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15분쯤 이태원의 해밀톤호텔 옆 골목에 핼러윈을 즐기려는 다수의 인파가 몰리면서 300명이 넘는 압사 사상자가 발생하는 가슴 아픈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 보면서 당시의 절박하고 참담한 광경에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한동안 우울감을 극복하기 힘들었다. 서울 시청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에 방문해 분향을 하면서도 참담한 심경과 함께 가슴 한구석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한동안 분향소에서 멍하니 서 있다가 감정이 좀 진정된 이후에나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수사 진행 상황과 함께 책임자 처벌 요구 등과 관련된 보도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책임자 처벌 문제는 그동안 모든 사건·사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슈였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사고일 경우에는 상대 진영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요구가 더욱 거세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발빠르게 책임자를 식별해 처벌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그것으로 사건·사고는 봉합되고 언론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가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습 방안이 정말로 바람직한 방향일까? 다시는 유사한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일까? 우리 유족분들이나 국민들은 진정 이러한 모습을 바라는 것일까? 물론 책임자를 식별해 잘못한 부분에 대해 명백하게 책임을 묻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정치적 공방과 책임자 처벌만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해답과 함께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선 우리나라 수준에서는 충분히 막을 수 있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참사를 사전에 예방하고 현장에서 통제하는 임무는 민간의 영역이지만 군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보기를 제안하고 싶다.
군은 발생 가능한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 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놓고 있으며, 현장의 미세한 상황 변화를 가장 빠른 시간 내에 감지해서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초동조치하고 이후 가용한 자산을 투입해 후속조치하면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여기에 실시간 지휘보고와 지휘관의 시기적절한 조치는 기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축제·행사 등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 선제적 사전 예방에 나선다고 하니 다행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창창한 젊은이들이 이슬처럼 사라졌다. 유족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남동우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 예비역 해군 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