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귀포시 무오법정사 내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안내센터에서 시작된 '숲길체험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씨앗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오늘의 주제는 '숲에서 놀자'예요." 유옥규 환경교육지도사의 말에 울긋불긋한 가을 숲이 놀이터가 됐다. 그와 마주 앉은 아이들은 울창한 숲을 있게 한 씨앗 이야기로 '숲학교'에 들어섰다. 19일 서귀포시 무오법정사 내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안내센터에서 열린 '2024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과 한라일보가 함께하는 숲길체험 프로그램'에는 효돈초등학교 5학년 학생 20여 명이 함께했다.
"가을 숲은 뭐니 뭐니 해도 '열매'예요. 친구들이 생긴 게 다 다른 것처럼 나무들의 생존 방식도 다 달라요." 유 지도사가 책을 꺼내 나무의 열매, 그 속의 씨앗마다 다른 발아 방식을 설명하자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집중했다.
숲에서의 배움은 바로 놀이로 이어졌다. 유 지도사가 미리 준비한 동백나무 씨앗, 무환자나무 열매가 놀잇감이 됐다. 씨앗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휴지 심을 토양 삼아 '골인'해 보는 게임에 아이들이 신나게 몸을 움직였다. "야호", "성공했다"는 함성이 숲을 울렸다.
몸풀기 놀이를 마치고 들어선 숲은 가을이 완연했다. 가지마다 수북했던 잎을 떨구는 나무 사이에서 단풍나무는 더 붉게 타올랐다. 가을에서 겨울로 향하는 숲을 걷는 아이들도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사뿐히 걸었다. 이 계절, 자연이 주는 선물에 연신 반가워하기도 했다.
"버섯은 자연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가는 길에 버섯을 발견한 아이들과 걸음을 멈춘 유 지도사가 '산느타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묻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유 지도자의 힌트에 "분해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맞아요. 버섯은 이렇게 열심히 활동을 해서 썩은 나무를 양분으로 숲에 환원하는 역할을 해요. 우리는 먹지 못하는 독버섯이라 해도 자연에는 소중한 존재죠." 그냥 지나칠 법한 자연물을 자세히 보는 것만으로 때론 배움이 된다. 그렇게 숲은 '학교 밖 교실'이 됐다.
효돈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19일 한라산둘레길 동백길을 걸으며 숲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걸음은 무오법정사 항일운동 발상지까지 이어졌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1919년 3·1운동보다 빨랐던 제주 최초의 항일운동(1918년 10월 7일)이자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배우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아이들이 나뭇잎을 이용해 쓴 편지에는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김석현 효돈초 5학년 담임 교사는 "아이들이 오기 전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며 "5학년 사회 과목에서 역사를 배우는데 자연과 같이 역사를 배울 수 있어서 더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가을 숲에서 저마다 추억을 새겼다. 김수연 학생은 "친구들과 숲을 걷는 게 재밌었다"고 했고, 백민서 학생은 "씨앗에 대해 몰랐던 것을 알 수 있어 즐거웠다"며 웃었다. 강여울 학생도 "숲을 걷는 게 상쾌하고 좋았다. 나무에 작은 버섯이 자라는 게 신기했다"는 소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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