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정부가 인구감소지역을 제외한 일반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율을 '2%'로 못박으면서 제주도가 고심에 빠졌다. 기존처럼 제주지역화폐인 탐나는전 구매 할인율을 10%로 유지할 경우 지방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5일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 방향'을 발표했다. 올해 확정된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예산 3525억원의 교부 방법을 공개한 것이다.
핵심은 '차등 지원'이다. 정부는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을 10%로 정하고 이 중 5%를 국비 지원한다. 그 외 일반 지자체에는 ‘7% 이상’에서 자율적으로 정한 할인율의 2%를 지원하기로 했다.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로 지정된 지역(서울시, 경기도, 경기 성남·화성시)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르면 제주도는 '일반 지자체' 기준을 적용 받게 된다. 인구감소지역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2021년 고시한 인구감소지역은 11개 시·도, 모두 89개 시·군·구로 제주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인구감소지역은 5년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행안부 장관이 지정·고시한다.
탐나는전 할인율 7%? 10%?… 고민 깊은 제주도
정부의 이같은 방침에 제주도는 난감해졌다. 매년 국비 지원이 줄어드는 가운데 작년 기준 '4(국비) 대 6(지방비)' 분담비율마저 깨질 수 있는 상황에 놓이면서다.
탐나는전 발행 첫 해인 2020년 국비와 지방비 분담비율은 '8대 2'였다. 그러나 2021년 '6대 4'에서 지난해 '4대 6'으로 변경되면서 지방비 부담은 꾸준히 커져왔다. 연도별로 탐나는전 발행·운영 지원에 투입된 예산을 보면 국비는 2020년 16억원에서 2021년 244억원으로 늘었다 2022년 102억8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에 반해 지방비는 2020년 10억원에서 2021년 240억원, 2022년 260억40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지류형 탐나는전. 탐나는전 홈페이지 캡처
기존처럼 탐나는전 구매 할인율을 '10%'로 유지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국비 2%를 제외한 나머지 8%를 제주도가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이에 정부가 삼은 최저 기준인 '7%'(국비 2%, 지방비 5%)에 맞춰 할인율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이 역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
제주도 관계자는 "7% 할인율을 적용하면 탐나는전을 10만원 구매할 경우 7000원을 더 지급해야 하는데 탐나는전은 천원권이 발급되지 않아 지류 발행인 경우 실무적인 문제가 있다"며 "기존처럼 10% 할인율을 유지했을 땐 지방비 부담이 과도해진다"고 말했다.
국비 지원 삭감에 지자체 부담… 지역화폐 활성화 어쩌나
이와 관련해 정부는 각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요조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국비 교부에 앞서 지자체마다의 할인율과 투입 가능 예산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발행을 유지하려면 지방비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고민을 떠안게 된 셈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국비를 확보해 놓고도 지방비를 매칭하지 못해서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 고민이 많다"며 "지역경제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탐나는전의 효과성을 최대한 어필하면서 예산 부서와 사전 협의를 통해 올해 추경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 한 해 기준 탐나는전 발행 규모는 4446억원이다. 이 중 2799억원이 '10% 할인 혜택’과 함께 발행됐다. 이 같은 혜택은 예산 소진에 따라 같은 해 4월에 중단됐다 11월에 재개됐지만 두 달 만에 다시 끊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