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제주도교육청이 주최한 '2022 IB 정책토론회'에서 발제가 끝난 뒤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진선희기자
[한라일보 ]IB(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 정책과 관련 교육감 교체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으로 연구, 관리할 수 있도록 범기구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16일 제주도교육청 주최로 제주라마다호텔에서 열린 '2022 IB 정책토론회'를 통해서다.
이번 토론회는 현재 'IB 월드 스쿨'로 불리는 IB 인증학교를 포함 총 12개 학교(초 9개교, 중 2개교, 고 1개교)에서 IB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도교육청에서 '향후 제주 IB 교육 정책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처음 IB 정책을 다룬 자리였다. 이무성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가 'IB 교육과정 실행상의 문제점과 공교육 도입에 대한 쟁점 논의-IBDP를 중심으로'에 대해 발제했고 강동우 제주도의회 교육의원, 강현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우옥희 전 중등교장,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손민호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장이 토론을 맡았다.
이무성 연세대 교수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인 IBDP 운영 학교가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아시아 지역에서 DP를 운영하는 학교의 대부분(85%)이 사립학교 또는 국제학교라면, 북미 지역 IB학교의 80% 이상은 공립학교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를 두고 "IBDP 교육과정의 운영 주체와 대상에 따라 엘리트 시스템으로 전유될 수도 있고, 반대로 교육형평성에 기여할 수도 있는 역설"이라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강현석 경북대 교수는 제주의 IB 교육 정책 추진을 '민주적인 토착적 지식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대구광역시와 달리 제주는 교육 혜택을 받지 못했던 표선·성산 지구 학생들에게 민주적 의식을 기르고 교육의 목적과 가치를 체험하게 하는 것에서 출발했다"며 "정책 당국은 교육의 효과를 빨리 보고 싶어하고 1~2년 이내 종단연구로 결론을 내려 하지만 좀 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 소위 말하는 전통적 학력 개념에 갇힐 게 아니라 공부 잘한다는 의미를 새롭게 바꾸고 확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그는 향후 IB 정책의 전환에서 검토할 과제 중 하나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연구 중립적 기구에서 초정파적으로 관리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도내 유일의 DP 인증학교인 표선고의 IB 학생들이 내년 첫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것과 관련해 도교육청의 책무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제주처럼 IB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교육전문직들의 오랜 노력 끝에 지역에 있는 모 대학교 의과대학의 수능 최저 기준을 없앴다"며 제주에서도 대학을 설득하려는 작업이 이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혜정 교육과학혁신연구소장은 "IB로 인해 대입에 특혜가 있어서도 안 되지만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며 현행 국내 대입에서는 수능 최저 등급을 요구하지 않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등 IB 학생들의 대입 통로가 제한적인 현실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 있음을 소개했다. 이 소장은 "IB 학생은 현재 정시 지원을 못하고 있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IB 학생도 엄연히 우리 공교육에서 제도적으로 인정한 공교육 이수자인데 대입 정시에 지원할 수 없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면서 자국의 대입 시험 점수와 국제 공인 IB 점수를 동시에 대입에서 인정하고 있는 영국, 홍콩, 호주, 뉴질랜드 등과 같이 정시에서 IB 최종 점수도 수능 점수처럼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면서 "향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6일 제주도교육청이 주최한 '2022 IB 정책토론회'에서 발제가 이뤄지고 있다. 진선희기자
"내년 표선고 대입 따라 IB 방향 달라져" 발언 놓고 논란
학부모 "교사들 압박 말라"에 도교육청 "압박한 적 없어"
한편 이날 토론회장에는 도내 IB 학교 교사, 학부모 등이 자리를 꽉 메운 가운데 3시간 넘게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DP 중심의 발제에 대한 토론 과정에서 표선고 IB 학생들의 내년 첫 대학 입시 결과에 따라 도교육청의 IB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논란도 일었다.
표선고 학부모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선생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과를 도출하려고 하니까 밤을 새더라"면서 "엄마들도 너무 힘들다. 마음 편하게 교육을 받도록 해주고, 대입 문제는 교육청이 앞장서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교육청에서 많은 지원은 못하더라도 압박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신적으로 많은 지지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상남 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은 "교육청에서는 표선고에 성적에 대한 압박감을 단 한 번도 준 적이 없다. 행·재정적으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고 대학 진학과 관련해서도 인천글로벌캠퍼스 협약 등 갖은 방법으로 지원하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대입 성적을 봐서 확대를 한다, 안 한다고 결정된 바도 없다. 오늘 토론회에서 이상적 유형으로 언급된 중학교 MYP 확대 여부 등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주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도의회와 협력하면서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