지만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매우 취약한 곳이 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하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수원의 오염 방지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곶자왈과 동굴 등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제주의 지하수를 생성하는 시작점인 숨골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도내 전문가들은 제주지역 초지나 목장, 경작지, 하천 등 약 300여곳에 숨골이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실태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몇년새 늘어난 한라산 중산간 지역 개발 수요로 인해 농경지나 초지, 목장 등에 분포돼 있는 숨골이 메워지거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숨골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는 오염 지표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제주 생명수의 유입 통로인 숨골은 제주에 숨겨진 환경자산으로 향후 스토리텔링을 통한 주요 관광자산이 될 수 있다.

한라일보는 이달부터 11월까지 8개월동안 도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숨골의 지질학적 가치를 조명해 본다.

제주를 권역별로 나눠 집중호우시 숨골로 유입되고 있는 지표수의 성분을 비교· 분석하고 숨골 주변 토지이용도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지하수 오염 저감 방안과 종합적인 숨골 보전 방안 등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고대로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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