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쓰레기 발생량 10년새 70% ↑
코로나로 늘어난 포장·배달 수요에
관광지 특성상 일회용품 급증 문제
거절·줄이기·재사용·재활용·썩히기
제로웨이스트 실천 나선 개인·기업
쓰레기 줄인 사례 공유하는 문화에
친환경 제품 생산·리필스테이션까지
청정 우도 프로젝트·친환경 여행 등
관광분야에선 자원순환 실험도 벌여
일회용품 규제·보증금제 등 혼선 속
지속가능한 문화 위한 정책적 관심을
제주에서 1인당 하루 평균 버리는 쓰레기(생활계폐기물 기준)는 1.89㎏. 무게가 대략 14g의 500㎖ 빈 투명 페트병만 모아 버린다고 가정하면 하루에 135개가 넘는 페트병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제주의 쓰레기 문제는 심각하다. 해마다 쓰레기 배출량은 증가하는데 매립지는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어 '쓰레기 대란'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인지 오래다. 더욱이 3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택배, 음식 배달·포장 등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도 함께 급증해 생활 쓰레기는 더 많아졌다.
▶플라스틱 배출 많고 재활용률 낮고=환경부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제주의 전체 폐기물 발생량(166만7498t) 중 가정과 사업장에서 발생되는 생활계폐기물의 비중은 29.0%(48만3274t)에 달했다. 1인당 하루 평균 생활계폐기물 발생량은 1.89㎏으로 2010년(1.11㎏)과 비교하면 10년새 70%나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7㎏)에 견줘서도 6.7% 늘었다. 제주는 전국 일일 생활폐기물 발생량(1.16㎏)을 크게 웃돌아 전국에서 생활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생활계폐기물 중에서는 플라스틱류 등 재활용 폐기물(1.00kg)이 가장 많았고 종량제 폐기물(0.53kg), 음식물류 폐기물(0.36kg) 등 순이었다. 특히 제주는 관광지라는 특성상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비중(2020년 기준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의 54%·4만6426t)이 높지만 재활용률은 전국 평균(48.7%)보다 낮은 31.2%에 그쳤다.
제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대비 생활 쓰레기 배출량이 많은 것은 늘어난 인구와 관광객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제주 인구는 10년 전보다 17% 넘게 늘었고, 지난해(12월 31일 기준)에만 138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다. 최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공항, 항만, 관광숙박업 등 도내 7개 관광 업종에서 폐기물 발생량이 많고 규모가 큰 업체 85곳을 우선 선정해 관광분야 폐기물 발생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도내 관광산업을 통해 발생되는 생활계폐기물은 연간 약 6만7670t으로, 도내 생활계폐기물 전체 발생량의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도민들 역시 '쓰레기 처리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제주 환경문제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해 제주도가 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주 환경보전을 위한 도정정책 방향 도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절반 이상인 53.4%가 제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정책 과제로 '생활쓰레기 문제 해결'을 꼽았고, 가장 우선 해야할 대책으로 생활쓰레기 감량·일회용품 사용 규제(40.9%)를 뽑았다.
▶제로웨이스트 문화 만드는 개인·기업=이처럼 기후 위기 속에 쓰레기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면서 생활 쓰레기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도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는 움직임에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없애기)'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 배출량을 '0(제로)'에 가깝게 최소화하고 재활용을 늘려 자원순환을 하는 등 생활 속에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문화를 말한다. 제로웨이스트란 말은 환경운동가 미국인 비 존슨(Bea Johnson)이 쓴 책 '나는 쓰레기 없이 살기로 했다'가 알려지면서 나오게 됐다. 비 존슨은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며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 '5R' 운동을 제안했고, 이같은 환경문제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를 실천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번지게 됐다. '5R' 운동은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썩히기(Rot)이다.
도내에서도 이러한 쓰레기를 줄이려는 문화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스며들고 있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챌린지'. 일회용컵 대신 텀블러 또는 다회용컵을 사용하거나,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등 개개인이 일상 속에서 '쓰레기 없애기'에 도전하며 쓰레기 발생을 줄인 사례와 방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가게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9월 환경운동연합이 펴낸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찾아가는 일회용 플라스틱 안 줄 지도'에 보면 도내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10여곳이 넘는다. 지구별가게, 꽃마리 등 소매점을 비롯해 카페, 식당, 책방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을 제공하지 않고 텀블러 등 개인용 다회용기 사용을 권하고 있는데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자원 순환을 위한 리필스테이션을 조성하며 쓰레기를 줄이려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지속가능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도내 기업들의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관광분야에서는 의미있는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페트병 수거기, 다회용 컵 순환 시스템 도입 등 청정 우도를 만들기 위한 플라스틱 자원순환 프로젝트를 비롯해 차 대신 걷거나 뛰기 또는 해양레저스포츠인 프리다이빙을 접목한 해양 정화 활동인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기)'과 '플로빙(다이빙하면서 쓰레기 줍기)'을 통해 도민과 관광객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제주관광을 실현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친환경 관광콘텐츠 '이-런(E-RUN) 트립'이 대표적이다.
▶정부·지자체 정책마다 혼선=정부와 지자체에서는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일회용품 보증금제 도입 등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달 시행 예정이던 일회용품 사용 규제는 또 한번 1년의 계도기간을 두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도내 일부 프랜차이즈 매장이 보이콧을 하고 있는데다 적용 대상 매장의 형평성 문제, 회수와 반납 인프라 구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제주도는 플라스틱 사용을 억제하고 폐플라스틱을 순환자원으로 이용해 플라스틱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제로로 만들기 위해 204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 섬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도내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 생활쓰레기를 줄이려는 문화가 불고 있는 만큼 지속가능성을 위해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생활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실천과 활동들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문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