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무 등 7개 품목 면적 전체 노지채소의 88% 차지2011년 이후 올해까지 단 2년만 빼곤 줄곧 시장격리병충해 강하고 수입 의존하는 품목 소득작목 고민을
겨울과 봄철 전국에 유통되는 채소류의 공급기지나 다름없는 제주의 현실은 상대적으로 재배가 손쉬운 월동무와 양배추 등의 쏠림현상이 심각해 몇몇 특정품목의 대량 생산으로 축약된다. 그 결과는 시장격리라는 일회성 수급조절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농가소득은 쪼그라든다는데 있다.
2010년산과 2021년산 월동채소류 재배면적 추이를 보면 월동무는 3828㏊에서 5056㏊로, 양배추는 1673㏊에서 1753㏊로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노동집약도가 가장 높은 품목으로 꼽히는 구마늘은 3403㏊에서 1600㏊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제주산 월동채소류는 소품목 대량생산으로 해마다 특정품목의 과잉생산→도매시장 가격 하락→시장격리라는 악순환이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도내 노지채소 재배면적 1만4105㏊ 중 월동무, 당근, 양배추, 마늘, 양파, 브로콜리, 콜라비 등 재배면적이 500㏊가 넘는 7개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이 87.5%(1만2342㏊)에 이른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재배가 쏠린 품목은 '과잉생산→도매시장 가격 하락→시장격리'가 공식처럼 자리잡았다.
2011~2021년 기간에 제주산 채소류 시장격리에 투입된 예산이 711억원(국비 170억원, 도비 289억원, 농협 등 252억원)이다. 적게는 8억원에서 많게는 161억원이 투입됐는데, 이 기간 시장격리가 없었던 해는 2015년과 2016년 두 해 뿐이었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산 조생양파나 양배추 등은 해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출하된다는 강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몇 년 전부터는 제주산에 이어 출하되던 전남산과 출하시기가 겹치며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전문가들이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재배한 채소류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지역명이 들어간 월동채소류 통합브랜드 구축을 제안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제주산 월동채소류는 '소품목 대량생산'에서 '다품목 소량생산'으로 전환 없인 애써 키운 작물을 갈아엎는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병충해에 저항성이 높은 품종 육성에서부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채소류 품종을 육성해 새롭게 소득작목화하고,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농촌관광 활성화와도 연결되는 농업의 6차 산업화 등 제주산 채소류 종합대책에 대한 고민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특히 생산한 농산물 대부분을 원물 판매에 치중하는 한계도 뛰어넘어야 한다. 농산물 가공품 확대를 위해 공공이 직영하거나 위탁운영하는 방식의 거점 농산물 가공지원센터와 만든 가공품을 바로 판매할 수 있는 직매장 설치로 연계 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농산물 가공제품 연구 개발에서부터 농가 대상 농산물 가공 전문교육과 공동사용이 가능한 가공지원센터를 갖추면 소농도 설비투자 부담 없이 가공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안경아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제주산 농산물은 대농과 소농 모두 육지부 출하에 집중하는 상황인데, 대농은 조직화해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갖추고 소농은 로컬푸드로 도민과 관광객을 주소비층으로 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농산물 종합가공센터를 운영하는 지자체들이 있는데, 제주에서도 소농도 가공센터에서 시제품을 만들고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해 상품 변경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가공품 직매장도 갖춰 가공에서 판매까지 연계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미숙기자
“제주당근 고유의 맛·향 담았어요”
구좌농협, '제주당근100' 주스로 부가가치 높여
시행착오 끝에 안정 궤도… 2배 규모 증설 중
다른 첨가물 없이 당근으로만 만든 주스. 친환경과 일반 2가지로 생산 중이다.
제주시 구좌지역은 전국 당근 유통량의 65% 정도를 점유하는 국내 최대 당근 주산지다. 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5만t 안팎이고, 값싼 중국산과의 경쟁으로 가격 등락이 커 시장격리가 잦은 품목 중 하나다.
그런 당근을 착즙후 급속냉동시켜 고유의 맛과 향을 살려낸 가공품이 바로 '제주당근 100'이다. 다른 첨가물 없이 100% 당근만 착즙해 맛이 그만이라는 입소문에 온라인몰 판매는 물론 구좌읍 일대 카페 등에서도 이를 메뉴로 선보일 정도다.
하지만 당근 주스가공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당근 명품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을 갖던 차에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시가 추진한 향토산업육성사업에 구좌농협이 보조사업자로 선정되면서 당근 가공은 전환점을 맞았지만 난관이 적잖았다.
구좌농협유통센터 가공시설에서 100% 제주당근 착즙주스를 생산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양성집 구좌농협유통센터 장장은 "제주당근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려면 비가열 가공시설이 중요했다"며 "농협에 가공인력 육성도 안돼 있어 직원을 교육보내고 전문가 자문을 얻어가며 주스를 만들긴 했지만 버리는 일도 허다했다"고 했다. 주문받아 택배로 발송하면 반송되기도 일쑤였다. 지금은 유통센터에서 제조후 냉동탑차로 운송하면 수도권 업체가 판매를 전담한다.
당근주스는 12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생산된다. 식품안전관리인증(해썹·HACCP)을 받은 가공제조시설에선 하루에 당근 2t으로 120g 용량의 주스를 최대 1만팩 생산할 수 있다. 친환경 주스와 일반 주스 2가지로 생산되는데 친환경 비중이 20%쯤 된다. 당근주스 수요가 늘어나던 차에 구좌농협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신규공모사업인 채소류 출하조절시설 지원사업에 공모해 선정되면서 국·도비를 지원받아 저온저장시설과 주스 가공제조시설을 신축중이다. 완공되면 당근 원물 4~5t으로 2만팩의 주스 생산이 가능해진다.
제주당근100 가공에 사용되는 당근은 구좌농협이 농가와 계약재배한다. 당근 원물 사용량은 2019년 234t에서 2021년 473t, 올해는 650t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양 장장은 "2018년쯤부터 주스가공 사업이 안정권에 진입한 후 매년 30% 이상 성장하는 중"이라며 "증설될 가공시설은 지난 8년간의 노하우를 응집한 시설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미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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