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골든타임 사수', '생명 살리기' 최근 전국지와 지방지, 인터넷 신문에 실린 기사제목이다. 사건사고가 아닌 제주발 소식이어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내용은 이렇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와 제주교통방송이 지난 2월부터 협업체계로 운영하고 있는 심장정지나 교통사고 환자 등의 골든타임 확보 사업에 제주도 자치경찰단이 참여해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119종합상황실에 응급환자 발생이 접수돼 구급차량이 출동하게 되면 이 사실이 이송단계에서부터 각 협의체로 전파된다. 그러면 제주교통방송은 환자의 이동경로에 있는 차량운전자를 대상으로 실시간 '길 터주기'를 협조해주도록 방송을 시작한다. 동시에 자치경찰단에서는 차량정체가 심한 도로나 교차로를 일시 통제하면서 경찰오토바이로 구급차를 병원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소방본부와 자치경찰이 교통정체가 심한 오후 5시30분부터 시험 운행 결과에서도 일반차량으로 15분 정도 소요되지만 경찰의 안내를 받은 차량은 8분 이내에 도착하기도 했다. 골든타임 확보는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만큼 생명을 살릴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환자수송 지연과 혹시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심리적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는 구급차량 운전대원의 호응도 높다. 경찰 오토바이가 앞에서 동선을 확보해줘서 많은 도움이 됐고, 교차로를 통과할 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하는 일이 다른 기관들이 나서서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공동선'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태풍의 최전선에 있고, 지역마다 다른 날씨와 폭설, 최근 기후위기로 인해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폭우와 전례 없는 무더위,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재난, 교통사고나 범죄 등에 노출된 상황에서 협업의 필요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재난은 개인이나 가족에게 닥칠 수도 있고, 집단 또는 사회전체가 맞닥뜨릴 수 있기에 구급차나 소방차, 경찰 순찰차 등은 보다 빠른 시간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제주도 교통안전기본계획은 어떠한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드론을 연결해 길안내와 교통신호기를 제어하는 것이 고작이다. 차량으로 가득 메운 도로,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현장접근 자체가 어려운데도 말이다. 응급환자 이송에 대한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다. 제주소방본부와 제주교통방송, 제주자치경찰단의 협업으로 골든타임 확보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소방본부를 주축으로 관련 기관의 참여 확대와 평소 긴급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언론을 통해 긴급자동차 길 터주기에 대한 시민협조를 구해야 한다. 생명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제주가 다른 지방을 모방하고 따라가야만 할 것이 아니라면 제주만 갖고 있는 자연과 생명존중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먼저 실현해야 한다. 도민의 생명을 지키는 안전한 도시로 가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송창우 제주교통방송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