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 탄소중립 선도도시에 대한 단상

[한라칼럼] 탄소중립 선도도시에 대한 단상
  • 입력 : 2024. 11.12(화) 01:30
  • 임지현 기자 hijh52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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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독일 프라이부르크는 '세계의 환경 수도'라고 불린다. 독일 남서부 인구 20만명의 프라이부르크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도시의 80%가 무너지고, 산성비로 숲이 파괴된 황폐한 환경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반대를 위한 비폭력 저항운동을 통해 '에너지 자립 도시'를 추진했다. 프라이부르크는 태양광 산업이 시작된 세계 최초의 도시이고, 독일의 독립적인 대안 연구소와 유럽에서 가장 큰 태양에너지 연구소가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2035년까지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세운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도시 정책은 크게 세 분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당신의 지붕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자발적 친환경 에너지 활용 주택과 각종 공간이 있다. 태양광 발전장치를 설치한 저에너지 하우스, 단열공법을 사용해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패시브 하우스, 필요한 에너지를 초과해 신재생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에너지 플러스 하우스 등을 건설해 에너지 절약을 하고 심지어 추가 전력을 생산해 판매 수익금을 올리기도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자동차가 없는 마을을 꿈꾼다. 자가용 대신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을 장려하는 교통정책을 시행했다. 자전거 우선 정책으로 공공자전거 대여시스템인 Frelo를 도입했고, 500㎞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를 건설해 자전거 교통 분담률을 대폭 높였다. 자가용 소유 비율이 독일 내에서 가장 적고 친환경 교통 분담률이 70%를 넘어서면서 배기가스와 소음, 교통사고가 거의 사라졌다. 또한 프라이부르크는 쓰레기 제로를 향한 노력을 이어 나간다. 재사용이 가능한 '프라이부르크 컵'을 만들었고, 종이 수요의 80%를 재활용 종이로 사용한다.

프라이부르크가 '2035년 탄소중립'을 자신하는 이유는 효율적인 정책과 더불어 실천에 열정적인 시민의식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은 어려서부터 시작되는 환경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환경단체 분트가 창설한 에코 스테이션에서 환경을 보호하고 가꾸는 400가지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프라이부르크의 아이들은 이러한 프로그램과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시민으로 성장한다.

얼마 전 '2035 탄소중립 제주' 비전이 선포됐다. 해상 풍력 확대를 포함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이고, 연 6만t의 수소를 생산해 수소 경제의 초석을 다지는 원대한 계획이다. 기술 개발 등 여러 난제가 있지만 우선돼야 하는 일은 정책에 대한 도민의 자발적 동의와 일관성이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어도 도민의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용하고, 도민의 동의가 없는 정책은 새로운 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최근 제주 산지로의 사괴석을 아스콘 포장으로 교체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차 없는 거리와 탄소중립을 이야기하면서 차량 통행이 불편하다고 아스팔트로 재포장한다는 논리는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일관성이 결여되면 비전은 단지 헛된 선언에 불과할 뿐이다. <문만석 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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