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받은 '300원'… 일회용컵 반납해 보니 어땠냐고요?

돌려받은 '300원'… 일회용컵 반납해 보니 어땠냐고요?
[한라포커스] 일회용컵 보증금제 체험기 (상)
반납 절차, 생각보다 간편
환경 위한 작은 실천 보람
앱 제공 정보와 다른 상황
일부러 먼 걸음 감수하기도
  • 입력 : 2023. 02.13(월) 10:24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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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제주시 패스트푸드점 1곳과 카페 2곳에서 구입한 음료 3잔.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에 붙어 있는 라벨에는 '300원'이라는 가격과 바코드가 찍혀 있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 기사 수정 오후 7시 32분] 정부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자원순환보증금제)를 시행한 지 70여 일이 지났다. 일회용컵의 회수율을 높여 재활용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넘어야 할 문제는 여전하다. 도내 보증금제 대상 매장의 10곳 중 4곳 이상이 "업체에만 부담을 지운다"며 보이콧하고 있고,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반납이 번거롭다며 "음료 값만 300원 더 올랐다"는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 보기로 했다. 일회용컵 반납 체험기를 시작으로 모두 3회에 걸쳐 현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 등을 담는다.

영수증에 찍힌 '컵보증금 300원'

지난 8일 제주시내 패스트푸드점 1곳과 카페 2곳에서 음료를 한 잔씩 구매했다. 모두 일회용컵 보증금제 적용 대상인 '전국 100개 이상의 매장을 둔 프랜차이즈'였다. 포장 주문을 하고 계산을 하려니 두 곳에선 보증금 300원이 추가되는데 괜찮은지 물어 왔다. 나머지 한 곳에선 별 얘기를 듣지 못했지만 계산 후 받은 영수증이 '컵보증금 300원'이 지불됐음을 말해줬다.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 3개에는 모두 바코드가 찍힌 라벨이 붙어 있었다.

다음 날인 9일에는 다 쓴 일회용컵 반납에 나섰다. 그 절차는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참고했다. 빨대와 컵 홀더, 뚜껑은 별도로 분리 배출하고 컵은 음료가 남아 있지 않게 준비해 뒀다.

가장 먼저 집과 가까운 일회용컵 반납처를 알아봐야 했다. 자원순환보증금 앱을 이용하면 매장 외에 컵 회수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안내를 따라 휴대전화로 앱을 내려받았다. 무인간이회수기(이하 무인회수기)에서 컵을 반납할 때 쓰려고 미리 회원가입도 해 놨다. 실명확인과 약관 동의, 간편 비밀번호 등록 등의 절차를 거치니 개인 고유코드(무인회수기에서 컵을 반납할 때 필요한 '일련번호', '바코드')가 발급됐다. 다 끝났나 싶었는데 '일회용컵을 반환하는 경우 보증금 반환 계좌 정보의 등록 여부를 꼭 확인하라'는 안내가 떴다. 사전에 이 단계까지 마쳐 뒀다.

반납하기 전에 깨끗하게 준비해 둔 일회용컵.

자원순환보증금 앱에 회원가입을 하면 개인 고유코드가 발급된다. 이 바코드는 매장과 공공반납처에 있는 무인간이회수기에서 일회용컵을 반납할 때 쓰인다.

"집 근처 반납처 15곳"… 선택지 적었다

앱을 이용하니 반납처를 찾는 건 쉬웠다. 현재 있는 위치에서 1km 이내에 매장과 공공반납처 15곳의 정보가 거리 순으로 제공됐다. 그중에 제일 가까운 곳이 집과 200여m 떨어진 삼도1동주민센터였다.

다행이다 싶었던 것은 사실 이곳을 빼곤 선택지가 거의 없었다. 앱에선 삼도1동재활용도움센터와 이도2동재활용도움센터 등 공공반납처 두 곳을 더 추천했지만 800m 이상 떨어진 거리라 매일 오가는 동선 밖이었다.

게다가 무인회수기가 설치돼 있다고 표시된 매장 4곳 중 이를 제대로 운영하는 곳은 1곳뿐이었다. 나머지 3곳은 중저가 커피 브랜드 매장들로 무인회수기가 있어도 전원을 꺼놓거나 아예 설치해 두지 않기도 했다. 앱이 제공하는 정보와 '실제상황'은 차이가 컸다.

주저 없이 제일 가까운 삼도1동주민센터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서자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알리는 배너와 무인회수기, 컵 투입구가 보였다. 일단 컵 반납처를 찾으니 보증금 반환까진 속도가 빨랐다. 무인회수기의 '바코드 인식부'에 휴대전화 앱에 저장된 바코드를 가져다 댄 뒤에 일회용컵에 부착된 라벨을 찍는 단계를 거치자 화면에 보증금이 반환됐다는 안내가 나왔다.

돌려받은 보증금을 계좌로 입금 받기 위해선 앱으로 이체를 신청하는 또 하나의 단계를 더 거쳐야 했지만 크게 불편하단 생각이 들진 않았다. 보증금 반환을 마친 뒤에는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구분된 투입구에 가져 온 컵을 넣으면 됐다.

제주시 삼도1동주민센터 입구에 설치된 무인회수기에서 일회용컵을 반납하고 있다.

생각보다 편한 보증금 반환… 불편 요인은 많아

결론부터 말하면 이 모든 과정이 생각보다 간편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작은 행동을 보탤 수 있어 보람도 됐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결코 그렇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특히 스마트폰 등 기기 사용이 서툴거나 근처에 공공반납처가 없을 땐 그 불편과 번거로움이 커진다는 것을 취재 과정에서 몸소 느꼈다.

앱을 이용하는 게 불편하다면 현금으로 보증금을 반환 받는 법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음료를 구매했던 매장과 동일한 브랜드의 매장을 찾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프랜차이즈여도 도내에는 매장이 1~2곳에 그치는 브랜드도 있어 일부로 먼 걸음을 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

앱을 활용해도 모든 무인회수기의 이용은 '허용'되지 않았다. 무인회수기 앞에 '동일 브랜드 일회용컵만 반환 부탁드린다'는 안내를 써 붙인 매장도 있었다. 보증금 대상 매장이면 어디에서든 일회용컵을 반납할 수 있는, 이른 바 '교차 반납'이 원칙(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지만 현재는 예외적으로 같은 브랜드의 일회용 컵만 받는 것도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매장 또는 브랜드별로 '교차 반납' 허용 여부가 엇갈려 이를 확인하는 것도 소비자 몫으로 주어진다.

도내 공공반납처에선 이러한 문제를 덜 수 있지만 그 수가 50곳(반환수집소 1곳 포함)에 그친다. 제주시 32곳, 서귀포시 18곳으로 지역별 차이도 있다. 일상생활 범위 안에서 어디서든 손쉽게 일회용컵을 반납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에 환경부는 공공반납처를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3월 중에 지금의 두 배인 100곳까지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매장 간의 교차 반납 등과 연계되지 않고선 소비자의 편의성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거리에서도 이 매장은 되고, 저 매장에선 안 되는 상황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제주시 한 매장에 설치된 일회용컵 무인회수기. '동일 브랜드 일회용컵만 반환 부탁드린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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