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이콧하는 제주시 한 매장에 걸려 있는 현수막.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길 건너 저 카페도 손님이 많아요. 그런데 개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라고 (일회용컵 보증금제) 해당 사항이 없죠. 그런데 저희가 보증금 300원을 받으면 어떻겠어요." 제주시에서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고모(56) 씨가 가게 맞은편 매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매장은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전국에 100개 이상 매장이 있는 프랜차이즈)이지만 참여하진 않고 있다.
고 씨는 "처음에는 해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일 제도 시행에 앞서 환경부가 수요 조사를 할 당시만 해도 참여 의사를 밝혔었다. 설치를 원하는 모든 매장에 지원한다는 무인간이회수기도 보급 받았다. 하지만 예상되는 부담 탓에 결국엔 보이콧했다.
고 씨는 "제주 전체가 아닌 체인점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일회용컵 보증금 300원을 받으면 고객 입장에선 음료 값이 오른 것으로 느끼는 문제가 있다"며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회용컵을 회수해 세척, 보관하는 일도 늘어난다. 결국엔 한 사람의 인건비가 더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 한라일보 DB
"매장에만 부담"… 운영 방식 개선 요구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보이콧하는 다른 매장의 입장도 비슷하다. 자원순환을 위한 재활용률을 올리자는 데에 공감하는 쪽도 운영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를 낸다. 특히 제도 시행 전부터 지적된 '라벨지 부착' 방식에 대해선 여전히 불만이 크다.
현재 보증금제 시행 매장에선 일회용컵마다 일련번호(바코드)가 찍힌 '라벨지'를 붙여 고객에 제공하고 있다. 일종의 보증금을 냈다는 표시인데, 이 바코드가 있어야 보증금 반환도 가능하다. 환경부는 시행 매장에 라벨 구입비와 라벨 디스펜서(부착기), 일회용컵 간이회수기를 비롯해 보증금 카드 수수료, 표준용기 처리지원금 등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뚜렷한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오정훈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 대표는 "라벨지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붙이는 것부터 일회용컵을 회수하는 것까지 매장이 주로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간이회수기 1대당 비용이 100만원 정도라는데, 지금의 '라벨지 방식'으로 전국 시행이 가능하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당초 법안의 핵심은 일회용컵을 덜 쓰고 더 재활용하자는 건데 지금은 단순히 제도 시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통해 일회용컵 생산 단계부터 비용 부담을 지도록 하고, 공공 회수를 활성화하는 체계를 갖춰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이행하고 있는 제주시 아라동의 한 커피전문점에 무인간이회수기가 설치돼 있다. 김지은기자
"미이행 매장 동참 촉구… 이행 매장엔 지원 늘릴 것"
이 같은 문제가 맞물리며 도내 대상 매장의 참여를 끌어올리는 것은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도내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상 매장은 467곳인데, 현재 이 중 59%인 275곳(다회용컵 118곳, 일회용컵 157곳)만 참여하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지 두 달이 넘었지만 나머지 192곳(41%)은 여전히 참여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경부와 제주도의 고심도 깊다. 제도 시행 초기라는 점과 영세한 매장 사정 등을 감안해 단속보단 계도를 통해 동참을 촉구하고 있지만, 되레 이행 매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회용품 보증금제는 의무사항이어서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미이행 매장을 지속 점검하고 점주협의회와의 협의를 통해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며 "시행하고 싶어도 못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매장의 불편 사항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 시행 초기부터 이를 이행하고 있는 매장에 대해선 어떤 식으로든 지원하기 위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