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제주도교육청의 업무보고와 의원 질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한라일보] 제12대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8년 만에 교육수장이 바뀐 제주도교육청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기대보다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일부 '선심성' 공약과 설익은 정책에 대한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랐고, 부실한 업무보고 내용이 지적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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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식 위원장 "학생 가정 스마트기기 보급률 낮은 거 맞나… 자칫 교부금 삭감 빌미"
15일 오후 2시30분부터 속개된 교육위원회 4차 회의에서 김창식 위원장(교육의원, 제주시 서부 선거구)은 도교육청의 올해 제1회 추경안에 161억원이 편성된 초·중학생 스마트기기 지원이 세밀한 접근을 통해 도출된 것인지 질의했다. 김 위원장은 "도교육청에서 제주지역 가정 내 컴퓨터 보유율이 59%로 전국 평균 74%보다 낮다고 했는데, 이 같은 비율이 학생이 있는 학부모 가정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도내 모든 가정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더욱이 왜 초등학교 3학년엔 태블릿PC이고, 중학생엔 노트북인지. 그에 맞는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은 무엇인지도 나와 있지 않다. 교육 목적을 세우고 기자재를 구입해야지, 기자재를 먼저 사서 그 뒤에 교육 내용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교육정책을 결정할 땐 올바르게 집행되고, 학생 교육에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이 정책에 대해 재고해달라"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재정당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 대학 예산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면서 "왜 그런 빌미를 제공하는가"라며 도교육청의 스마트기기 보급 계획이 자칫 남아도는 교육재정으로 타당성이 부족한 공약을 이행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와 관련 도교육청은 학생이 있는 각 가정의 PC 보유 현황에 대한 별도의 조사 자료는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고3 모든 학생에 대한 진로진학비 지원의 경우엔 앞뒤가 바뀐 공약 추진 과정이 드러났다. 도교육청은 이번 추경안에 2022년부터 시행하기 위해 16억8000만원을 편성한 상태이고 2026년까지 매년 16억~19억여원 규모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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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홍식 의원 "고3 진로비 복지부 승인 사항… 두 달 소요되면 추경안 심사 문제 없나" 김창식 의원(왼쪽)과 양홍식 의원.사진=제주도의회
양홍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해당 공약 내용이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의 승인을 받아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이에 도교육청은 지난 6월 29일 보건복지부에 관련 승인을 받기 위한 자료를 보냈다고 밝혔다. 사회보장제도 승인까지 두 달 정도 소요되는 것과 관련해 양 의원은 "만일 승인이 안 되면 예산 편성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나"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신제주권 여중·고 신설 또는 전환, 예술·체육학교 신설 또는 전환 등 학교 설립을 둘러싼 지적도 이어졌다. 김대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시 동홍동 선거구)은 "학교 설립 공약이 있는데 어떤 재원으로 할 것인가. 한두 학교를 증설하는 게 아니어서 예산이 어디서 올지 모르겠다. 서부중학교도 지금까지 부지만 선정하지 않았나"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강애선 도교육청 행정국장은 "예산도 막대하고 기간도 소요되는 거여서 설립타당성 용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한 강동우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동부 선거구)은 "학교 신설은 변수가 많다"며 "첨단단지 초등학교 신설 등 처음부터 계획을 잘 해서 도민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진행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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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숙 의원 "공약 추진계획 구체화된 게 없어… 곧 추경안 심사 앞뒀는데 자괴감"
고의숙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중부 선거구)은 예술고와 체육중·고 설립, 스마트기기 지원, 고 3진로진학비 등 공약 추진과 관련한 업무보고 내용이 허술하다는 점을 짚었다. 고 의원은 "공약사항들이 업무보고 자료 맨 앞에 나와있는데,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구체화된 게 없다"며 "이미 학교체육관 무료 개방 같은 경우엔 공약이 수정되거나 전환되어야 할 상황이다. 적어도 공약이 주요 업무보고로 올라올 땐 분석이 되고 세부적인 내용이 나와야 한다. 스마트기기, 고3 진로진학비 등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런 계획들이 분석 자료 없이 업무보고 자료에 올라있다. 한번 정책 결정이 이뤄지면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정책, 제도를 만드는 기관에서는 신중해야 한다. 당장 다음 주부터 추경안 심사가 이뤄지는데, 이런 상태에서 예산을 살펴봐야 하는지 자괴감이 앞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오순문 부교육감이 "그동안 인수위원회 중심으로 공약 추진 계획을 검토했고, 7월 1일 교육감 취임 이후부터 교육청이 맡으면서 시일이 촉박했다는 변명 아닌 변명을 드리겠다. 8월 말까지는 치밀한 세부 추진 계획을 만들어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고 의원은 "그러면 8월 말까지는 추경안 심사를 안해도 되겠느냐"고 반문하며 "정부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삭감하겠다는 마당에 우려의 말씀을 드린다. 다음 회기 전에 세부적인 분석 자료가 보완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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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행정직 인력 확대 조직 개편·잇단 학교 설립 계획에도 반신반의 입장 왼쪽부터 김대진, 정이운, 오승식 의원. 사진=제주도의회
고 의원은 이와 별개로 김광수 교육감의 핵심 공약으로 꼽히는 '학력 격차 해소'에 대한 공약 추진 계획과 관련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기초학력보장법과 시행령을 언급하며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해 공포된 만큼 도교육청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정밀한 진단, 맞춤형 지원 등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도교육청의 계획에는 교육부가 지난 6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에 맞춰 내놓은 전반적인 방향 조차도 담겨 있지 않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김광수 교육감이 내년 3월 도교육청 조직 개편 계획과 함께 행정직 공무원 확대 방안 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질의가 있었다. 오승식 의원(교육의원, 서귀포시 동부 선거구)은 "지난 3일 동안 직속기관 현장을 찾아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해당 기관에서 하는 일에 비해 조직과 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도교육청에서 용역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진단해 조직개편을 한다고 했는데 본청 위주의 조직 개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곳에 인력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이운(교육의원, 서귀포시 서부 선거구) 의원은 공무원 수를 동결하겠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춰 "인력은 그대로 두되 교육현장에 도움 안 되는 사업들은 과감히 축소해서 맞추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도교육청 측은 "정원, 조직 확대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부의 방침에 맞춰서 재배치에 중점을 두고 조직 개편이 추진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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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원 일몰 예정 속 4년간 어떤 활동으로 교육자치 가능성 보여줄지 주목
12대 도의회 출범과 함께 선출된 교육의원들은 일몰제에 따라 현재로선 4년 후를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일각에서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 여론과 맞물려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제주에만 남아있는 교육의원 제도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교육위원장을 포함 교육 관련 전문성을 갖춘 5명의 교육의원이 배치된 교육위원회가 앞으로 얼마나 교육행정을 건강하게 견제, 감시하면서 교육자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제주교육의 방향을 발전적으로 그려갈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도의회 전반기 교육위원회는 김창식(위원장), 양홍식(부위원장), 강동우, 고의숙, 김대진, 김황국(국민의힘, 용담1동·용담2동 선거구), 오승식, 이남근(국민의힘, 비례대표), 정이운 의원 등 9명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