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최근 비계 삼겹살, 해수욕장 평상 갑질 등 제주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여러 논란이 전국 뉴스로 보도됐다. '제주도 갈 바에는 차라리 동남아나 일본에 간다'라는 말이 일상이 되고, 한때 열풍이었던 제주살이도 시들해지고 있다. 제주살이 열풍이 식으면서 제주에서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귀촌인이 1년 사이 1000명 이상 줄었고, 제주지역 순유출 인구도 반년 사이 2192명으로 지난해 1687명을 넘어섰다. 혹자는 '이효리로 시작된 제주살이 열풍이 이효리로 막을 내리는 게 아닌가'라는 씁쓸한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워런 버핏은 "신뢰를 구축하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허무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성립된 이후 차곡차곡 쌓아온 제주의 이미지가 최근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힐링의 섬, 독특한 문화, 천혜의 자연경관, 평화의 섬 등 제주의 긍정적 이미지 위에 바가지, 난개발, 높은 거주 비용, 열악한 근로환경, 중국인의 섬 등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다.
최근의 논란이 바가지 문제로 촉발된 측면이 있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문제는 불친절 등 서비스 정신의 부재다. 비계 삼겹살 논란은 비계가 주된 사항이 아니라 고객의 불만 사항에 대한 후속 조치의 미흡이 더 큰 논란을 낳았다. 해수욕장 평상 논란 또한 평상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평상을 운영하는 측의 고객에 대한 갑질이 문제가 된 사안이다. 이러한 논란을 바가지 문제로 축소해 비계 비율에 대한 단속이나 평상 비용을 낮추는 데 행정력을 낭비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오도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달 여행객 만족도 제고를 위한 '제주관광 대혁신' 실행계획을 추진하며 핵심사업으로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를 개소했다. 그런데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가 개소하면서 제주 관광이 편해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급하게 추진된 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는지도 의문이지만, 불편을 신고한다는 자체가 사후약방문이 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면세점 등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기업에서는 고객이 직원에 대해 칭찬한 내용을 기록하는 '고객 칭찬 카드'가 운영된다. 이 카드의 내용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준 직원을 포상하고, 칭찬 내용의 공유를 통해 고객 서비스의 선순환을 이루기도 한다.
불편이 신고되기 이전에 친절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제주 관광의 고객 만족도를 제고하고 제주의 긍정적 평판을 쌓아가는 일은 일선 현장에서의 서비스 정신에 달려 있다. 고객을 상대하는 체계적인 서비스 교육과 불만 사항에 대한 대응 역량을 기르는 일이 평판을 쌓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 그 걸음 위에서 불편을 전제로 한 불편신고센터가 아니라 칭찬을 전제로 한 칭찬신고센터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다. 고객 만족의 경험이 쌓여야 평판이 쌓이고, 평판이 쌓여야 우리가 바라는 제주가 지속될 수 있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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