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선거(選擧)는 본래 '선발거용(選拔擧用)'의 준말이다. 현명하고 재능 있는 인재를 뽑는 것이 곧 도(道)라는 의미로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자가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는 히딩크 감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고 평범한 재료라도 요리사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지역 농·축협의 미래는 조합장 능력과 역할에 크게 좌우된다. 올해 3월 8일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농업인뿐 아니라 도민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제주에서도 지역 농·축협 23곳의 조합장이 조합원의 선택을 받게 된다. 앞으로 4년간 농·축협을 이끌 대표자를 뽑는 이번 선거는 제주지역 농업·농촌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조합장 선거는 관련법에 의해 선거운동 범위가 제한된다. 예비후보자 제도가 없고 선거사무원을 둘 수 없으며 선거사무소 설치도 불가하다. 아울러 후보자만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다.

선거운동도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 발송 등 정해진 방법으로만 할 수 있다. 이처럼 선거운동 방법을 제한한 이유는 조합장선거는 소속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한 선거이기에 선거운동 과열을 방지하고 선거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과거 조합장선거는 금품 제공, 비방·흑색선전 등 많은 시비와 공정성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앞서 두 번의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치르면서 선거문화도 많이 성숙해져 예전보다 선거가 훨씬 깨끗해진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제주지역은 지난 제2회 동시조합장선거에서 금품 관련 기소가 단 1건도 없을 정도로 제주만의 올바른 선거문화가 정착됐다고 생각한다.

농업·농촌의 미래를 제시할 리더를 뽑고자 선거제도를 도입한 이상 후보자들은 농협 운영에 대한 비전과 정책 제시로 조합원의 표심을 끌어내야 한다. 조합원 역시 금품의 유혹을 단칼에 잘라내고 후보자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선거문화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는 선관위와 합동으로 후보자설명회, 공명선거 결의대회, 임직원·조합원 대상 위탁선거법 교육, 조합별 방문·지도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공명선거 분위기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또 선관위·경찰청 등 감독기관과의 정보공유를 통해 부정선거 사전 차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선거로 제주 농업·농촌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장 기반을 다져 더 나은 미래로 갈 것인지, 구태의연한 답습에 빠져 과거로 회귀할 지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있다.

후보자는 깨끗한 경쟁으로, 조합원은 현명한 선택으로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농협이 되기를 고대한다.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