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이 제주여고 학생 인권침해 진정 사안에 대해 "개별 교사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문화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학교 내에서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에 대해선 학교장에게 재발 방지 등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했다. 도교육청 학생인권교육센터는 10일 이 같은 내용의 '제주 A고 학생인권침해 진정 사안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일은 지난 3월 15일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과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이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여고 학생 인권침해 사례를 알린 일이 계기였다. 당시 제주학생인권조례TF팀 등은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그해 졸업생 87명 대상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그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도교육청은 같은 달 21일 해당 사안에 대한 실태 조사 계획을 알렸다.
학생인권교육센터의 조사는 ▷제주여고 2·3학년(총 22학급) 전체 학생과 2021학년도 3학년 재학한 졸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개별 면담 신청자와 학생자치회, 관련 교사와 관리자를 대상 상담과 면담 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이를 토대로 도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 소위원회 논의를 거쳐 최종 권고안을 냈다.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생인권침해 영역에 대한 직·간접 경험을 전수조사한 결과 학교 내에서 교사에 의한 폭언, 학습권, 차별, 개인정보 보호, 의사 표현 등의 인권침해가 일부 있었음을 확인했다. 성희로 등 직접 피해 학생이 진술을 하지 않았거나 객관적 사실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경우는 개별 교사에 대한 권고를 내릴 수 없는 한계가 있었지만 파악된 사실관계에 따른 판단으로 권고안을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학교문화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학교 내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확인한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교장에게 재발 방지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권고했다. 구체적 권고 내용은 ▷사실관계가 확인된 교사에 대한 학교장의 조치 ▷관련 교사의 학생인권교육 이수 ▷전체 교직원 대상 아동학대, 성희롱·성폭력, 학생인권 등 직무 연수 추가 실시 ▷학생생활규정 개정과 교내 학생인권기구의 마련 ▷학생과 보호자 대상 인권연수 시행이다.
이에 따라 제주여고는 권고일로부터 20일 이내 권고 내용에 대한 이행계획서를 학생인권교육센터로 제출하고, 이행계획서 제출일로부터 60일 이내에 권고사항 이행 자료를 내야 한다. 이와 관련 학생인권교육센터는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학생인권교육센터는 학교를 방문해 학교장, 학교운영위원장과 권고·조치사항에 관한 협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필요한 경우 학생건강추진단의 협조를 얻어 재학생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심리 치유 상담을 하거나, 교직원 대상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에서는 교육가족들로 구성된 교내 인권위원회를 조직해 재발 방지와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학생인권교육센터 관계자는 "도교육청 학생 인권 조례상 재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사안이 엄중하다고 보고 올해 졸업생까지 포함해 조사를 진행했고 필요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와 연계되도록 했다"며 "설문 문항에 대해선 진정인과 학교 측의 의견수렴을 거치고 국가인권위원회 제주출장소의 자문을 얻는 등 사안 처리의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도교육청의 실태 조사와 별개로 '제주여고를 사랑하는 졸업생 모임'이 추진했던 국가인권위원회 집단 진정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졸업생 모임 측은 2021년 이전 졸업생들의 제보가 이어진다며 지난 4월 '2021년 이전 졸업생 대상 인권침해 실태 조사'와 함께 국가인권위원회 집단 진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